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서소문 포럼] 김정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흔들기

강영진
논설위원
올해는 유난히 남북관계에 진통이 크다.



 2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뒤 북한은 곧장 남북 대결로 진입했다. 3월 5일 국방위원회가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야전 포병군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선언하고 4월 3일 개성공단 통행 제한, 8일 북측 근로자 철수, 5월 7일 “서해 5도 불바다” 위협,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시험과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런 대결 소동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선봉에 섰다. 연평도 포격 당시 교전 현장이던 장재도 등을 방문해 험악한 대남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암시하는 지도가 걸린 방에서 심야 작전회의를 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노동신문에 크게 실리기도 했다. 젊은 새 지도자가 한·미의 군사적 압박에 ‘배짱 있게’ 맞서는 모습을 과시하는 것이 주목적인 듯했다.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북한의 강경 태도에 정부도 맞불을 놓았다. 결국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전면에 나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협상을 시도했다. 남북회담이 상당한 진통 끝에 합의가 이뤄져 지난 9월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었다.



 8월 한 달 내내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남북관계 논평은 “화해와 단합은 시대의 요구, 겨레의 지향”과 같은 유화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심지어 8월 중순 한 민간단체가 북한을 향해 삐라를 담은 풍선을 날려 보낸 것조차 당시엔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했던 금강산관광 재개가 힘들어지자 대남 자세가 돌변했다. 8월 29일 국방위 정책국 담화를 통해 UFG연습과 삐라 살포를 문제 삼은 것을 시작으로 조평통과 국방위의 대남 비난이 이어졌고 노동신문의 논평도 대남 비난 일색이 됐다. 9·10월 두 달 동안 북한은 모든 매체를 동원해 대남 비난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쏟아내고 있다.



 특이한 건 조평통과 국방위원회 공식 발표 가운데 딱 1건만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은 것이다. 바로 10월 8일자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기자 답변’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실명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내용이다. 스스로도 신문에 싣기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부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24일자 노동신문은 기명 논설에 비해 격이 높다는 ‘논평원 해설’ 형식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평함’이라는 글을 실었다. “북남관계 개선을 전면 부정하고 체제 대결을 추구하는 반통일 정책”이라고 조목조목 주장하는 내용이다.



 또 김정은이 대결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상반기와 달라진 특징이다. 북한은 하반기에 군사적 움직임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으며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경제 건설에 몰두하고 있음을 부각하고 있다.



 올해 남북관계에 부침이 큰 이유를 몇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우선 북한 내부사정이다. 올해 권력승계 2년차인 김정은이 확고한 카리스마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반기 김정은이 한·미와 군사적 대결의 전면에 나선 것이나 하반기 경제문제에 몰두하는 것은 각각 국방과 경제를 책임지는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둘째, 김정은의 성격이다. 김정은은 지고는 못 사는 승부기질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사진 등을 통해 나타난 김정은의 표정과 몸짓이 예전에 비해 훨씬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그의 승부기질이 남북관계 부침의 진폭을 크게 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더 이상 장성택이나 김경희의 권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소식도 있다.



 셋째, 북한의 핵개발 진전이다. 핵무기 보유를 과시하면서 군사적으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3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내놓은 것도 핵개발 진전을 통해 남측과의 군비경쟁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도 남북관계는 올해처럼 춤을 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남북관계는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가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강영진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