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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81곳 단청 훼손, 균열까지…숭례문 심각한 내부

[앵커]

5년 전 한 시민의 어이 없는 방화로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잿더미가 돼버렸는데요. 많은 인원과 예산을 투입해 전통 방식으로 완벽하게 복구하겠다고 정부는 발표했었습니다. 그런데 복구 5개월 만에 단청이 벗겨진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 수요일 정밀점검이 시작됐습니다. 현장 취재한 결과 심각한 문제들이 곳곳에서 확인됐습니다.

한윤지, 최종혁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연꽃 모양의 단청이 쫙 갈라졌습니다. 마치 거북이 등껍질 같습니다.

벗겨진 단청 사이로 나무의 속살까지 훤히 보일 정도입니다.

현판은 금이 갔고, 일부 기왓장도 망가졌습니다.

완벽하게 복구했다던 숭례문.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달 30일 전국의 문화재 전문가 20여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숭례문에 모였습니다.

[이만희/문화재청 수리기술과 사무관 : 상기 전문가들을 모셔서 합리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면 거기에 따라 추진을 하겠습니다.]

꼼꼼히 숭례문을 살피던 전문가들. 곳곳에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최이태/문화재청 수리기술과장 : 남쪽도 마찬가지고요 북쪽도 마찬가지예요. 부재에서도 계속 박락(단청이 벗겨지는 것)이 일어납니다.]

[박미례/문화재전문위원 : 이건 분명히 기술적인 문제에서 잘못됐다고 할 수 있죠. 모든 단청이 하자마자 벗겨진다면 어떻게 단청을 하겠어요?]

[박지선/문화재전문위원 : 접착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나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기술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어떤 건지 아직 아무도 몰라요.]

특히 단청이 심각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집니다.

복원 작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3주 전,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만 해도 문화재청은 대수롭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박왕희/전 숭례문복원 부단장 (지난달 8일) : 그렇게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색이 벗겨진 단청은 20여 곳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조사에 들어가자 심상치 않은 상황이 드러납니다.

JTBC 취재진이 확보한 숭례문 종합 점검 자료입니다.

공들여 칠했다는 단청이 무려 81곳에서 떨어져 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층에 서까래 등 20곳, 그리고 2층 61곳에서 단청이 벗겨지고 있는 겁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갈라짐은 더 심각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석장의 단청 현미경 사진입니다. 밝은 색으로 칠한 부분에서 균열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취재진은 지난달 30일 현장 점검에 참여했던 전문가와 함께 직접 현미경 촬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거부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자문위원분들의 개개인의 그것(요구)를 다 맞춰드릴 순 없고…]

현존하는 한국의 성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보 1호 숭례문.

[박시익/풍수건축전문가 : 사람들이 남쪽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는 그 지점을 거쳐서 올라와야 되는데…남쪽을 힘이 제일 강하다고 본 거고요.]

2008년 방화로 타버린 이후 3만5천 명의 인원과 2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복원작업이 제대로 진행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앵커]

불에 탄 것도 속상한데 복원까지 부실하다니 더 답답한데요. 현장을 취재한 한윤지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한 기자, 방금 문화재위원들의 반응을 봤는데요.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시죠.

[기자]

네, 주로 건축과 단청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상당히 꼼꼼히 살펴보시더라구요. 그런데 점검이 진행될수록 표정이 어두워졌고, 일부에서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단청이 벗겨질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 제기들을 했는데요.

저희 취재진은단청이 왜 벗겨졌는지 좀 더 파헤쳐보기로 했습니다. 화면 함께 보시죠.

문화재청이 단청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은 햇빛.

태양이 떠서 이동하는 동안 빛에 노출된 부분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겁니다.

하지만 문화재 위원들도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

[김민/세종문화재연구소 대표 : 시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기간 안에 나타났다는 게 우려스러운 거죠.]

빛이 들지 않는 2층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전문가들은 단청에 사용된 안료와 접착제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전통 안료를 강조해왔습니다.

[박왕희/전 숭례문복구 부단장 (지난달 8일) : 사실 전통 안료라는 게 숭례문에 최근에 와서 처음 시도하는 부분이 돼서…]

문헌에 따른 우리의 전통안료는 돌과 같은 자연에서 색을 뽑아내는 천연 안료.

그렇다면 숭례문 단청에는 이런 천연 안료가 쓰였을까?

취재진은 국내에서 천연 안료를 생산한다는 전남 담양의 한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조규성/국내 안료업체 소장 : 천연 안료는 입자 하나하나가 모두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햇빛이라든지 이런 쪽에 전혀 변화가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정작 이 업체는 숭례문 복원 작업에 한가지 안료밖에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전통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조규성/국내 안료업체 소장 : 저희 것도 실험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굴 껍질로 만들지 않아서 채택이 안 됐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것 같고…]

취재 결과, 숭례문 복원에 사용된 11가지 안료 중 9가지를 일본에서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통 방식을 추진한다면서 결국 일본산 안료를 사용하게 된 상황.

