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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시름 씻은 11·3 대반전 … "이재민에게 바칩니다" 만년꼴찌 라쿠텐의 기적

3일 일본시리즈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홈구장 팬들에게 인사하는 라쿠텐 선수들. 팬들은 ‘아리가토(고마워요)’ 등이 쓰인 현수막을 들고 환호했다. [사진 지지통신]


절망의 3·11에서 환희의 11·3으로-.

2005년 도호쿠에 둥지 튼 약체팀
요미우리 꺾고 일본 프로야구 제패



 3·11 동일본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봤던 도호쿠(東北)지방을 홈으로 하는 일본 프로야구 ‘만년 꼴찌 팀’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3일 밤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르자 일본 열도는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 특히 라쿠텐은 이날 전통의 강호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물리치고 우승을 확정했다. 전날 투구수가 160개나 됐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田中將大·25)가 9회 구원투수로 나와 상대팀의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순간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의 K스타 구장 및 구장 밖 육상경기장에 모인 4만 명가량의 도호쿠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선수들은 환호하며 깡총깡총 뛰었고 생중계를 하던 캐스터는 감격에 목이 잠겼다.



 경기 후 호시노 센이치(星野仙一·66) 감독은 팬들에게 “2011년 초 감독으로 취임한 직후 동일본대지진으로 고생하시는 여러분을 보면서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아픔을 달래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3년간 싸워왔다”며 “도호쿠의 어린이, 그리고 이재민들께 용기를 안겨준 선수들을 칭찬해달라”고 외쳤다.



 지진으로 집을 잃고 임시주택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이재민들도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센다이시 와카바야시(若林)지구의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아베 도에쓰(阿部東悅·66)는 “대지진 이후 슬픈 일이 너무 많았지만 라쿠텐의 승리는 우리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쓰나미로 절친한 친구를 잃었다는 도카이린 유카(東海林由華·28)도 “재해지역을 돌며 이재민들에게 용기를 줬던 선수들이 이번에는 ‘일본시리즈 제패’라는 믿지 못할 감격과 감동을 줬다”며 “도호쿠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도호쿠 주민들에게 라쿠텐은 특별한 존재다. 프로야구 홈 구단이 없던 이곳에 신생 팀 라쿠텐이 둥지를 튼 건 2005년. 하지만 성적은 형편없었다.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에서 26대 0으로 대패하자 “프로구단 승인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해 우승팀과의 게임 차는 무려 51.5게임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하위권을 면치 못하던 라쿠텐에 ‘승부사’로 불리는 호시노 감독이 취임한 건 2011년 초다. 직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홈구장마저 일부 파손돼 개막 후 한 달 동안은 원정경기만 했다. 홈구장으로 돌아온 날 시마 모토히로(嶋基宏) 주장은 홈 팬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도호쿠 여러분, 이 순간을 꼭 극복합시다. 보여줍시다, 야구의 저력을. 보여줍시다, 도호쿠의 저력을.”



 이때부터 라쿠텐은 역경을 딛고 재기에 안간힘을 쓰는 도호쿠의 상징이 됐다. 선수들도 틈만 나면 이재민과 재해지역 임시주택을 찾았다. 여진으로 불안해하는 선수들에게 호시노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승리를 통해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밖에 없다. 너희의 착한 마음은 이제 다 안다. 이제는 ‘강함’을 전달하자”고 격려했다.



 3·11 이후 2년7개월. 이날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센다이 K스타 구장에는 팬들의 감사 문구가 걸렸다. ‘보여주셨습니다, 야구의 저력을. 보여주셨습니다, 도호쿠의 저력을.’



 패배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모기업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4일 “늘 패배만 했던 어려운 시기를 참고 견딘 끝에 라쿠텐이 정상에 우뚝 섰다”며 “3·11 피해를 본 팬들은 역경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라쿠텐) 선수들의 끈기에서 용기를 얻었고 재기를 위한 결의를 새롭게 다졌다”고 찬사를 보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라쿠텐 골든이글스=일본의 최대 온라인 기업인 라쿠텐(樂天)이 2004년 말 창단, 2005년 시즌부터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에 소속됐다. 미야기(宮城)현을 중심으로 한 도호쿠(東北)지역을 본거지로 삼고 있다. 2009년 리그 2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2011년부터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팀을 맡고 있다. 에이스인 다나카 마사히로를 제외하곤 뚜렷한 스타 선수가 없어 ‘잡초’ 근성의 팀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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