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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산업은행, '금산 공룡' 오명 벗으려면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산업은행 개혁이 정말 시급합니다. ‘고삐 풀린 금산(금융·산업) 공룡’이란 표현이 딱 맞습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방만 경영과 낙하산 인사 실태를 고발한 본지 기사(10월 29일자 B1면)에 대한 금융권 인사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제조업에서만 총자산 69조3260억원(재계 7위 규모)을 거느린 산은은 계열사와 구조조정 기업에 해마다 수십 명의 퇴직 인사를 내려보내 영향력을 키웠다. 계열사에서는 산은 퇴직자를 ‘수석부사장’으로 예우하기 위해 전무들을 모두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가 하면 골프장 대표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금융·소매금융과 같은 모든 영역에 손대며 민간 금융회사의 영역을 침범했다. 이런 무분별한 덩치 키우기의 결과는 심각하다.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최악의 경우 올해 1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13년 만의 적자다.



 책임 소재를 가리자면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산은에 있다. 산은 스스로 정부의 손실 보전을 믿고 리스크 관리보다는 여기저기 업무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구조조정 기업이 산은 휘하에만 들어가면 회생하지 못한 채 산은 계열사로 주저앉아 경쟁력을 잃는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산은의 잘못으로만 돌릴 순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은의 정체성을 흔든 정부에 근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했던 ‘산은 민영화’는 박근혜정부 들어 사실상 중단됐다. 현 정부는 산은을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해 예전 같은 정책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선회에도 불구하고 산은의 정체성은 여전히 어정쩡한 상태다. 정책금융에 집중하라고 했지만 지난 정부에서 민간 금융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키워 놨던 상업은행(CB)·투자은행(IB) 기능은 그대로 갖고 있다. 산은 직원들 사이에서 “조직은 민영화 체제인데 어젠다만 정책금융”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산은 개혁의 첫 단추는 명확한 정체성 확립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산은의 ‘중증 비만’은 상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정책금융기관으로 재편할 거라면 소매금융은 과감히 정리하는 게 맞다.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도 자꾸 간섭하기보다는 산은에 전권을 주되 부실에 대해서는 확실한 책임을 묻는 원칙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산은이 ‘금산 공룡’이라는 오명을 벗고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는 옛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다.



이태경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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