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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마구잡이 증인 채택 잘못 … 분명한 기준 세워야”

조용철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50호실은 ‘국정감사 NGO(비정부기구)모니터단’의 야전사령부라 할 수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을 비롯한 270여 개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인 모니터단은 올 국정감사 기간(10월 14일~11월 2일) 동안 17인의 공동단장과 6개 집행위원회의 조직 아래 1000여 명의 모니터 요원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국회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국감을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평가한다. 250호실은 모니터단의 총괄 사무실 겸 화상 모니터실이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홍금애 총괄집행위원장

25일 오전 찾아간 이 방엔 20여 명의 모니터 요원이 컴퓨터·TV 앞에서 이날 진행 중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를 지켜보며 질의·응답 상황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었다. 벽면엔 ‘국가 정책과 살림을 감시하는 국회의원의 활동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의 꽃’과 같은 문구가 곳곳에 걸려 있는 가운데 책상 위엔 ‘모니터링 보고서’ ‘출결·이석 상황표’가 놓여 있었다.

모니터단의 실무를 책임지는 홍금애(53·사진) 총괄집행위원장은 250호실의 야전사령관이다. 홍 위원장은 1992년부터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일하며 현재 기획실장을 맡고 있고, 15대 국회(1999년)부터 국정감사를 모니터해 왔다. 홍 위원장에게 박근혜정부 첫 국감 모니터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리당략 국감, ‘한 말씀’ 국감 여전
-국정감사 중간평가 점수로 ‘C’를 줬다.
“낙제 수준으로 D를 줬던 지난해 국감보다야 낫지만, B수준이던 18대보다는 떨어져 C를 줬다.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국감은 의원들 준비가 부실해 수준이 워낙 낮았다. 국감의 파행 정도나 수준을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국감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C를 넘기 힘들다. 사실 내부적으로 C 마이너스로 내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올 국감의 문제점은.
“피감기관이 역대 최다인 628개다. 수박 겉 핥기 식의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아서는 한 곳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일자리 대책과 소상공인 지원에 대해선 제대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대안을 내놓은 게 없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를 비롯한 일부 상임위에서 파행도 적지 않았다. 한낮엔 시간을 허송하다가 늦게야 국감이 시작돼 심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당리당략 국감’ ‘한 말씀 국감’ ‘전문성 부족’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 국감’이란 지적도 많다.
“그렇다. 마구잡이로 200여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잘못이다. 대중영합주의적인 보여주기식 기업 국감이라 할 수 있다. 정무위·환노위·산자위에서 많이 불렀는데 정작 제대로 된 질문·답변은 거의 없었다. 축구선수 박지성의 몸값이 얼마냐. 만일 박지성 선수를 국감에 불렀다면 하루 일당을 얼마로 쳐서 줘야겠느냐.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질문도 안 하면서 무작정 불러선 안 된다. 올해는 힘들겠지만 내년부터는 기업인들 부를 때마다 하루 일당이 얼마나 되는지도 한번 따져볼 생각이다.”

-기업인들을 왜 부른다고 보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하다면야 불러야 할 것이다. 근데 그것보다는 국회의원의 힘이 세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하다. 그 앞에서 큰소리도 치고.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고 빼는 데 로비도 상당하다고 들었다. 이번에 동양그룹 사태를 다룰 때는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른 게 도움이 됐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기업인 증인 채택 시 개선해야 할 부분은.
“기업인 증인 채택에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피감 정부기관과의 연관성, 실체적 진실 파악을 위해 필요한 정도,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해 엄격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와 같은 국정감사가 없는 선진 외국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청문회에 기업인을 부를 때 꼭 필요한 사람만을 불러 치밀하게 질문한다. 우리도 기업인 증인이 필요하다면 국감에 무작정 부르기보다는 평소 상임위원회에서 철저하게 준비한 뒤에 제대로 답할 사람을 골라서 부르는 게 낫다고 본다.”

- 매년 똑같은 사항을 계속 지적하는 ‘붕어빵 국감’이란 얘기도 끊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시정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점검이 없기 때문이다. 매번 해당 기관에서는 지적이 나오면 시정 조치하겠다고 대답하는데 사후 이를 책임지고 확인하는 조직이나 사람이 없다. 국회에서 국감 이후를 제대로 챙기지 않다 보니, 피감기관들도 국정감사 때만 버티고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예를 들자면.
“법사위를 예로 들어 보자. 올해도 법관기피신청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마다 반복되는 거다. 이건 관련 법·규정을 바꿔야 하는 문제인데도 매년 문제만 제기한다. 전년도 국감에 같은 지적이 있었는지, 해당 기관에선 어떤 답변을 했었는지, 시정하겠다고 했다면 실제로 고쳐졌는지 등등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매번 똑같은 문제점만 지적한다. 헌법연구관의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4년째 계속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이런 게 상임위별로 수십 개, 전체적으로 수백 개가 넘는다.”

-‘호통 국감’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피감기관들이 ‘의원들이 설마 모르겠지’ 하면서 교묘히 빠져나가려 할 때도 있다. 그럴 땐 엄격히 지적해야 한다. 하지만 공부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대로 따져 묻지 못하고 큰소리만 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말하면서 호통치는 게 국감이라고 잘못 배운 의원들도 있다. 피감기관을 앞에 두고 여야가 싸우는 것도 꼴불견이다. 얼마 전 한 의원이 자리에 없는 다른 의원석을 가리키며 ‘술 먹으러 나간 거다’라고 피감기관장 앞에서 말하는 걸 봤다. 자리를 비운 의원도 문제지만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도 창피한 일이다.”

피감기관이 진짜 무서워하는 국감돼야
-그렇다면 국감을 하지 말아야 하나. 사실 국감 무용론도 만만치 않다.
“아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 그동안 국정감사를 통해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고 개선된 것도 상당하다. 국감 초기엔 일괄 질문, 일괄 답변이었는데 중복 질문이 나오기가 일쑤였다. 답변도 엉성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문제가 있는 것은 고쳐 나가면 되는 것이다. 국감 없애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감사받는 국가기관이나 부패·비리 세력이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성과를 올리는 의원들도 상당하다. 예컨대 보건복지위 소속인 민주당 최동익 의원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가 있지만 점자 책자로 공부해 가며 철저히 준비해오기 때문에 질문이 충실하고 날카롭다.”

-중간평가는 C인데, 올 국감이 끝날 때 B라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가지만 집중해서 볼 계획이다. 앞서 말한 과거 국감 지적사항과 시정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점검을 얼마나 하느냐다. 이걸 잘하는 의원들에겐 높은 점수를 줄 방침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감사 또는 조사 결과에 대한 처리’ 규정이 있지만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누가 이를 맡아서 한다’는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상임위 전문위원이 시정처리 요구사항을 사전에 검토·보고하고 국회의원들이 이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래야 피감기관들이 진짜로 무서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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