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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술탄의 꿈, 아베의 꿈?

정진홍
논설위원·GIST다산특훈교수
# 애거사 크리스티가 쓴 ‘오리엔트특급 살인사건’의 무대배경이 되는 오리엔트특급열차는 파리를 출발해 로잔, 베네치아, 베오그라드, 소피아를 거쳐 이스탄불에 닿는다. 하지만 더 나아가고 싶어도 나아가지 못했다. 바다가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스포루스 해협이 그것이다. 이 해협은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잇는 좁고 긴 바다로 이스탄불을 동서로 갈라 동쪽은 아시아, 서쪽은 유럽으로 구분된다. 얼마 전 바로 이 보스포루스 해협 밑으로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잇는 해저 터널이 뚫리고 이 터널 속으로 해저철도 마르마라이선(線)이 개통됐다.



 # 그런데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개통식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왜 거기 있었던 것일까? 본래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마르마라이 해저터널을 뚫자고 처음 제기한 사람은 술탄 압둘 메지드 1세(1839~1861년 재위)였다. 그는 150여 년 전인 1860년 오스만 제국의 재생과 부활을 꿈꾸며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해저터널을 만들 야심 찬 구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 모두 부족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런데 그 술탄의 꿈을 이루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었다. 2004년 터키와 일본은 컨소시엄을 형성해 ‘마르마라이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해저터널 건설에 들어갔다. 그리고 9년 만에 완성을 본 것이다. 일본은 오랜 해저터널 건설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미 1944년에 혼슈(本州)와 규슈(九州)를 잇는 간몬(關門) 해저터널(총연장 3.6㎞)을 뚫어냈다. 뿐만 아니라 88년에는 사반세기에 걸친 대공사 끝에 혼슈와 홋카이도(北海道)를 연결하는 세이칸(靑函) 해저터널을 뚫었다. 그래서 94년 개통된 영불해협 해저터널 건설 때도 일본의 기술자들이 대거 관여를 했다.



 # 항간에서 마르마라이 해저터널의 개통 의미를 이야기하며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앞서 본 것처럼 세이칸, 영불해협 해저터널들이 이미 존재한다. 또 마르마라이 해저터널의 가장 깊은 지점이 수심 62m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깊이 달리는 철도라고들 하는데 세이칸 해저터널은 그 두 배가 넘는 수심 135m 지점에 해저역이 있다. 총 길이 역시 세이칸이 54km(해저부분 23km), 영불해협 터널이 51㎞(해저부분 38㎞)에 달하는 반면 마르마라이는 13.6㎞에 해저부분은 고작 1.4㎞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마라이 해저터널이 주목받은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이 터널 개통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유라시안레일로드가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 150여 년 전 죽음을 눈앞에 둔 술탄 압둘 메지드 1세가 사그라져가던 오스만투르크의 영화와 영광을 재현하려 몸부림치며 마르마라 해협을 해저로 뚫어서 잇는 꿈을 꿨다면, 지금 아베는 일본의 규슈 최남단으로 정한론(征韓論)의 시조 격인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고향이기도 한 가고시마에서부터 도쿄를 거쳐 세이칸 해저터널을 타고 홋카이도와 사할린을 거쳐 런던까지 잇는 장대한 유라시안레일로드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이 어제오늘 구상한 것이 아니다.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하기 이전부터 해온 ‘환동해(일본해) 철도’ 구상의 연장선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동해는 일본의 내해가 되고 한반도는 또다시 세계의 본선(本線)에서 벗어난 변방선이 되기 십상이다. 정말이지 지금이야말로 5년짜리 정권 차원의 진흙탕 싸움에 정신 팔릴 때가 아니다. 100년, 150년 후 우리의 미래가 어찌될 것인지를 심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주에 영국을 국빈방문하고 오는 12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식방한 한다고 하니 이때에라도 미래의 대한민국이 생존할 탯줄로서의 유라시안레일로드의 코리안 버전(서울~원산~블라디보스토크~이르쿠츠크~이스탄불~파리~런던)을 다시 한 번 제시하고 진심 어린 협력을 구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정진홍 논설위원·GIST다산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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