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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텍사스 드림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셰일가스 개발 붐은 텍사스 드림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오른쪽 사진은 텍사스 남동부의 이글포드셰일에서 노동자들이 굴착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19세기 중반 금광개발을 위해 캘리포니아에 모여든 노동자들. 변발을 한 중국인의 모습도 보인다. [중앙포토]


1849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됐다. 당시만 해도 먼지만 흩날리는 촌구석으로 미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심지어 태평양 건너 중국에서조차 금으로 상징되는 꿈을 좇아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이른바 ‘캘리포니아 드림’이었다. 160여 년 전의 캘리포니아 드림은 오늘날 실리콘 밸리와 바이오 밸리를 일군 출발이었다.

19세기엔 골드 러시, 21세기엔 가스 러시



 하지만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선 캘리포니아 드림 대신 ‘텍사스 드림’을 말하는 빈도가 늘었다. 숫자로도 증명된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49개 주에서 모두 10만6000명이 텍사스로 이주했다. 텍사스 남부감리교대학(SMU) 부설 매콰이어 에너지연구소의 웨인스타인 교수는 “2000년 이후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텍사스로 이주해왔다”고 말했다.



미 늘어난 일자리 12%가 텍사스



 2011년 7월과 8월 텍사스의 댈러스 지역은 영상 37도를 넘는 무더위가 연 40일째 계속됐다. 올여름 텍사스주의 97% 지역이 가뭄으로 고생했다. 기후로만 따진다면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의 발 끝에도 못 미친다. 금광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텍사스로 몰려들고 있다. 이유가 뭘까.



 21세기 도시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은 일자리다. 일자리는 곧 기회다. 크기가 69만6200㎢로 남한의 7배 인 텍사스의 현재 인구는 2610만 명이다. 인구 밀도가 ㎢당 37.9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당 476명이다. 미 상공회의소 집계에 따르면 2007년 이래 텍사스의 고용률은 6.3% 늘었다. 반면 그동안 살기 좋은 주로 꼽혔던 캘리포니아는 3.3%, 일리노이는 3.1%, 버지니아는 0.3% 각각 줄었다.



텍사스는 또 기업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30억 달러 규모의 창업 기금을 운영하는 등 미국 내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주로 꼽혔다. 그 결과 올 7월 기준 텍사스의 실업률은 6.4%로 미국 평균(7.4%)보다 1%포인트 낮았다.



 지난 한 해 동안 텍사스에선 27만47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 전역에서 늘어난 일자리의 12%를 텍사스주 혼자서 감당한 것이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2015년까지 일자리가 더 늘어날 미국의 10대 도시 중 7개가 텍사스에 있다고 분석했다. 20대의 미국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텍사스로 밀려들고 있다.



1인당 세금도 뉴욕의 절반 수준



 텍사스가 이주민들로 북적대는 이유는 또 있다. 무엇보다 집값이 싸다. 2005년 뉴욕주 브루클린에서 남자친구와 46.4㎡(14평) 규모의 원룸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던 타라 코놀리는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사했다.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 코놀리는 지금 두 배가 넘는 크기의 단독주택을 혼자 소유해 살고 있다. 코놀리는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오스틴으로 이사올 때만 해도 집을 산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며 “하지만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20대들은 대부분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세금도 ‘호객’에 한몫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텍사스는 정책적으로 감세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주(州)소득세가 없다. 2011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납부세액이 3500달러(369만원) 정도다. 같은 기간 동안 뉴욕주는 7400달러로 배가 넘는다.



 텍사스의 주 산업은 에너지다. 하루 17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 미국 기업연구소(AEI)는 만일 텍사스가 단일 국가라면 세계 10위의 산유국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원유 가격은 텍사스를 ‘돈’이 넘쳐나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





셰일가스 붐으로 초호황 누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들어선 셰일가스 개발 붐까지 겹쳐 에너지 연관산업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역점을 두면서 텍사스에 설치된 풍력 발전만 1만㎿(메가와트) 규모로 미 전역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산업의 붐을 타고 연관산업과 정보통신산업까지 텍사스로 모이고 있다. 지난해 텍사스 경제는 4.8%의 성장률로 50개 주 중에서 가장 높았다.



 ‘텍사스 드림’을 좇아 이주민들이 폭증하면서 텍사스의 정치 지형도 바뀌고 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텍사스 주지사를 지낸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 대표되듯, 텍사스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릭 페리 현 주지사도 공화당 소속이다. 하지만 텍사스 드림을 품고 히스패닉(중남미계 이주민)들이 몰려들면서 보수 성향의 표밭을 위협하고 있다. 히스패닉 인구는 1990년 440만 명으로 텍사스 전체의 25.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38%로 급증했다. 2030년쯤이면 히스패닉 인구 점유율이 텍사스에서 절반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서만 작년에 10만 명 몰려



 히스패닉은 이민에 관대한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가 많다. 텍사스만 놓고 볼 때 2004년 대선 당시 부시 대통령은 히스패닉 표 중 49%를 얻었다. 반면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은 35%를 얻는데 그쳤고,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의 히스패닉 득표율은 29%로 급락했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히스패닉들로부터 70%에 달하는 몰표를 받았다. 텍사스 드림이 민주당에 ‘미래 표밭’이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텍사스는 미국 50개주 중에서 알래스카 다음으로 크다. 텍사스 주를 상징하는 기에 큰 별 하나가 들어가 있어 ‘론스타(Lone star) 주’로도 불린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 켰던 사모펀드 론스타도 1995년 텍사스에서 처음 설립됐다.



 텍사스 주도는 오스틴이다. 석유 매장량이 많아 미국 내 총생산량의 35%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선 로켓·비행기·자동차 산업 등의 집산지로도 변모하고 있다. 한국의 차세대전투기 사업 후보 기종 중 하나인 록히드마틴사의 F-35 스텔스 전투기도 텍사스 포트워스 공군기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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