문제는 일본산 안료 역시 천연 안료가 아니라는 겁니다.

[일본 안료 수입업체 관계자 : 예산 부분이 뒷받침이 안 된다고 하고, 대체할 수 있는 그레이드(등급)를 원하니까 그게(일본산) 제공이 된 거죠. 저흰 당연히 천연석채가 공급이 되길 원하죠.]

천연안료 대신 값이 10배 정도 저렴한 화학재료가 첨가된 일본산 안료가 사용된 겁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조선 시대 때도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을 해서 썼던 안료거든요. 국내에서는 천연안료를 구할 수 있는 게 석간주 정도…]

전문가들은 안료 뿐 아니라 접착제인 아교의 배합비율이나 칠하는 기술 등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청을 덧칠하는 과정에서 위에 바르는 색상의 아교 농도가 짙을 경우 마르면서 아랫쪽을 들고 떨어진다는 겁니다.

단청 과정을 총 지휘했던 홍창원 단청장도 이런 점을 일부 인정합니다.

[홍창원/숭례문복원 단청장 (지난달 8일) : 안료층이 호분을 두 번 칠하다 보니까 안료층이 두꺼워져서 그 부분에서 탈락이 되는 거죠.]

[앵커]

단청장도 문제를 인정했군요. 그렇다면 사전에 막을 방법은 없었나요?

[기자]

사실 이 천연 안료와 천연 접착제를 쓴다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전통적인 단청 기법이 40년 넘도록 안타깝게도 명맥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더 신중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했을 텐데요. 복원 공사를 급하게 서둘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죠?

[기자]

네 공사 기일을 맞추기 위해 시방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담당 공무원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도 내려졌는데요. 관련 내용도 함께 보시죠.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2년 전부터 이 문제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어요. (뭐라고 얘기하셨어요?) 안료나 아교 때문에 문제가 터질 거라고 예언했어요.]

[임영주/경기도 문화재 위원 : 나무로 집 지을 때 2~3년 뒀다가 단청을 하는 게 원칙이죠. 옛날엔 다 그렇게 했는데 너무 성급하게 한 게 아닌가…]

예고된 부실.

너무 성급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전체 복원 기간 가운데 실제로 공사 기간은 3년 4개월 밖에 되지 않습니다.

숭례문 복원에 단청 연구를 제안받았던 한 교수는 취재진에게 제의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기도했습니다.

[안병찬/고려대 문화재복원연구소 교수 : 아교 레시피를 빨리 만들어 연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얘기를 했던 것이죠. (문화재청에서) 우리는 연구하는 팀이 아니다. 그러니까 연구는 필요없다. 그렇게 얘기된 것이죠.]

문화재청은 무엇이 그렇게 급했던 걸까?

[김태년/새누리당 의원 : 뭔 식이 급해가지고…준공검사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식부터 해요?]

[변영섭/문화재청장 : 의원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국보 1호 숭례문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3월.

하지만 개방 2년만인 2008년 2월, 그것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직전에 한 시민이 걸어들어가 시너를 붓고 불을 질렀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숭례문 복원을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전인 2012년 말까지 마치려고 공사를 서둘렀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문제는 뭐냐면 정치하는 사람이나 권력을 쥔 사람들이 빨리빨리 정리해라, 빨리빨리 공사해라…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공사를 다하라고 한 거예요.]

문화재청은 이런 의혹을 일축합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 공기를 정권에 맞춰서 뭐에 맞춰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겨울에 단청작업을 서두른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특기 시방서를 보면 단청은 영상 5도 이하로 내려갈 경우 작업을 중단하도록 돼있습니다.

단청 작업이 진행된 지난해 8월부터 12월 18일까지 최저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진 날은 43일, 11월과 12월은 사실상 단청 작업을 하기 힘들다는 얘깁니다.

[김희정/문화재 복원 기술자 : 단청 물감이 수용성이기 때문에, 아교가 물에 녹여서 사용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게 얼어요.그렇기 때문에 5도 이하에서는 단청 작업을 하지 않고요.]

일본의 경우 과거 천황 집무실로 알려진 나라현의 다이코쿠텐을 복원하는데 15년이 걸렸습니다.

1950년 화재로 뼈대만 남았던 일본 긴카쿠지 역시 반세기만에 원래 모습을 되찾았을 정도입니다.

[오카다 켄/도쿄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센터장 : (금각사 화재 1년 전) 그 당시 1949년 일본 문화재보호 체계를 제대로 정비해야 된다는 관점에서 예전부터 준비를 해왔습니다.]

벌써부터 전문가 사이에선 단청을 아예 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박미례/문화재전문위원 : 결과적으로는 이 단청을 다시 다 지우고 다시 해야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원래 얼굴로 국민 품에 돌아왔다는 국보 1호 숭례문.

다시 가림막을 치고 단청을 벗겨내는 끔찍한 상황까지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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