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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간섭은 싫어, 친구는 필요해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한때 한국을 휩쓸었던 ‘골드미스’와 비슷한 단어로 일본에는 ‘독신귀족(<72EC>身貴族)’이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포기하기 싫어 결혼을 거부하는 자발적 싱글남녀를 뜻한다. 불안정한 수입으로 결혼을 못하는 ‘결혼포기족’과 쌍벽을 이루며 일본 사회 비혼·저출산 현상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들. 후지TV가 지난 10월부터 방영 중인 ‘독신귀족’은 이들의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는 드라마다.



 주인공 호시노 마모루(구사나기 쓰요시)는 유명 영화제작사의 사장이다. 고급 리무진을 타고 다니며, 초고층 아파트의 펜트하우스에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에 버금가는 구두 컬렉션을 갖추고 있다. 데이트는 즐기지만, “데이트가 끝나도 여자가 집까지 따라 들어오는” 결혼은 싫다. “결혼하느니 할복을 하겠다”는 이 남자가, 가난한 시나리오 작가와 어찌어찌 얽히면서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는 내용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야기다.



일본 후지TV 드라마 ‘독신귀족’.
 드라마에는 ‘독신귀족’을 위한 다양한 명언이 등장한다. “여자는 코끼리와 같다. 보는 것은 좋지만 집까지 데려오고 싶지는 않다”(W.C. 필즈)라든가 “결혼이란 열병과는 반대로, 발열로 시작되어 오한으로 끝난다”(리히텐베르크) 등이다. 주변의 강요에 못 이겨 나간 맞선 자리를 견뎌내는 방법은 꼭 독신귀족이 아니라도 참고할 만하다. 상대방이 재미없는 이야기를 시작하면 마음속으로 야마노테선(서울의 지하철 2호선처럼 도쿄를 순환하는 전철) 역의 이름을 하나씩 외워라. 그러다 환승역이 나오면 내뱉는다. “아, 네~” 또는 “그렇군요.”



 하지만 제아무리 귀족이라도 외로움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게 살면 쓸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주인공은 답한다. “일 년에 이틀 외롭다. 하지만 그 이틀을 위해 나머지 363일을 망칠 순 없다”고. 이렇게 간섭은 싫지만 친구는 필요한 이들을 위해 요즘 일본에는 ‘친구 대여 서비스’가 인기라 한다. 지난주 아사히신문에 소개된 친구 대여 서비스 회사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렌털 프렌드’를 원하는 사례는 무척 다양하다. 새로 생긴 식당에 함께 갈 친구가 없는 사람, 취미클럽에 가입하고 싶은데 혼자 참가하기 쑥스러운 이, 쇼핑 도우미가 필요한 노인 등등. 가격은 시간당 3만~6만원 선.



 ‘돈 주고 빌린 게 무슨 친구냐’고 발끈하기엔 너무 외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호평이 자자한 영화 ‘그래비티’를 아직 보지 못했네? 혼자 3D 안경을 쓰고 앉아 있기는 민망하다. 대여가 필요하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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