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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턴 버블과의 전쟁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택버블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버블은 투자자들이 경제 상태에 비해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고 있는 걸 인식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며 “현재는 연준의 과도한 통화정책으로 몇몇 시장에서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빠르게, 너무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라고 얘기했다. 경고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이런 상황은 부동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버블은 부동산보다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이 더 심하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걸림돌이 버블 주가일 정도다.

사상 최저 수준의 채권 금리
여러 자산의 움직임을 살펴 보면 현재 상태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채권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40%였다. 이전 기록이 1945년 11월의 1.55%였으므로 저점이 0.11%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비슷한 무렵 다른 선진국의 금리도 하락했다.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20%까지 떨어졌는데, 지난 200년 동안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이처럼 금리가 낮았던 때는 없었다. 프랑스 역시 국채 수익률이 2.36%로 2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영국의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10년 만에 가장 낮은 0.63%였다. 선진국 모두에서 채권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금리의 저점은 선진국보다 늦게 나타났다. 올해 5월에 국채 3년물 금리가 2.44%까지 내려가 한때 정책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금은 32년에 걸친 채권 금리 하락세가 마무리된 후 저점 부근에서 횡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지난 100년간 금리 흐름에 비춰 볼 때 이런 형태는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식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주식시장은 21%나 올랐다. 지난해(13.4%)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을 좀 더 길게 해서 2009년 이후부터 보면 2011년 한 해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 4년 모두 두 자릿수 상승폭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전의 최고치와 비교해도 11%가 오른 수준이어서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러스트 강일구
부담되는 주가 상승세
국내 시장은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 이상으로 경제 상황과 비교한 주가 수준이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경제가 나쁠 때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경제가 바닥을 치고 나면 주가가 오를 여지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이하게 지난 1년반 동안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주가는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이 부분이 반대로 작용해 향후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바닥을 통과한 후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20개 대도시 주택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S&P케이스실러지수가 전년 대비 12.3% 급등할 정도다. 이 와중에 특이한 현상 하나가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상승했지만 주택 소유율은 2005년 69%에서 최근 65%로 하락했다. 이런 모습은 지금의 미국 부동산 가격 상승세 중 일정 부분이 실수요보다는 낮은 금리를 활용하는 상업적 수요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향후 금리 추세에 따라 부동산 수요 변동이 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 부동산 시장은 아직까지 버블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계속되는 가격 하락으로 소비와 같은 다른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경계해야 할 새로운 거품의 등장
향후 주식시장은 버블과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향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우선 자산 가격 버블이 국내외 모두에서 금융 완화 정책을 철회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 경우엔 물가 상승이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물가가 오를 경우엔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긴축 정책이 시행돼왔다.

5년 전에 버블로 인해 금융위기를 겪었던 선진국 입장에서 새로운 버블의 형성은 극도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버블이 생길 조짐이 있을 경우 선진국 정부는 당연히 모든 정책을 동원해 이를 막는 작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가격도 부담이 된다. 지난 5년간 주식과 채권·부동산 가격 상승은 선진국 경제 회복 속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환영 받아왔다. 이를 통해 소비 증가가 이뤄졌고 투자도 일정 부분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높을 경우다. 약간의 상황 변화에도 가격이 급변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2011년 4월 국내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미국 부채한도 협상의 영향으로 석 달 만에 급락한 경험은 높은 가격이 환경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시장은 두 개의 대립되는 개념 위에 움직이고 있다. 실물경제 수준과 주가가 대립하고 있고 자산 가격 버블 가능성과 금융 완화 정책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 예산안 논란에 따른 재료가 모두 소진됐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은 금융완화 정책의 변화 여부에 다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 점이 자산 가격의 버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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