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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왜 멀리서도 찾는 걸까요, 서울 외곽 아파트 단지 상가를

판교 주상복합아파트 호반 서밋플레이스의 상가 아브뉴프랑. 일반적인 아파트 상가와 달리 스트리트형 구조를 도입했다. [김경록 기자]

12일 오후 동판교에 있는 아브뉴프랑. 이곳에 입점한 카페 세시셀라는 커피와 당근 케이크를 먹는 20~30대 여성들로 가득해 빈 자리가 없었다. 20~30m 떨어진 고깃집 투뿔등심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1시인데도 예약 없이 갔더니 “웨이팅 시간이 1시간30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브뉴프랑은 올 4월 문을 연 판교의 주상복합아파트인 호반 서밋플레이스 단지 안 상가다. 하지만 여느 아파트 단지 상가와는 다르다. 이 아파트 단지엔 3개 동에 고작 178 가구가 살지만 상가엔 주말이면 하루 1만 명이 몰린다. 인근 판교와 분당·용인·동탄에서까지 이곳을 찾기에 가능한 숫자다. 아브뉴프랑 손종달 이사는 “고객 60~70%가량은 판교 외 지역에서 찾아온 외지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판교의 작은 아파트 단지 상가에 왜 사람이 몰리는 걸까.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남을 소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판교에서 강남을 소비하다니, 무슨 말일까.

 요즘 어디가 뜨는지 알아보려면 얼마나 많은 블로그 포스팅이 올라와 있는지 찾아보면 된다. 검색 사이트에서 아브뉴프랑을 검색했더니 5100여 건이 떴다. 최근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이태원 옆 경리단길이 8400여 건이라는 걸 감안하면 요즘 이곳이 얼마나 ‘핫’한지 알 수 있다. 아니, 한 번만 가보면 더 쉽게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아직 주변이 다 정리되지도 않은 신도시라 주차 공간이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이곳을 찾았을 때 차를 못 세워 한참 애를 먹었다. 주차장은 물론 주변 도로가 온통 불법 주차한 자동차로 들어 차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다. 유행을 선도한다는 강남에서 지금 제일 잘나간다는 브랜드들이 대거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주민 편의를 위한 세탁소나 문방구 같은 건 하나도 없다. 대신 로이스(초콜릿)와 타르틴·세시셀라·투뿔등심 등 인기 있는 브랜드 맛집(카페)이 가득 차 있다. 서울, 그것도 주로 강남이나 이태원에서만 볼 수 있는 콧대 높은 브랜드들이다.



 서 교수는 “분당과 판교·수지·동탄 등의 주민은 원래 서울에 살았거나 직장이 서울인 경우가 많다”며 “평소 강남을 욕망하던 사람들이 굳이 힘들여 강남까지 가지 않고도 편리하게 강남을 소비할 수 있는 장소라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같은 유명 브랜드 입점 전략을 ‘생존 공식’으로 분석했다.

 아브뉴프랑을 찾은 송지영(37·분당구 구미동)씨는 “전엔 이태원이나 강남 쪽으로 많이 갔는데 거기 있는 붓처스컷이나 블루밍가든 등이 이곳에 다 생겨 이젠 여기에 주로 온다”고 말했다.

민은진(27·남양주) 씨도 “원래 세시셀라 당근케이크를 좋아했는데 여기 생긴 이후 이거 먹으러 자주 온다“며 “성남 친정집에 들렀다가 엄마랑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서 교수 분석대로 실제로 많은 이가 ‘강남’ 대체제로 이곳을 찾는다는 얘기다.



 여기서 당연히 드는 의문점 하나. 판교의 작은 아파트 단지 상가가 서울에서도 깐깐하기로 소문난 브랜드들을 어떻게 대거 입점시킬 수 있었을까.

 아브뉴프랑 손 이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아브뉴프랑 롤모델을 가로수길로 삼았다. 가로수길이 편하거나 물건이 많아서 가는 게 아니지 않나. 세련되면서도 트렌디한 이미지 때문에 외부에서도 찾아간다. 우리도 20~30대 트렌드세터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브랜드를 조사해 입점을 요청했다. ”

입점업체 섭외는 글로벌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맡았다.

