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단절" 한 달 만에 변화
인권문제 국제사회 비난 피하고
'남이 관계개선 미적' 선전 의도
통일부 당국자는 “억류 경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뒤늦게나마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송환 조치를 취하기로 한 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판문점 남측 연락관이 북한 적십자 전통문을 받아든 것과 비슷한 시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위원회 사무처에는 또 하나의 문건이 도착했다.
북한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공단 방문 요청(오는 30일)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해 왔다. 외통위는 지난 14일 통일부에 안홍준 위원장(새누리당) 등 의원 24명과 보좌진·전문위원 등 모두 57명의 개성공단 방문 신청서를 제출했다. 통일부는 16일 북한에 이를 전달했다.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8일 만에 예상과 다른 답장이 왔다. 이로써 북한 땅인 개성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활동을 하게 됐다. 국정감사 기간 중 해당 상임위 의원들이 공단을 현장방문하는 걸 북한이 받아들인 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2월 외통위와 남북관계발전특위 소속 8명이 개성공단을 방문한 이후 국회의원의 방북은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이 안내를 맡게 되며 취재진의 동행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이산상봉(9월 25~30일 예정)에 대한 합의를 파기하면서 남북관계 단절 의사를 밝혔다. 개성공단 재가동 닷새 만이었다. 이후 북한은 박근혜정부가 최고존엄(김정일·김정은 등을 지칭)을 모독했고, 적대적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 달 넘게 대남 비난전을 펼쳤다. 24일 아침 노동신문은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반북대결 정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국면에서 북한이 판문점과 개성공단에서 두 개의 대남 유화카드를 동시에 꺼내들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계산이 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금순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은 “적십자 채널을 통한 월북자 송환으로 이산상봉 파기와 탈북자·납북자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례 없는 전술을 구사하면서 ‘북은 남북관계를 풀려는 데 남측이 미온적’이란 메시지를 던지려 하고 있다는 얘기다.
판문점 송환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이벤트란 지적도 있다. 탈북자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과거엔 북한은 이런 일이 있으면 북·중 국경으로 사람들을 추방했다”며 “장기억류에도 불구하고 활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자 월북자 등을 대남 심리전에 활용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정보가치가 없다고 보이는 월북자들을 추방해 왔다. 7년 전에는 두만강을 건너 입북한 노동자 A씨를 조사한 북한 보위부가 “조국해방이 달성된 다음에 보자”며 100달러를 줘서 중국으로 내보냈다고 한다.
월북과 관련해선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B씨는 인도네시아에서 북한 대사관에 망명신청을 하려다 현지 택시기사가 한국대사관에 데려다주는 바람에 불발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되기도 했다. B씨는 한국대사관인 걸 확인하지 않고 급히 뛰어들어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가 잡힌 것이다.
개성공단에 외통위 국회의원을 받아들이려는 건 달러 챙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조봉현 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은 “외통위원들이 개성공단 지원과 활성화를 위한 여론을 선도해 북한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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