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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4좌 베이스캠프를 가다 <17> 초오유(상)

초오유 가기 전 딩그리 마을 언덕에서 본 일출. 초오유와 시샤팡마 사이에 있는 랍치 캉 동면에 볕이 들고 있다.


중국(티베트)과 네팔의 국경을 이루는, 세계 6위봉 초오유(Cho Oyu·8201m)는 근래 북쪽에서만 등반이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초오유 북면 베이스캠프(5700m)로 가기 위해서는 티베트로 가야 했다. 중국 시짱(西藏)자치구, 라싸(拉薩·3700m)에서 1주일 정도 걸린다.

[중앙일보·밀레 공동기획] 숨조차 가쁜 해발 5300m, 그곳은 부부의 삶터이자 일터



1 초오유베이스캠프로 향하는 야크 행렬. 해발 5300m 지점부터 야크 카라반이 시작된다.
쫓아가면 금방 사라질 것 같은 설산



해가 뜨는 순간 히말라야 만년설은 금빛으로 빛났다. 동쪽이나 남쪽에 있을 때 그렇다. 북서쪽에서 접근하는 초오유는 해가 뜰 때 오히려 사위가 먹먹했다. 동벽에 막혀 부서진 햇살은 푸른 하늘색을 머금고 북쪽으로 넘어왔다. 그 빛은 푸르스름했다.



지난 9월 28일 라싸에서 지프로 이틀을 달려 초오유 베이스캠프 트레킹의 거점 마을인 딩그리(Dingri·4300m)에 도착하기까지 초오유의 전설에 관해 생각했다. 현지인의 구전에 따르면 초오유는 ‘터키옥의 여신’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혹자는 ‘신의 머리’ 또는 ‘강력한 통치자’로 해석하기도 한다. 1954년 초오유를 초등한 오스트리아 등반가 헬베르트 티치는 초오유 남쪽에 있는 셰르파(네팔 고산족) 마을의 라마에게 들었다면서 ‘초오유는 거대한 머리라는 뜻’이라고 기록했다.



그러나 『티베트에서의 7년』의 저자이자 오스트리아 탐험가 하인리히 하러는 ‘거대한 머리’가 아니라 ‘신의 머리(Cho-i-u)’라고 주장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전부 현지인에게 전해 들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초이유(Cho-i-u)는 티베트 말로 ‘대머리’라는 뜻도 있다는데, 이와 관련된 티베트 전설도 있다. ‘대머리 신’ 초오유가 ‘어머니의 신(母神)’ 초모룽마(8848m·에베레스트의 티베트 이름)에게 청혼을 했지만, 초모룽마가 거절해 둘이 등을 돌렸다는 설이다.



티베트 설산은 고원 지평선을 틀어막고 서 있었다. 상록수림 위에 떠 있는 네팔의 7000~8000m 고산과 비교해 고원 설산은 신비 그 자체였다. 네팔의 설산이 푸른 세상을 넘어가면 접할 수 있는 샹그릴라처럼 느껴졌다면, 티베트의 설산은 쫓아가면 금방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천공(天空)의 성(城)’이었다. 속세의 끝이자 내세로 들어가는 길, 그래서 산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티베트 고원의 설산은 저마다 전설을 간직하고 있었다.



2 딩그리 마을의 보리 탈곡. 탈곡기에서 나는 거대한 흙먼지가 초모룽마 쪽으로 흘러갔다.


초오유가 손에 잡힐 듯한 딩그리마을



딩그리의 다른 이름은 ‘올드 팅그리’다. 이 마을에 있던 팅그리 현청(縣廳)이 북쪽 30㎞ 밖으로 이전하면서 딩그리는 작고 휑한 마을로 남았다. 거리에는 주인 없는 개들이 넘쳐났고, ‘G318’ 국도변에 늘어선 티베트 전통 흙집은 벌거숭이처럼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방은 토굴 같았다.



4 딩그리 마을 언덕에 세워진 오색 룽다.
그러나 이튿날 이른 오전 딩그리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다. 통신용 안테나가 설치된 작은 언덕에 올라가니 초모룽마와 초오유, 시샤팡마(8027m)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북동쪽으로 100㎞ 이상 떨어져 있는 초모룽마 정상부는 피라미드처럼 뾰족했다. 네팔에서는 볼 수 없는 에베레스트 북벽의 위용이었다. 직선으로 30㎞ 거리에 있는 초오유 능선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또 서쪽 랍치 캉(7367m) 능선은 동쪽에서 올라오는 볕을 받아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천혜의 히말라야 전망대로, 지금까지 다녀본 어느 곳보다 탁월했다.



더 놀라운 광경은 그다음이었다. 태양이 동쪽 산 능선을 완전히 타고 올랐을 때, 언덕 아래 평원에서 거대한 흙먼지가 일었다. 이날은 딩그리마을 ‘보리 탈곡의 날’로 온 마을 사람이 저마다 경운기 동력을 이용해 탈곡을 하느라 마치 전쟁이 난 듯했다. 탈곡기 수십여 대가 돌아가니 평원은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흙먼지는 바람이 돼 초모룽마를 향해 흘러갔다. 딩그리 사람들이 어머니의 신 초모룽마를 향해 피워 올리는 거대한 향처럼 보였다.



