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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추진력으로 우주 이동? 과학자 눈엔 난센스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 3D 기술을 이용해 우주 공간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을 밟기도 전인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내놓았다.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을 때였지만 영화 속 유인 우주정거장의 모습은 놀라웠다. 50년 전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과학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우주에 대한 꿈과 상상력만으로 미래에 벌어질 우주탐사 활동을 연출했다는 점은 당대 사람들에게 충격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 영화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이 타이틀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로 넘겨주어야 할 것 같다.

항공우주과학자가 본 SF 영화 ‘그래비티’

‘그래비티’에 출연한 샌드라 불럭(왼쪽)과 조지 클루니.
우주선 속에서 머리 모양은 산발이 정상
‘그래비티’의 모티브는 ‘우주 쓰레기’다. 허블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파견된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 박사는 러시아가 자국의 첩보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는 바람에 생겨난 우주 쓰레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다. 갖은 고난과 죽음의 위기를 겪은 끝에 그는 어렵사리 지구로 귀환한다.

 이처럼 단순한 이야기가 호평받는 이유는 3D 기술을 이용해 우주 공간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연출했기 때문이다. 또 러닝타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샌드라 불럭의 연기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되돌아보고 삶의 희로애락을 반추하게 만들었다.

 스톤 박사가 잠시 위험에서 벗어나 우주선에 다시 탑승했을 때, 두꺼운 우주복을 벗고 안도의 숨을 쉬기 위해 미세중력(지구 주위엔 미세하나마 중력이 존재한다)의 공간에 웅크린 채 둥둥 떠 있는 장면은 탄생을 기다리는 태아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스톤 박사가 불시착한 지구의 어느 호수에서 뭍으로 힘들게 올라왔을 때 지구 중력이 낯설어 간신히 나와 두 발로 일어서는 장면 역시 뭉클하다.

 영화는 스톤 박사가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우주복의 생명유지 장치가 영원히 작동한다고 해도 우주를 떠돌면서 지구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만 해야 한다면, 목적지도 알 수 없는 우주 속으로 한없이 날아가는 신세가 된다면 시시포스 신화에 나오는 극한의 형벌과 무엇이 다를까? 지구의 생활이 설령 고통스럽다 해도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부대끼고 사는 것의 소중함을 영화는 선사한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우주비행사들을 인터뷰한 책 『우주로부터의 귀환』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구는 우주의 오아시스’라고 말한 사람은 유진 서넌(제미니 9호, 아폴로 10호·17호)인데, 이 말에는 우주 공간이라는 생명의 사막을 여행한 우주비행사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지금 이곳과 먼 그곳에만 생명이 있고 그 둘을 둘러싼 모든 것이 죽음의 공간이라는 상태에 놓여 있다면 자신과 지구를 연결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생명이라는 유대’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영화가 보여주는 물리적 법칙, 우주선의 내부 모습, 미세중력하에서의 움직임 등은 상당히 사실적이다. 그럼에도 과학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처럼 ‘그래비티’에도 과학적 오류가 존재한다.

 영화 속에서와 달리 제각각의 궤도에서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중국 우주정거장, 허블망원경은 그렇게 가까이 있지 않다. 우주인들이 우주복을 입고 가고 싶은 방향대로 유영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중국어투성이인 중국 우주정거장에 처음 탑승한 스톤 박사가 고장 나기 일보 직전인 우주선을 수동으로 조작해 무사 귀환하는 것 역시 무리다. 대기에 재진입할 땐 매우 정교한 제어가 필요하다. 1~2도 사이에서 정교하게 각도를 조정하지 못했을 경우 우주 공간으로 튕겨나가거나 불에 타 죽기 십상이다. 이것은 물수제비를 뜨는 것과 같은 논리다. 각도에 따라 물 표면로 돌이 튕기는 것처럼 지구의 얇은 대기권을 통과할 때 각도가 맞지 않으면 지구로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몰입을 가장 방해했던 건 스톤 박사가 소화기의 추진력을 이용해 중국 우주정거장에 다가가는 장면이었다. 우주용 소화기는 이산화탄소를 뿜어낸다. 작용·반작용 법칙을 이용한다면 소화기를 사용해 약간 움직일 순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정확한 위치를 찾아 우주정거장으로 다가서는 건 불가능하다. 작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 가까이 가려 해도 아주 정밀하게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소화기를 뿜으며 유영하는 스톤 박사의 모습은 과학자가 보기에 우스운 장면일 수밖에 없다.

