
하지만 야구장을 벗어난 도호쿠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민당의 2인자인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은 2일 한 강연에서 “‘이 지역에선 주민이 살 수 없다. 그 대신 수당을 주겠다’고 언젠가 누군가는 말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고 했다. ‘희망자 전원 귀환’이란 정부의 원전 주변지역 대책 기조를 이제는 뒤집어야 하며, 언젠가는 솔직한 본심을 주민들에게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중순 ‘원전사고 2년6개월 기획’을 위해 방문했던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은 참담하기만 했다. 폐허가 된 마을을 장악한 야생 원숭이와 차 안으로 정신없이 밀려드는 엄청난 수치의 방사능, 원전이 지긋지긋하다는 주민들의 절규만 기자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일본이 감당하지 못하는 오염수 유출은 전 세계를 공포 속에 밀어넣고 있다. 이런 비극은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스승이자 총리 재임 시 원전추진론자였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까지 ‘원전 제로 전도사’로 돌려세웠다. 아베의 부인 아키에 여사도 “원전 가동에 쓰는 돈의 일부를 새 에너지 개발에 쓰고, (그렇게 만들어진) 그린 에너지를 해외에 팔자”며 공개적으로 원전에 반대한다. 하지만 원전론자인 아베는 지난달 말 터키를 방문해 원전 수주를 성사시켰고, 국내 원전 재가동에도 적극적이다.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에서 원전을 빼놓을 수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자기 나라의 사고는 수습도 못 하면서 해외에 원전을 잘도 팔고 있다”는 후쿠시마의 분노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도호쿠의 꿈과 아베의 꿈, 두 개의 다른 꿈이 충돌하고 있다.
서승욱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