 처음부터 이런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분양은 아예 하지 않았다. 손 이사는 “좋은 브랜드 유치를 위해 국내 최초로 분양이 아닌 100% 임대를 도입했다”며 “분양을 하면 싸구려 업체가 들어와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붓처스컷과 블루밍가든·투뿔등심이 소속된 SG다인힐 장현지 마케팅팀 과장은 “대중성보다 분위기·가격·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구매력 높은 고객이 모여 있는 강남과 광화문 등에만 매장을 오픈했다”며 “서울 외곽 지역은 고려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아브뉴프랑은 우리 컨셉트와 잘 맞아 점포를 냈다”고 말했다. 게스트로펍 김성식 사업팀 과장도 “비싼 가격대 때문에 서울에서도 고객의 경제적 수준력이 높은 지역만 문을 연다”고 말했다. 그런 게스트로펍의 마음을 바꾼 것도 역시 아브뉴프랑의 잘 짜인 전략이었다.

 아파트 상가지만 인근 주민만 바라보고 장사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해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민만을 위한 상가가 아니라는 건 입점 업체 성격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동네에 응당 하나씩 있어야 할 약국이나 수퍼마켓·세탁소·정육점 등이 여기엔 없다.



 아브뉴프랑 측은 “아브뉴프랑 컨셉트와 맞지 않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했다”며 “필요하다고 하나둘 자리를 내주면 세실셀라 같은 잘나가는 강남 가게를 끌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춘 상가 114 팀장은 “이젠 들어오고 싶어도 높은 임대료 때문에 세탁소나 소규모 빵집 같은 이른바 주민 생활편의용 가게가 입점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철 채소를 활용한 한식 뷔페(위)와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은 이탈리아식 수제 젤라또 점포(아래)에 손님들이 줄지어 서있다. 두 곳 모두 요즘 핫한 브랜드로, 강남보다 앞서 입점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대성공이다. 여성의류점 디 팩토리 관계자는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300명 이상”이라며 “명동 매장보다 여기가 더 낫다”고 말했다. 다른 매장들 답변도 다 비슷했다. 많은 상권이 불황 탓에 울고 있는데 유독 이곳에서만은 다들 “갈수록 장사가 잘된다”거나 “손님이 늘고 있다”는 거다. 아브뉴프랑보다 3개월 뒤에 문을 연 판교 푸르지오 월드마크 단지 내 상가와 비교하면 이곳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는 걸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푸르지오 월드마크 상가는 아브뉴프랑과 4차선 도로를 보고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비어 있는 가게가 더 많다. 또 이미 입점한 업체도 다른 아파트 상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트 등 편의시설 등이 대부분이다.

 아브뉴프랑이 기존 아파트 상가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점포 형태다. 건물 안에 네모 반듯하게 구획을 나눈 박스형 상가가 아니라 파주 등에 있는 프리미엄 아웃렛 같은 스트리트몰 형태다. 박스형은 공간 효율성은 매우 높지만 고객은 상가 출입구를 통해 내부에 들어가서야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스트리트몰은 가운데 공간을 비워 사람들 동선을 중시한다. 상가 가운데에 광장과 거리를 만들고 좌우로 매장을 배치해 매장 특색과 독립성을 높여준다.

 최근 지어진 인천 송도의 센투몰이나 서울 합정의 메세나폴리스 등이 다 이런 형태다. 주상복합인 메세나폴리스도 유니클로 등 기존 아파트 상권에서 볼 수 없는 트렌디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메세나폴리스 공사를 담당한 남경호 GS건설 메세나TF 부장은 “답답한 실내에 갇히게 되는 박스형으로 만들면 좋은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동대문으로 상징되는 평범한 박스형 상가로는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의 쇼핑 트렌드도 점차 백화점(식)에서 스트리트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분양 중인 위례 신도시의 아이파크 애비뉴나 강남역 센트럴 애비뉴도 아브뉴프랑처럼 스트리트몰 형태로 지어지고 있다.

 서 교수는 “아브뉴프랑은 스트리트몰이라는 트렌드와 고급화 전략을 잘 결합한 성공 사례”라며 “아파트 상권이 인근 아파트 주민들만 움켜쥐면 된다는 기존의 안이한 발상을 뛰어넘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글=유성운·심영주·조한대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강남역에서 아브뉴프랑까지 가는 방법

●강남대로→남부순환로→경부고속도로→판교톨게이트→서현로→대왕판교로→아브뉴프랑
●강남대로→언주로→분당내곡간도시고속화도로→동판교로→아브뉴프랑
※대중교통: 강남역(지하철 신분당선)→판교역(신분당선)하차→아브뉴프랑(도보 5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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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