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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 그 무례한 질주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 처음 도착하면 먼저 이 도시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놀란다. 이렇게 거대한 도시에서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막막하다. 조금 익숙해진 뒤에도 강남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한 후 시청 근처에 있는 영국대사관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이 도시의 교통시스템은 감사하게도 훌륭하다. 값싸고 깨끗한 지하철은 도시의 구석구석과 교외까지 뻗어 있다. 시내·시외·고속버스도 작은 마을까지 안 가는 곳이 없다. 택시도 영국 런던과 비교해 매우 저렴한 금액으로 탈 수 있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까지 갖춰 더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택시는 왜 많은 이에게 화가 치밀고 신경질 나며 때론 무섭기까지 한 경험을 안겨줄까.

첫째 이유는 승차거부다. 나도 승차거부를 많이 당했다. 횟수를 세다가 몇 번인지조차 잊어버렸을 정도다. 서울의 밤문화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홍대거리와 같은 ‘핫’한 장소에 갔다가 귀갓길에 승차거부를 당할 경우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분명히 ‘빈차’ 표시등은 켜져 있는데, 택시들은 나를 줄줄이 지나쳐간다. 목적지를 말하면 창문을 닫아버린다. 내가 사는 후암동은 택시기사들이 꺼리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그럴 때마다 난 혼란스럽고 분노를 느낀다. 도대체 이 택시기사들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어디길래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고객을 받아주지 않는 걸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고객을 태우는 게 손님을 기다리며 빈차로 돌아다니는 것보다 경제적 수입 면에서 더 낫지 않을까.

처음엔 언어장벽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다. 외국인이 목적지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못할 것을 우려해 태우지 않는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 친구들 역시 승차거부를 많이 겪는 걸 보고 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승차거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 방향이 목적지로 가는 방향과 다르다는 것이다. 때로 운전기사의 일장연설을 듣게 될 때도 있다. 한번은 영국에 사는 부모님이 한국에 놀러 오셨는데, 경복궁 앞에서 택시를 타려다 운전기사가 손짓을 하면서 반대편 길에서 택시를 잡으라며 소리를 질렀다. 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와 무거운 짐을 양손에 든 채 겨우 택시를 잡았는데 ‘다른 쪽에서 타지 왜 이쪽에서 탔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이런 경우 기사분에게 한국어로 길을 알려 드릴 수 있다며 법적으로 유턴이 가능한 길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나의 이런 시도는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만약 내가 ‘정확한’ 방향에서 택시를 잡고, 승차거부를 하지 않는 착한 기사를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이건 내가 겪어야 할 모험의 첫 발자국에 불과하다. 승객석에 있는 안전벨트는 좌석 커버에 가려져 착용이 불가능할 때가 많다. 택시기사들의 운전 속도에 비하면 이런 건 문제 축에도 끼지 못한다. 지난주 나와 내 여자친구는 택시를 탔다가 ‘남산 자동차 경주대회 그랑프리’가 생겼나 착각했다. 여자친구가 기사에게 천천히 가달라고 부탁했지만 운전기사는 코웃음으로 답하며 더 빠르게 운전했다. 심지어 예의 없는 욕설까지 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매너 없는 행동과 안전에 위협을 줄 운전습관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택시를 탈 때마다 나쁜 경험을 겪은 건 아니다. 좋은 추억도 많았다. 택시기사들과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한국어도 연습하며 이 환상적인 도시에 대해 배우게 된 게 많다. 택시기사들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을 거다. 최근 요금이 인상됐지만 여전히 낮은 요금에 경제적 어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금을 지불하는 나 같은 승객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내가 요금을 책정한 것은 아니기에 조금 더 안전하고, 불쾌하지 않은, 편안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이다.



콜린 그레이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법학을 전공한 후 기자로 일하다 외교관으로 변신했다. 스페인 등에서 근무하다 2011년 한국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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