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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황찬현 추천 … 비서실서 의견 더한 듯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가 25일 집무실에서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송사의 근본은 성의를 다하는 것)’이란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을 쓴 액자를 가리키고 있다. 안성식 기자
“교수는 아닐 겁니다. 그 밖에 언론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도 아닐 가능성이 커요. 전혀 의외의 인사가 국정감사 끝날 무렵에 지명될 수도 있습니다.”



감사원장·복지부 장관 인선의 정치적 의미는

양건 전 감사원장이 사퇴한 지 한 달 남짓 되던 지난달 말 양 전 원장의 후임자로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 김희옥 동국대 총장, 차한성 대법관 등이 언론에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SUNDAY가 소문의 진위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지난달 말 사임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후임자로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 안종범 의원 등이 거론됐을 때도 이 관계자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25일 황찬현(60)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감사원장 후보자에, 문형표(57)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지역안배 하려 해도 말처럼 쉽지 않아”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에 차관급인 황 후보자가 발탁된 배경엔 지난달부터 잇따라 불거진 공직사회 난맥상이 작용했다.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의 사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의혹, 국정원 댓글 수사 진통 등을 겪으면서 청와대 쪽에선 신임 감사원장은 관료사회 기강을 잡을 수 있는 공직자, 특히 법조인 출신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를 겨냥해 ‘인사 외압설’을 제기하면서 물러난 양건 전 원장이 교수 출신이란 점도 법조인에 무게가 쏠린 한 배경이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13일을 전후해 황 후보자가 후보군에 들어갔고 몇 차례 검증 끝에 박 대통령이 낙점했다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황 후보자의 발탁엔 김기춘 비서실장, 홍경식 민정수석의 의견도 참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 실장이 법조계 인사들을 두루 잘 알고 있으며, 서울고검장·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낸 홍 수석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대법원 추천으로 올라온 황 후보자를 천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세 사람은 지연(地緣)도 있다. 마산이 고향인 황 후보자는 마산고와 서울대 법대(1976년 졸업)를 나왔다. 김 실장도 마산중(고교는 경남고), 서울대 법대(62년 졸업)를 나왔다. 홍경식 민정수석도 마산 출신인 데다 황 내정자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74년 졸업)다. 그러나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능력 위주로 발탁한 결과일 뿐”이라고 지연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도 능력이 같다면 지역을 안배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지난 8월 국세청 1급 고위직 4명을 인선할 때도 해당 기수에서 가급적 다른 지역 인사를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최종 검증을 통과한 후보 전원이 TK(대구·경북)로 나오니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황 후보자 인선에 대해 새누리당과 여권에선 큰 이견이 없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수도권 다선 의원은 26일 “법원 쪽 사람들의 평가를 들어보니 (황 후보자가) 솔직담백하며 아주 직선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감사원장으로서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후보자가 ‘고도근시’로 병역면제를 받은 점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황식 전 총리도 부동시(不同視·두 눈의 시력 차가 큰 것)로 병역면제를 받았지만 감사원장에 별문제 없이 발탁됐다”고 말했다. “병역면제라도 사유가 분명하면 문제가 없다”는 박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김용준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게 총리직을 제의했던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두 아들이 다 병역면제”라며 두 차례나 고사했지만 총리직 후보자로 발탁한 바 있다.



새누리당 “배려” 요청 또다시 좌절

문형표 복지부 장관 후보자 발탁엔 박 대통령 본인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출범시킨 연금 태스크포스(TF)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방안을 조언했다. 이를 눈여겨본 박 대통령이 자신의 연금철학을 실천할 적임자로 그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1국민 1연금’ 시대를 열어 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고, 최소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 인선을 놓고 박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인재 발탁의 핵심 풀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후보가 이 회의에서 민생경제분과 위원으로 일한 데다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김경환 국토연구원장, 손양훈 에너지경제연구원장도 모두 자문회의 출신이어서다.



문 후보자 발탁으로 ‘서울고 파워’가 더욱 커진 것도 얘깃거리다. 문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그의 서울고 동기(27회)인 유진룡 문체부 장관·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합쳐 장관·수석 중 서울고 출신이 7명으로 늘어난다. 반면 경기고 출신은 5명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50대 후반부터 60대 후반의 세대 가운데 서울고 출신 인재가 많다 보니 나타난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첫 내각 인선을 마친 뒤 좌중을 향해 ‘성대(성균관대) 출신이 그렇게 많았나요?’라고 웃으며 묻더라. 언론이 ‘성대 출신이 대거 입각했다’고 기사를 쓴 걸 보고야 그런 사실을 알았다는 거다. 그만큼 학벌을 따지지 않고 능력 위주로 인선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사에서 또다시 새누리당의 ‘배려’ 요청이 수용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히 복지부 장관 인선을 놓고 “박근혜정부가 여당에 줬던 유일한 장관직”이라며 “당내 연금 전문가인 이혜훈 최고위원이나 안종범·강석훈 의원 등을 후보군에 올려달라”고 여러 채널로 청와대에 요청해 왔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신임 복지부 장관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보다 안종범 의원이 더 가능성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판단한다”고 발언하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신경 쓰는 건 25일 단행된 군 장성급 인사에서 “박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씨 동기들이 대거 발탁됐다”는 여론의 지적이다. 박지만 EG 회장과 육사 동기인 37기생 3명이 중장으로 진급해 군단장급인 별 셋을 단 37기생이 모두 8명으로 늘어난 걸 두고 나온 얘기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취임 8개월 동안 한 번도 지만씨를 비롯한 가족을 만난 일이 없고, 지난해까지 참석했던 10·26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 행사에도 올해는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기 5년 내내 가족을 만나지 않을 것으로 보일 만큼 친인척 비리 차단에 결연한 박 대통령의 뜻을 박지만씨도 잘 알고 있어 그와 군인사를 연결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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