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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레옹이 일군 포도밭엔 전설같은 이야기가 주렁주렁

1 스페인 ‘장 레옹 와이너리’의 와인 저장고. 프랑스산·미국산 오크통에 담긴 와인이 이곳 지하 저장소에서 숙성된다. 2 미레아 토레스 ‘장 레옹 와이너리’ 대표. [사진 토레스]


2 미레아 토레스 ‘장 레옹 와이너리’ 대표. [사진 토레스]
와인 한 잔에 50년 숙성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할리우드 배우이자 베벌리힐스의 유명 레스토랑 ‘라 스칼라’의 주인이었던 장 레옹(1928∼1996). 그가 고향인 스페인에 조성해둔 ‘장 레옹 와이너리’는 술과 이야기를 함께 빚어내는 장소였다. 장 레옹은 1994년 와이너리를 스페인의 유명 와인업체 ‘토레스’에 넘겼다. 암 판정을 받은 직후였다. 와이너리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그곳의 주인공은 아직도 여전히 장 레옹이다. 포도 수확을 막 마친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 서쪽 페네데스 지역에 자리 잡은 장 레옹 와이너리를 찾아갔다. 장 레옹의 이야기는 그곳에서 역사가 되고 전설이 돼 와인 맛과 향에 스며들어 있었다. 2010년부터 ‘장 레옹 와이너리’의 CEO를 맡고 있는 미레아 토레스(44) 대표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토레스’ 창업주의 5세손으로, 토레스 그룹 회장인 미겔 토레스(72)의 1남2녀 중 맏딸이다. 페네데스(스페인)

스페인 페네데스 '장 레옹' 와이너리



-장 레옹의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 같다.



“장 레옹이 이곳에 와이너리를 만든 게 올해로 꼭 50년째다. 우리만이 갖고 있는 멋진 역사고, 소중한 자산이다. 장 레옹 와이너리에서 만든 모든 와인은 병 뒤에 그 역사가 기록돼 있다.”



스페인 북부 항구도시 산탄데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장 레옹은 194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서다. 그는 원래 이름 ‘세페리노 카리온’ 대신 ‘장 레옹’이란 프랑스식 이름을 지어 썼고, 미국 국적을 얻을 목적으로 육군에 자원 입대해 6·25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택시운전사·식당 웨이터 등으로 생계를 이어 간 그의 삶은 할리우드의 고급 레스토랑 ‘빌라 카프리’에 취직하면서 화려한 변신을 한다. 남다른 외모와 화술이 무기였고, 인복도 많았다. ‘빌라 카프리’의 주인이자 당대 인기 가수·배우였던 프랭크 시내트라를 통해 영화 출연의 기회도 얻었고, 제임스 딘·험프리 보가트·메릴린 먼로 등과 친분을 쌓게 된 것이다. 56년 그는 베벌리힐스에서 자신의 레스토랑 ‘라 스칼라’의 문을 연다. 탄탄한 인맥 덕에 ‘라 스칼라’는 순식간에 할리우드의 명소가 됐다. 단골손님 리스트엔 메릴린 먼로와 존 F 케네디, 폴 뉴먼 등이 있었다.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와인의 세계에 눈을 뜬 장 레옹은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직접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향 스페인을 샅샅이 뒤져 와이너리 부지를 찾았다. 63년 페네데스 지역에 60만㎡의 포도밭을 구입, 와이너리를 세웠다. 와인 사업도 성공적이었다. 장 레옹 와인은 81년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에 사용되기도 했다.



장 레옹의 삶은 마무리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94년 암 판정을 받은 뒤 “내 양조장을 스페인 사람인 당신이 맡아달라”면서 ‘토레스’의 오너 미겔 토레스에게 와이너리를 넘겼다. 그리고 요트에 와인을 싣고 다니며 홀가분한 말년을 즐겼다고 한다. 



3 ‘장 레옹 와이너리’ 곳곳엔 장 레옹 생전 모습과 친하게 지냈던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입간판 형태로 서 있다. 왼쪽부터 메릴린 먼로, 장 레옹, 제임스 딘 사진. 4 올해 와이너리 설립 50주년을 맞아 장 레옹 사진을 활용한 와인 라벨을 새로 만들었다. 이 사진은 1948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찍은 것으로, 장 레옹이 스페인 가족들에게 처음 보낸 사진이라 한다.


-와이너리를 장 레옹 기념관처럼 꾸며놨는데.



“장 레옹의 흔적 속엔 좋은 와인을 향한 열정이 살아 있다. 그 자취를 보존하고 기억하는 작업이 ‘최고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되새기게 한다. 2002년 와이너리 안에 ‘방문자센터’를 만들고 장 레옹 관련 영상물 상영, 사진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해 방문객 수가 1만 명을 넘어선다. 또 장 레옹이 뉴욕에서 몰았던 택시의 미니어처와 실제 타고 다녔던 벤츠 승용차 등도 전시해 뒀다. 와인 자체에도 장 레옹의 흔적이 많다. 우선 와인 이름에서부터 ‘장 레옹’을 강조했다. 또 ‘장 레옹 3055’의 ‘3055’는 그의 택시 운전면허 번호다. 올해 와이너리 50주년 기념해 아예 장 레옹의 사진을 붙인 와인 라벨을 만들었다.”



5 뉴욕의 택시 운전사 시절 장 레옹이 몰았던 택시 모형. 면허번호 ‘3055’가 적혀 있다.


-장 레옹을 기념하려는 노력이 와인 마케팅에도 도움이 되나.



“직접적인 연관성은 모르겠지만, 장 레옹 와인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이 미국인 것을 보면 도움이 되는 것도 같다. ‘토레스’ 그룹 전체에서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멕시코인데, 장 레옹 와인은 미국에서 특별히 잘 팔린다. 또 장 레옹의 딸이 현재 미국에서 레스토랑 ‘라 스칼라’를 운영하면서, 우리 와인 판매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전통을 강조하는 게 ‘토레스’의 전통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토레스 가문에선 맏아들 이름을 ‘미겔’로 정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아버지 이름도 미겔 토레스, 할아버지 이름도 미겔 토레스, 남동생 이름도 미겔 토레스, 남동생의 아들 이름도 미겔 토레스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회사 오너의 이름이 계속 미겔 토레스로 이어져 회사의 정체성이 분명해지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관행만 따르는 건 아니다. ‘토레스’는 79년 칠레에 외국인 회사로는 최초로 와이너리를 설립, 칠레 와인 업계에서 개척자 역할을 했다. 장 레옹 와이너리는 스페인 최초로 카베르네 소비뇽·샤르도네 등 프랑스 품종 포도를 재배한 곳이다. 최근엔 프티 베르도란 새로운 품종과 기존 품종인 메를로를 섞어 ‘장 레옹 3055’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혁신을 하는 것, 그 역시 우리의 전통이다.”



-그렇다면 끝까지 지켜야 할 장 레옹의 가치는 무엇인가.



“질 높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기후 변화 문제가 심각하다. 기후 조건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올여름은 너무 덥고, 비는 부족했다. 포도의 질이 떨어지면 와인의 질도 떨어진다. 환경을 지키지 못하면 좋은 와인도 못 만든다. 우리 와이너리에서만이라도 공해물질 배출을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얻고 회사 소유 차량을 모두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교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기준 70% 선까지 줄이는 게 목표다.”



글·사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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