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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4000억 영구채 발행이 관건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은 ‘마도로스’였다. 약관의 나이에 일본 상선 회사의 견습기관사로 일했던 그는 덕택에 1940년대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외항선을 타고 동남아 일대를 누볐다. 약관의 조 전 회장은 특히 당시 번성했던 국제도시 상하이(上海)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는 90년대 초 한 언론 기고문에서 “상하이를 둘러본 뒤 개척 의지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드넓은 세계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의 개안(開眼)이자 끝없이 이어진 도전의 시발점”이라고 회고했다.



[이슈추적] 국내 1위 해운사의 미래는
대한항공서 1500억 지원 덕
금융권의 긍정적 반응 기대
정상화는 해운 업황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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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당시의 감동을 잊지 않고 77년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바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조 전 회장은 한진해운에 대한 애착도 그만큼 강했다. 한진해운도 조 전 회장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국내 최대의 해운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조 전 회장이 별세하고 3남인 고 조수호 전 회장과 그의 부인인 최은영 현 회장이 잇따라 경영권을 이어받은 후에도 한진해운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 한진해운이 지난달 30일 형제기업인 대한항공, 즉 한진그룹 측으로부터 15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게 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한 배경에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있다. 해운업은 그 어느 업종보다도 세계 경기 변화에 민감하다. 경기 침체는 곧 화물과 운송료 수익의 감소를 의미한다.



특히 이번 경제위기는 아직까지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파가 길어 업계의 타격이 더욱 크다. 국내 3, 4위 기업이었던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갔고, 양강(兩强)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역시 2010년 이후 3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은 총차입금이 2010년 5조581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조502억원으로 불어났고 부채비율은 770%를 상회하게 됐다. 재무 상태가 나쁘다 보니 금융권이 외면해 돈줄도 막혔다. 올 연말까지 2500억원, 내년에 3900억원의 채무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돈을 마련할 방도가 없다 보니 결국 대한항공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과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매각, 컨테이너 운임 채권 유동화 등으로 마련한 1233억원에 이 1500억원을 더해 올해 채무 만기 도래분을 막고 내년에는 신규 자금대출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추가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영구채 발행 작업의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도 세웠다.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는 초장기 채권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와 한국회계기준원 등에서 잇따라 영구채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해 부채비율 상승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4억 달러(424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해 왔지만 금융권이 지급 보증에 난색을 표해 발행이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1500억원 지원으로 금융권의 분위기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발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 등 해운업계에서는 정부의 즉각적 지원도 촉구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 중 해운보증기금 설립은 내년이나 돼야 가시화할 분위기고, 회사채 신속 인수제는 신청과 동시에 부실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돼 활용이 힘들다”며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의 1500억원 지원과 관련해 한진해운 경영권 향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지분 15.36%를 1500억원 지원에 대한 담보로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해운은 한진해운홀딩스와 최 회장 측이 36.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최 회장의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측은 지분이 없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1500억원 변제에 실패할 경우 양자의 지분 격차는 21.53% 대 15.36%로 크게 좁혀진다. 경우에 따라 조 회장 측의 경영 관여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실적이 회복되고 자금 조달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1500억원의 변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한항공의 주가는 전날보다 4350원(11.33%) 하락한 3만4050원을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2552억원 증발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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