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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면 지어내라, 바비 인형은 40년 된 애인도 찼다

바비와 켄은 실존하는 사람 같은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다. 바비 제조회사인 마텔의 철저한 마케팅의 결과다. 2010년 출연한 ‘토이 스토리3’ 당시의 의상을 입고 촬영 현장처럼 포즈를 취한 바비와 켄의 모습. [사진 마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좋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브랜드들은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오랫동안 사랑받기 마련이다. 샤넬 넘버5의 메릴린 먼로 이야기, 버버리의 카사블랑카 이야기가 두 브랜드를 각각 향수와 트렌치 코트의 대명사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객원기자 리포트] 소비자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인형에 사람 같은 인생 입혀
엄마에서 딸로 이야기 전수

 이런 스토리가 주는 매력 때문에 많은 기업이 브랜드에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플롯·등장인물·갈등구조 등 인위적인 스토리 구조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영화나 게임 등에 활용될 만한 복잡한 스토리 구조가 아니다. 소비자의 가슴에 와닿고 소비자들끼리 입에서 입으로 전파될 수 있는 에피소드다. 그렇다면 이런 에피소드들은 어디서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브랜드 자체의 히스토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18세기 알프스의 작은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가 몸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신장염을 앓고 있던 프랑스의 한 후작이 이 마을에 요양을 오게 됐다. 그는 이곳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꾸준히 마신 후 병을 고칠 수 있었다. 그때부터 후작은 이 물을 연구해 알프스 산맥의 눈과 비가 오랜 기간 정화됐다는 사실과 풍부한 미네랄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약수가 흘러 나오는 알프스 마을의 이름이 바로 생수의 대명사 에비앙이다.



 나이키의 창립자 빌 바우먼은 주방에서 아내가 와플 굽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와플 제조기에 액체 고무를 부어 와플 무늬의 튼튼하면서도 가볍고 유연한 밑창의 조깅화를 만들었다. 나이키의 조깅화 개발 히스토리 또한 나이키의 혁신정신을 기억하게 하고 많은 사람에게 나이키를 회자시키는 좋은 에피소드가 되고 있다.



 이런 브랜드 히스토리를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브랜드가 활명수다. 활명수는 궁중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1897년 개발한 대한민국 최초의 양약이다. 급체·토사곽란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았던 시절에 활명수(活命水)라는 이름의 뜻 그대로 ‘생명을 살리는 물’로 불리며 널리 알려졌다. 116년 된 소화제, 임금님이 먹던 소화제,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소화제 등 활명수가 가지고 있는 많은 히스토리가 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브랜드와 관련된 제품 탄생의 비화는 물론 창업자, 브랜드 이름 자체의 의미성 등 브랜드 히스토리는 좋은 에피소드의 보고(寶庫)다.



 소비자의 다양한 브랜드 경험담에서도 스토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락포트가 편안한 구두의 대명사로 알려진 계기는 마라톤을 뛴 스토리다. 락포트는 1000명의 소비자들에게 락포트의 구두를 1년간 신어보게 하고, 사용 경험담을 사진과 함께 보내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경험담이 실제로 락포트 구두를 신고 마라톤을 완주한 사연이었다. 이 스토리는 소비자의 입에서 입으로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활명수는 제품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잘 활용한 대표적 브랜드다(왼쪽). 삼성생명 ‘아버지의 도시락’ 캠페인은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실제 고객 경험담을 스토리텔링 소재로 썼다. [사진 동화약품·삼성생명]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삼성생명의 ‘아버지의 도시락’ 영상물 역시 ‘가족희망스토리’ 공모전의 실제 고객 경험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며 늘 새벽에 귀가하면서도 아픈 아내의 몫을 대신해 두 아들의 도시락을 매일 준비하던 아버지, 돌아가시면서까지 두 아들을 위해 보험 증서를 남겨줬다는 실화다.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고, 회자되면서 자연스럽게 삼성생명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갖게 했다. 이처럼 경험담은 사람들에게 입소문 형태로 쉽게 전파되며, 말하는 이의 개인적인 체험이나 기억의 한 조각과 만나 손쉽게 또 다른 이야기로 변형돼 새로운 스토리로 확대 재생산된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다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방법이다. 산타클로스의 옷이 붉은색인 이유는 코카콜라의 로고가 붉은색이기 때문이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겨울철 콜라 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프로모션 아이디어로 개발된 것이었다. 마텔의 바비 인형은 인생 스토리와 가족·친구를 갖고 있다. 회사의 철저한 마케팅 결과다. 바비는 2004년 2월, 40년간 남자친구였던 켄과 헤어지고 호주 태생인 블레인을 새 남자친구로 사귄 적도 있다. 당시 켄을 비롯해 남자친구 후보군 여러 명 중 100만 명 이상의 소비자 투표를 통해 블레인을 남자친구로 결정했다. 바비 인형은 바비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라이프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고 있고, 이런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옛날 엄마가 가지고 놀던 인형에서 요즘 아이들도 갖고 싶어 하는 인형이 되고 있다.



 긍정적인 루머라면 때로 좋은 에피소드로 활용될 수도 있다. 말버러 담배가 좋은 예다. 사랑했던 연인을 잊지 못한 한 남자가 자신이 만든 필터 담배 이름을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사랑을 기억한다(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tic Over)’는 문장의 각 단어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는 스토리는 실제로는 루머다. 하지만 말버러를 알리는 좋은 에피소드로 활용되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뒤집어보면 먹을 것이 별로 없어도 멋진 소문을 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서비스와 제품 품질이 좋다면 스토리는 금상첨화가 된다. 세상의 말은 많아지고 사람들의 귀는 까다로워졌다. 이야기하라, 소비자는 응답할 것이다.



허웅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소장



허웅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소장
◆허웅(41)=브랜드에 관한 모든 것을 일반인과 기업에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광고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9년부터 국내 광고대행사 최초의 브랜드연구소인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사이버한국외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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