 또 늘 단정한 스톤 박사의 헤어스타일도 오류다. 미세중력하의 우주선 안에서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퍼져 산발이 돼야 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지적사항을 알고 있다. 우리는 픽션의 틀 안에서 정확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과학적 정확성을 위해 산발한 스톤 박사를 보는 것보다는 이런 오류쯤은 애교로 봐주는 편이 나을 듯하다.

우주정거장 충돌 피하려 15번 궤도 수정
영화처럼 우주 쓰레기로 인한 ‘사고’가 생길 가능성은 있을까.

 2007년 1월 중국은 자국의 버려진 위성을 대상으로 우주 요격 시험에 나섰다. 시험이 성공한 탓에 엄청난 우주 쓰레기가 만들어졌고, 국제 사회는 비난을 쏟아냈다. 2009년에는 인공위성과 인공위성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건(이리듐-코스모스 충돌사건)이 발생하면서 관측 가능한 지름 10㎝ 이상의 우주 쓰레기가 많이 만들어졌다. 2007년 이전 약 1만5000개였던 것이 이후 2만2000여 개까지 늘어났다. 이렇게 파괴된 우주 쓰레기들은 구름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다가 제각각의 방향·속도·크기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퍼져나간다. 지구 주위 저궤도(고도 2000㎞ 이하)상에서 떠다니는 우주 물체들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고도를 낮춰(희박하나마 존재하는 대기밀도에 의한 저항 때문이다) 결국 대기권에 진입한다. 이때 대부분 마찰열로 인해 불타 없어진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위성은 고도 800㎞ 상공에 있었다. 현재 미사일 요격으로 발생한 파편들은 그 이하의 고도로 점차 넓게 퍼져나가고 있다. 고도 685㎞에서 주로 운영하는 우리나라 아리랑 위성들에 접근하는 일도 있고, 더 낮은 곳에 있는(고도 350㎞) 국제우주정거장도 중국 위성 파편들을 피해 궤도를 변경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을 중심으로 좌우 25㎞, 상하 0.75㎞의 가상공간을 피자박스라 부른다. 아주 납작한 형태라 붙은 애칭이다. 이 피자박스에 접근하는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확률이 10만분의 1이면 우주인에게 지상에서 경고를 하고, 1만분의 1 이상이 되면 무조건 궤도 조정을 통해 충돌을 피하도록 한다. 하지만 예상할 수 없는 위성 요격이나 우주 충돌로 갑작스레 생겨난 우주 쓰레기가 몰려오는 경우 정거장을 떠나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소유스 우주선으로 급히 대피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은 1998년 본격적인 운용을 시작한 이후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궤도 조정을 15회 수행했다. 2011, 2012년에는 한 차례씩 우주인이 소유스 우주선으로 대피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아폴로 9호의 우주비행사였던 러셀 슈와이카트는 “우주 체험을 한 뒤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고 말했다. 우주비행사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만큼 강력했던 체험은 ‘그래비티’의 스톤 박사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진다. 영화의 오류에 몰두해 영화를 볼 필요는 없는 이유다. 만에 하나 이 때문에 엔딩이 끝난 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영화 보기의 오류가 될 터이니 말이다.



김해동 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6년부터 아리랑위성·천리안위성의 관제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2010년부터 우주파편 충돌위험 종합관리시스템 개발의 연구책임자 및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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