언덕을 내려가 흙먼지 속으로 들어갔다. 태양을 바라보고 선 평원은 흑백의 세상이었다. 희뿌연 먼지 속에 바삐 움직이는 농부들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였다. 벌써 새참을 먹고 있는 무리도 있었다. 보리로 만든 칭커주(酒)를 한 잔씩 돌리며 고단한 하루를 다짐하고 있었다. 보릿단을 깔고 앉은 그들의 등 뒤로 흰 설산이 포개졌다. 사시사철 8000m 산을 등지고 밭을 일구는 딩그리마을 사람들은 마치 신의 사람들 같았다.



3 미국 원정대가 초오유 등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해발 5300m에도 아이 웃음소리가 …



다음 날 오전 드디어 초오유로 향했다. 마을에서 출발해 비포장길을 10여 분 달리면 초모룽마와 초오유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왼편으로 길을 틀면 초모룽마, 곧장 달리면 초오유 베이스캠프다.



4900m 지점에 ‘차이니스 베이스캠프’로 불리는 검문소가 있다. 20세기 초·중반 초오유 탐사 초기에는 이곳이 베이스캠프였다. 하지만 8년 전 중국 정부가 5400m까지 길을 낸 이후로 이 지점은 차량 검문소가 됐다.



검문소에서 빙하를 따라 올라가면 유서 깊은 낭파라(Nangpa La·5716m) 패스다. 16~17세기 동부 티베트인이 네팔로 이주한 길이며, 최근까지 야크 카라반이 이뤄진 교역로다. 하지만 낭파라는 근래 몇 년간 길이 열리지 않았다. 서너 시간 거리에 아스팔트 길이 있어 굳이 설산을 넘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초병 한 명이 “모두 내려 이곳에서부터 걸어가라”고 지시했다. 초병은 이어 “등산 허가증에 외국인 2명만 등록돼 있다. 운전기사와 가이드·쿡(Cook)은 허가증에 없으니 외국인 둘만 갈 수 있고, 차는 못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야크 비용을 돈으로 낼 테니 차로 가게 해달라”고 협상을 했다. 대답은 “노”였다. 대신 절충안을 내밀었다. 초병은 “여기에서 미들캠프까지 차로 가고, 미들캠프에서 베이스캠프까지는 야크를 이용하라”고 말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가라고 할 때 얼른 떠나는 게 상책이었다.



초오유는 중국과 네팔 접경지역에 있어 트레커라도 등산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트레커를 수행하는 현지 스태프까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의문은 금방 해소됐다. 초소 근방에서 풀을 뜯는 야크를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짐작으로 야크몰이꾼과 초소 군인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듯했다. 야크 한 마리의 하루 이용료는 200위안(약 3만6000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방법이 더 나았다. 평지에서 시작하는 미들캠프(5300m)는 고소 적응하기에 좋았다. 반면에 찻길의 끝인 5400m 지점은 경사가 심했다. 미들캠프에 오니 약간의 고소 증세가 찾아왔다. 해발 3700m 라싸에서 차를 타고 단번에 5300m까지 왔기 때문이다. 역시 고소 적응은 천천히 걷는 게 최고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심호흡을 몇 차례 했더니 나아졌다.



미들캠프에는 민가 한 채가 있었다. 해발 5300m의 민가. 그동안 가본 곳 중에서 가장 높이 있는 집이었다. 세 아이의 부모인 슈툰(29) 부부는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오는 원정대와 트레커에게 차와 라면을 팔고 있었다.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빙퇴석 지대에서 들리는 어린아이 웃음소리가 위안을 주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이번 여정의 첫 번째 야영에 들어갔다. 텐트 위로 초오유 북면과 정상이 보였다. 미들캠프에서 베이스캠프까지는 약 10㎞. 5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초오유 베이스캠프 트레킹 정보=초오유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지프를 타고 네팔·중국 국경을 넘는 길로 딩그리까지 2~3일이면 갈 수 있다. 그러나 해발 1400m 카트만두에서 4300m 딩그리까지 차로 가기 때문에 고소 증세를 동반한다. 라싸에서 지프를 타고 접근하면 사나흘 정도 걸린다. 티베트의 정치·종교의 중심지 라싸와 시가체(3800m)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돌아올 때는 네팔 국경을 넘어 카트만두로 빠져나오는 게 좋다. 초오유는 중국의 국경 지역이라 비자 외에 티베트등산협회가 발급한 등반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동안에도 수시로 검문을 받는다. 여러모로 비용이 많이 든다. 여행 적기는 봄과 가을이며,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약 열흘 정도 걸린다. 국내에서는 ‘M투어(02-773-5950)’ ‘유라시아트렉(02-737-8611)’에서 관련 상품을 운영한다.





초오유(티베트)=김영주 기자 , 사진=이창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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