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신기술 세계 판권 있다" 속여 687억 전기차 투자 사기

전남의 한 전기차 업체 주식사기 피해자가 지난달 18일 광주지법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2011년 서울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엑스포’에서 이 업체가 선보인 벤츠 G클래스 개조 차량. [뉴시스]
전기차 사업을 하겠다며 개인투자자 3700여 명으로부터 687억원을 투자받은 업체 대표 A씨(59)가 경찰에 구속됐다. 없는 전기차 기술을 보유한 것처럼 꾸며 투자를 받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다. 이 업체에는 회계장부가 없고, 현재는 투자자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또 한때 김혁규(74) 전 경남지사를 회장으로 영입했으며, 전 군 고위 장성 B씨(65)와 중견 탤런트 C씨(60)도 이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3700명 피해 입힌 혐의 대표 구속
한때 김혁규 전 경남지사 회장 영입
중견탤런트에게 영업 부사장 맡겨



 구속된 A씨는 당초 서울 장안동에서 자동차 배터리 판매점을 운영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부품 무역을 하는 L씨(45)를 알게 됐다. L씨는 A씨에게 전기차 사업을 소개했다.



 A씨가 전남에 전기차 업체를 세운 것은 2008년 7월. 이후 그는 전기차 모터 관련 원천기술을 가진 네덜란드 이트랙션사와 계약을 추진했다. 그러면서 2009년 6월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당시는 정부가 ‘녹색 성장’을 내세워 전기차 같은 친환경 제품이 주목받던 때였다. 지난해 말까지 12차례 유·무상 증자를 해 모두 687억원을 끌어들였다. 액면가 100원짜리 주식을 최대 5000원에 넘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회사 직원들은 “신기술 세계 판권이 있다” “네덜란드에 5만 대 차량을 수출하기로 계약했다”는 허위 사실을 퍼뜨리며 투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론 “투자하면 회사 식당 운영권을 주겠다”는 식으로 이권을 내걸었다. 투자를 유치한 직원에게 40%를 포상금(인센티브)으로 주기도 했다.



 중견 탤런트 C씨는 투자를 한 뒤 이 회사 영업부사장을 맡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회사는 군 고위 장성 출신 B씨와 얼굴이 알려진 C씨도 투자했다는 점 등을 개인투자자들에게 내세웠다. 2011년 초에는 대표 A씨가 지인을 통해 김혁규 전 지사를 회장으로 영입했다. 김 전 지사는 6개월 뒤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이트랙션과 추가 계약을 맺었다. 원천 기술을 이전받고 이트랙션사 제품의 아시아 총판 권한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2011년 6월의 일이었다. 계약에는 1440만 유로(약 210억원)를 내야 기술 이전과 총판 권한을 준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결국 210억원을 이트랙션에 주지 못했다.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받았는데도 그랬다. 74억원만 건네는 데 그쳤다. 그러자 이트랙션은 올 초 “선납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계약을 파기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전기차 업체 측은 “회사 운영과 공장 건립 등에 투자금을 써 이트랙션에 보낼 자금이 부족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전남에 건물 면적 8857㎡짜리 공장을 준공했다. 그러나 공장은 준공 후 1년7개월이 된 지금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정상적인 회계장부가 없어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계약이 파기되면서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주가가 뚝 떨어졌다. 현재 비상장인 이 회사 주식은 액면가 100원에도 못 미치는 값에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손해를 보게 된 투자자들은 업체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에 나선 전남 영광경찰서는 올 2월 없는 기술·판권을 가진 것처럼 허위사실을 말해 투자를 유치한 혐의로 전기차 업체 직원 4명을 구속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 사건의 본질을 주식 투자 사기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달 중순 회사 대표 A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는 범죄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 그러다 이번에 재신청해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A씨는 변호사를 통해 “일부 직원이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실을 과장했을지 모르겠으나 내가 이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네덜란드와의 계약은 파기됐지만 자체 기술력으로 전기차 핵심 부품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최경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