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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는 외로움 … 이병률을 읽는 이유





시집 『눈사람 여관』 서점가 돌풍
스산한 계절에 따뜻한 위로 선물
소녀·직장인·주부 … 독자층 넓어
감성적 여행 에세이도 뜨거운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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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거짓을 생략하고/이별의 실패를 보러//나흘이면 되겠네요/영원을 압축하기에는/저 연한 달이 독신을 그만두기에는.’(‘눈사람 여관’의 일부)



 외로운 설원에 연인을 기다리는 작은 여관이 있다. 그곳에선 ‘내가 껴안지 않으면 당신은 사라지’고 연인은 ‘등 맞대고 그물을 당기면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스산한 계절에 마음을 움직이는 풍경이다.



 노란 여관 불빛의 온도가 고스란히 밴 한 권의 시집이 서점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인 이병률(46)의 신작 『눈사람 여관』(문학과지성사)이다. 출간 한 달 만에 판매량이 1만 부를 넘어섰다. 다른 시집이 1년은 지나야 초판 부수 1500~2000부를 소진하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한 수치다.



 시인의 인기는 2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강연회에도 이어졌다. 강의실을 채운 50여 명의 팬들은 시인과 신작 시집을 낭독하며 함께 호흡했다. 여성 독자가 압도적이었지만 10대 문학소녀부터 직장인, 주부까지 연령대는 다양했다.



 질문도 쏟아졌다. 한 독자가 “어떤 글이 좋은 글이냐”라고 묻자 시인은 “사람을 움직이는 글, 행동하게도 하고 몸의 감각을 떨리게도 하는 글이다. 최소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고 그 감정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면 더 좋겠다”고 했다.



 이날 강연회장을 찾은 주부 김준희(45)씨는 “그의 시를 읽으면 우리가 보지 않는 달의 뒤편을 보는 것 같다. 어떤 외로움인데, 존재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것이 ‘같이 있는 외로움’이라 꼭 찾아 읽는다”고 했다. 고등학생인 박주희(16)양은 “윤동주 시인처럼 소박한데 친구 같이 따뜻한 정서가 있다. 읽으면 치유가 된다”고 말했다.



 사실 이병률은 여행 에세이스트로 대중에게 더 익숙하다. 50여 개국을 돌며 순간의 기록을 적은 『끌림』(2005)은 누적부수 50만부를 돌파했고, 지난해 펴낸 여행 에세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역시 30만부가 팔렸다.



 특히 『끌림』은 출판계에선 여행서적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보문고 전략구매팀 박정남 과장은 “이전엔 정보 중심의 소개책이 주류였다면 『끌림』의 성공 이후 시적 감수성이 짙게 배어있는 글을 사진과 함께 실은 여행 책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즉 에세이스트로서의 저자 파워가 시집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시집 자체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시인은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도 문학적으로도 성공한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의 시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정서가 지배하지만 그것이 배설하듯 질척이지 않는다. 난해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한 번에 소비되는 표피적인 시도 아니다. 마치 어느 여행자의 일기처럼, 시의 풍광이 시각적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도 독자를 보다 쉽게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두 사람의 심장이 멈추었다는데/이별 앞에 눈보라가 친다/잘 살고 있으므로/나는 충분히 실패한 것이다//사무치는 것은 봄으로 온다/너는 그렇게만 알아라.’(‘음력 삼월의 눈’)



 20일 강연회에서 만난 이 시인은 “시가 좀 쉬워져서 독자들이 좋아해주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그는 “팔의 힘을 풀었다. 젊을수록 미적 욕구가 있었지만 40대에 들어와선 꼭 그런 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님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두 권의 여행에세이가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에 이병률이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고도 할 수 있지만, 시가 갖고 있는 절제된 슬픔의 정서가 독자들에게는 소월시 이래로 보편적 호소력을 갖는 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그의 시가 대중적 화법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말을 혹사시키지 않으면서도 시적 긴장을 잃지 않는 그의 수사학에 대해선 진지한 비평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평했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사진 설명 : 2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이병률 시인의 강연회 현장. 이 시인은 “제 시는 ‘온도’예요. 미온보다 조금 더 높은 따뜻한”이라고 말했다. >> 동영상은 joongang.co.kr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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