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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영화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 한 영화광 시인의 토로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영화는 혼자 보는 걸 좋아한다. 가급적 사람 없는 극장과 시간대를 고른다. 어디선가 소곤대는 소리, 바사삭 팝콘 씹는 소리 등을 피해서다. 관객의 매너를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다. 다만 적어도 내게, 극장은 영화라는 하나의 우주를 만나는 공간이다.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누군가의 삶, 또 하나의 우주를 영접하기에 좀 더 여유롭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할 뿐이다.



영화라는 가장 소중한 친구를 만나러 가기에 굳이 동행도 필요 없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걸어나올 때 어둠에서 빛 속으로 내던져지는 그 이질적인 느낌도 좋다. 영화라는 판타지와 현실이 묘하게 뒤엉키는, 오직 극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다.



 올 한국 영화계는 특별했다. 1000만에 육박하는 영화들이 쏟아졌다. 극장은 미어터졌고, 영화는 대중오락의 강자라는 위치를 확인했다. 올해는 또 한국영화의 문제작들이 나온 지 꼭 10년이기도 했다.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바람난 가족’ ‘지구를 지켜라’ 등이다. 기념 행사가 잇따랐다.



 물론 그간 산업적 성장만큼 내용적으로 그러한가는 의문이다. 10년 전에 비해 어떤 문제작이 있나? 1000만 근처의 메가히트작들은 안이한 상업주의에 매몰됐다. 젊은 감독들의 선전도, 파격보다는 안정 지향이었다.



 관객은 어떠한가? “제목 보고 골랐는데, 뭐야, 무서운 영화잖아.” ‘숨바꼭질’을 보고 나오면서 한 관객이 하는 말이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나 깊은 관심보다는 휴식과 사교를 위해 극장에 왔다가, 흥행한다는 혹은 많이 걸려 있는 영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고른 결과다. 이런 관객의 태도를 문제 삼자는 게 아니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 소비 환경, 영화문화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영화광이기도 한 이제하 시인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영화의 시대는 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과거 희귀 필름을 사서 모으던 시절의 열기를 추억했다. 이제는 그런 영화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영화를 통한 지적·예술적 갈구는 오히려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말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극장에 가지 않고, 짝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 이들은 목말라 뭔가를 찾는 기색이 아니라 순전히 게임의 연장으로 자극적인 시간이나 때우려는 표정들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영화라고 알던 것이 홀로그램 같은 것으로 바뀌고…관객들은 미라가 되어가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10년 전 한국영화의 약진을 보면서 한 문인은 ‘문학의 시대가 갔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영화의 시대’마저 간단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영화를 대하는 어떤 고전적인 자세, 혹은 이 시인 같은 영화광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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