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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클래식계 비주류, 서른 넘어 빌보드 클래식 1위로

시몬 디너스틴은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이 엄마마다 다르듯, 연주자도 전수된 연주가 아닌 소신 있는 연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바흐 스페셜리스트’ 시몬 디너스틴(41)은 서른이 넘어 최고가 됐다. 줄리아드 음대를 나오 긴 했지만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내고 10대에 유명 콩쿠르에서 상을 받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엘리트 스타’가 아니다. 29세에 처음 콩쿠르 상을 받았고, 33세 때 첫 연주회를 열었다. 생계는 소규모 연주를 하고, 동네 학생들을 가르치며 꾸려나갔다. 기적은 2007년 그가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 일어났다. 자비를 들여 녹음한 첫 음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를 차지하고, 그해 뉴욕타임스, 아마존 등에서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하면서다. ‘클래식계 비주류 스타 연주자’의 탄생 순간이었다. ‘제24회 이건음악회’ 연주를 위해 처음으로 내한한 디너스틴을 23일 서울 소공동에서 만났다.

이건음악회 연주차 첫 방한
피아니스트 시몬 디너스틴
출산 즈음 콩쿠르 입상하고
35세 때 자비로 바흐 첫 음반
"클래식 엘리트 전유물 아냐"



 - 뒤늦게 음반을 낸 이유가 있나.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콩쿠르에서 첫 우승을 한 스물아홉 때 아이를 낳았다.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진짜 어른이 됐고, 내 음악(CD)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클래식 음악은 전통적 가치가 높게 인정받는 분야다. 선배 연주가가 했던 방식으로 배우고 대개 그걸 그대로 전수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주가인 내가 스스로 책임지는 연주를 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울 때도 다른 사람이 하는대로 따라가기보단 내 스스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식의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 거 아닌가.”



 - 현실적인 어려움들도 많았을 텐데.



 “녹음을 할 돈이 없어서 지인들에게 구했다. 그렇게 녹음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업계 관계자 등 몇몇 사람에게 돌렸는데, 그게 입소문이 나며 여기저기 퍼졌던 것 같다. 라이브로 듣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다. 내 CD를 들은 한 이스라엘인이 카네기홀 소연주장을 마련해줘서 2005년 연주회를 했다. 표는 매진이었다. 입소문이 나서인지 기자·평론가들이 많이 찾았다. 1년 뒤 음반회사 ‘텔락’에서 연락이 와 2007년 정식 발매했다. 고맙게도 뉴욕타임스에선 발매 날짜에 맞춰 특집기사를 내줬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가 됐다.”



 -‘곡의 해석’을 강조하는 걸 보면 주관이 뚜렷한 것 같은데.



 “젊은 시절 콩쿠르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것도 어느 정도 주관 때문이라 생각한다. 당시 심사위원들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곤 했다고 들었다. 녹음을 처음 시작할 때는 ‘최고의 바흐 스페셜리스트 글렌 굴드가 있는데 바흐 연주를 하는 건 무모하다’며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도 내 의견을 관철했는데, 그 정도 소신 없이 자기 음악을 연주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화가였던 아버지를 보며 예술가에겐 정신적 강인함이 꼭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 음악 해석에 특별한 방법이 있나.



 “곡 해석은 최대한 신중하고 사려 깊게 한다. 동시에 평범하지 않게 내 나름대로 차별화를 한다. 악보를 보면서 ‘작곡가는 왜 이 마디를 이 정도 길이로 했을까’ 등을 생각한다. 클래식 원전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이들은 페달을 어떻게 밟으면 옛날과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서 페달을 밟게 한 의도가 뭔지 생각한다. 내 스스로 성악가가 돼 바흐를 노래하듯 곡을 해석한다.”



 - 소외된 곳에서 연주를 한다던데.



 “처음 연주할 때 연결된 곳이 양로원·보육원 등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하게 됐다. 사실 어느 곳보다 음악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클래식 음악이 엘리트의 전유물이란 것에 동의하지 않는데 소외지역 연주는 나의 이런 이상에도 부합한다. 요즘은 ‘네이버후드 클래식’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공립학교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학교의 재정도 돕는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디너스틴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선보일 바흐를 ‘일률적이지 않고 굴곡이 있는 바흐’라고 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면 이해가 간다. “개인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게 훌륭한 예술이라 생각한다. 취약하고 불완전한 날것의 상태…. 나에겐 그런 게 아름다움이다.”



 디너스틴이 25일부터 연주를 하게 될 ‘이건음악회’는 이건창호, 이건산업 등 이건그룹의 5개 관계사가 사회공헌 활동으로 1990년부터 24년째 주최하는 무료음악회다. 세계 굴지의 연주자를 초청해, 대중들에게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97년 외환위기 때도 쉬지 않고 꾸준히 계속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메세나 운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입장권은 인터넷 신청 후 추첨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음악회는 25일 광주를 시작으로 26일 서울, 30일 인천, 11월 1일 경기 고양, 2일 부산에서 각각 열린다.



  글·사진=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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