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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절반 "창업? 얘야, 관둬라"

부모의 절반(52.1%)이 자녀의 창업을 반대하고 있다. ‘실패=낙오’라는 인식이 안 바뀌면 창업 국가의 미래도 없다. 미국에선 실패 경험을 기업의 자산으로 만드는 콘퍼런스가 열렸다.



“당신의 아들딸이 창업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92% "실패는 곧 개인 파산"
학교서부터 두려움 없애줘야
미국선 실패 콘퍼런스 개최
'재기 생태계' 구축에 투자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7~11일 이런 질문을 던지고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응답자(706명)의 과반수(52.1%)가 “나는 반대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패의 부담 때문이다. 23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92.2%는 “창업 실패는 곧 개인 파산”이라고 답했다.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운 게 한국 사회”라는 인식도 75.5%에 달했다. 자녀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판에 창업을 권할 부모가 있을 리 없다. 장후석 현경연 연구위원은 설문 결과를 놓고 한국을 ‘창업을 두려워하는 사회’라고 규정했다.



 장 연구위원이 보고서를 마무리할 즈음인 지난 21일. 태평양 너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실패 콘퍼런스(Failcon)가 열렸다. 올해로 다섯 번째다. 콘퍼런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엉터리 법률 자문을 피하는 법, 동업자와 협력하는 법, 투자금을 모으는 법 등의 강연이 이어졌다. 모두 실제 실패를 겪은 이들의 경험담이었다.



실패를 빨리 잊는 법에 대한 ‘힐링 강연’도 있었다. 장거리 카풀을 주선하는 라이드조이의 제이슨 셴 공동창업자는 강연을 통해 “동업자와 많은 대화가 필요했는데 나는 그때마다 대화를 피했다”고 후회했다.



페일컨의 공동기획자인 카스 필립스는 미 경제 잡지 ‘포춘’을 통해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기업이 위험과 실패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아직 사업 실패를 인생 실패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필립스가 지적한 ‘많은 나라’에 한국도 속한다. 폐쇄회로TV(CCTV) 제조업체인 ㈜팔콘의 박동권(51) 사장은 2005년 회사를 정리할 때의 아픈 기억을 잊은 적이 없다. 그가 과거 운영했던 텔리테크라는 위성수신기 생산업체는 해외 거래처에 문제가 생기면서 2005년 말 부도가 났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여러 금융회사에 도움을 청했지만 그의 손을 잡아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한동안 신용불량자 딱지가 붙어다녔다. 박 사장은 2010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재창업 자금을 지원받고서야 재기할 수 있었다. 그는 “한번 사업에서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되면 모든 금융거래가 끊기면서 사실상 개인의 노력만으론 재기가 어려워진다”며 “성실한 실패자가 재기할 수 있도록 창업 자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투자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사장의 바람은 아직은 먼 일이다. 투자는 고사하고 연대보증이란 수렁도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2011년 서울대 공대의 융합교육성과 ‘1호’ 벤처기업인 ㈜움직임을 창업한 양재혁(25) 사장은 능력을 인정받는 공학도이자 디자이너다. 그런 그도 기술보증을 받아 1억원을 대출받으면서 머뭇거린 적이 있다. 연대보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사업가가 아니면 자식이 창업하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한국의 창업 문화”라며 “실제 주변을 둘러보면 나를 포함해 창업에 나선 사람의 아버지 대부분이 사업가”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서도 창업자의 경우는 ‘자녀의 창업을 찬성한다’는 답(63.3%)이 반대보다 많았다.



 창업에 실패가 따르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2009년 미국 창업 기업의 분기별 도산은 1994년보다 40%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그러나 각국은 실패의 경험을 버리지 않는다. 페일컨의 경우 미국·싱가포르·호주 등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에는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일본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여기선 알토란 같은 실패의 자산이 유통된다.



장후석 현경연 연구위원은 “학교에서부터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창업 교육을 해야 한다”며 “창업을 주저하는 사람을 위한 컨설팅이나 멘토 제도 역시 더 체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손해용·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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