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취재일기] '찌라시'의 인격 살인 더 이상은 안 된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지난 8월 기자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한 검사와 유명 아나운서의 파경설이 담긴 ‘찌라시’(ちらし·전단)였다. 이런 유의 찌라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돌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당사자인 검사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는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매일 새벽 인터넷을 뒤져 파경설을 게시한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만큼 치가 떨렸을 것이다.



 결국 찌라시 유포자는 덜미를 잡혔다. 이 중에는 현직 일간지 기자도 포함됐다. 허위사실을 인터넷 블로그·스마트폰 메신저(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뜨린 블로그 운영자 홍모(31)씨도 구속됐다. 홍씨는 아나운서 파경설 외에도 지난 1~9월 582개의 찌라시 글을 올렸다.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었다. 그가 당사자에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글을 올리고 챙긴 수입은 겨우 블로그 광고 수수료 500만원이었다.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 뒤에 숨어 근거 없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 찌라시의 1차 타깃은 연예인·정치인 등 유명인사다. 탤런트 변정수(39)는 ‘사망설’, 가수 타블로(33)는 ‘학력위조설’, 나경원(50) 전 국회의원은 ‘호화 피부과 치료설’, 가수 아이유(20)는 ‘결혼·임신설’에 시달리다 소송을 냈다. 루머가 확산하는 데는 ‘아니면 말고’식 찌라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무책임하게 퍼나른 네티즌도 한몫했다.



 유명인뿐 아니다. 일반인도 언제든 루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인터넷·스마트폰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사범은 2003년 1001명에서 지난해 5645명으로 늘었다. 신문·방송 같은 전통 매체가 아니더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쉽게 유통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면서다.



 2008년, 사이버모욕죄(일명 최진실법) 시행이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자율성·익명성을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반발에 밀려 입법이 무산됐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인터넷에서 무책임하게 허위 사실을 퍼뜨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엔 5년 전과 달리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뿐 아니라 카카오톡 같은 신종 SNS가 보편화됐다.



 대검은 지난 8월 ‘사이버 명예훼손 사범 엄정 처리 지침’을 마련해 전국 검찰청에 내려 보냈다. 사이버 명예훼손 사범에 대해 원칙적으로 약식기소하지 않고 정식 재판을 청구하는 내용이다. 영리 목적으로 찌라시를 제작·유포한 경우엔 구속 수사키로 했다. 이제라도 제대로 잡아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 누구나 제2의 최진실, 타블로가 될 수 있기에 하는 얘기다.



김기환 사회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