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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대학생들은 아이디어만 내세요, 특허 내줄게요

1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의 ‘COPE 한양 2013 특허사업설명회’. 학교 관계자가 참석자들에게 ‘영상 내 물체 인식 및 선택’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사례 1.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여배우가 착용한 목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검색사이트에 ‘○○○ 목걸이’라고 입력하니 그 배우가 예전에 착용한 전혀 다른 목걸이들만 수십 개 뜬다. 할 수 없이 TV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놓고, 제품 정보를 알려주는 댓글이 달리기만 하염없이 기다린다.

한양대 창업 프로그램 'COPE'
공대 2명+인문 1명+디자인 1명
4명씩 한 조 구성해 끝없이 협업
변리사가 수업 참여해 도와줘
세 학기 동안 특허출원 110개



 사례 2. 17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 7층 연회장. 김혜연(28·한양대 전자통신학)씨가 TV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입은 파란 체크무늬셔츠를 손가락으로 톡 치자, TV 화면에 바로 ‘빈폴 체크셔츠-12만원’이란 상품 정보가 떴다. 상품을 한 번 더 누르니 이 셔츠를 파는 쇼핑몰 사이트가 바로 열렸다. 상품 터치부터 구매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 셔츠뿐만 아니라 화면 안의 모자·소파·가전제품 등을 터치해도 마찬가지였다.



 사례 2를 선보인 곳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신기술 발표회장이 아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출원한 개념(아이디어) 특허들을 소개하는 연례 발표회장이었다. 개념 특허란 기술적으로 완벽히 구현되지 않았지만, 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특허로 낸 것이다. ‘광고 없는 광고’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발표회에서는 TV 영상 속 물체나 화상을 인식해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특허들이 시연됐다. 대상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다. 셔츠나 목걸이·신발처럼 특정한 제품뿐 아니라 하늘·벽지·바닥 등의 공간을 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체적인 상품 정보가 나오는 대신 특정 기업의 광고 이미지나 문구가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벽지를 터치하니 ‘환경을 생각하는 건축자재 브랜드’라는 광고카피가 화면에 뜨는 식이다.



 물체를 선택하면 관련 정보가 TV 화면뿐 아니라 TV와 연동되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이동통신 기기에도 뜨게 할 수 있다. 여러 명이 TV를 시청하는 상황에서 내 마음에 드는 제품이 나타날 경우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의 김우승(교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단장은 “이런 방식으로 영상에 들어 있는 모든 물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티를 내지 않고도 광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기업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LG유플러스는 행사 당일 특허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는 한양대 LINC 사업단에 협업을 제의해 왔다. 김 교수는 “현재 여러 기업들이 특허 제휴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특허들은 모두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학생들이 ‘특허와 협상’ 정규 수업시간에 직접 낸 아이디어들이다. 이 수업은 에리카 캠퍼스가 지난해 1학기부터 4학기째 열고 있는 캠퍼스 내 특별프로그램 ‘COPE’의 일환이다. COPE는 대학과 연구소·산업계가 융합하여 아이디어를 사업·창업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융합(Convergence), 창의/원천(Originality), 특허(Patent), 사업/창업(Enterprise)의 첫글자를 땄다. 올해 1학기 수업은 40명이 수강했다. 4명이 한 조가 돼 특허 아이디어를 내고 매주 2~3번씩 조모임을 가지며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이다. 총 10개의 조가 적게는 한두 가지, 많게는 서너 가지의 특허를 출원한다.



 ‘2+1+1’이 COPE 수업의 원칙이다. 공과대학 학생 2명, 인문대학 1명, 디자인학 1명 등 4명이 1조가 된다는 의미다. ‘특허와 협상’ 수업을 담당했던 한양대 송지성(시각브랜드패키지디자인학과) 교수는 “처음엔 전공 분야 학생들마다 워낙 사고 방식이 달라 협업이 잘 안 될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인문대 학생들의 풍풍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가 공대 학생들의 기술적 지식을 토대로 실제 특허가 되더라는 것이다. 디자인 전공 학생들은 이런 기술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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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이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적게는 몇만원, 많게는 몇백만원의 비용이 드는 데다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COPE 수업은 국내 대학 최초로 변리사가 직접 수업에 참여한다. 이 수업을 수강한 박가희(22·여·정보사회학)씨는 “아이디어가 특허로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준 것이 이 수업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담당 변리사인 박수조 변리사는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이 예상외로 실제 산업에 쓰일 만큼 구체적이고 독특했다”며 “실제로 3학기 동안 출원한 특허만 110여 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허 출원에 필요한 자금은 한양대 LINC 사업단이 교육부에서 지원받은 예산으로 전액 지원한다.



 COPE 프로그램 같은 수업은 학생들이 대기업·공무원 취업에만 매달리지 않고 ‘제2의 잡스·저커버그’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요람이다. 실제로 수업을 수강한 후 창업에 뜻을 품은 학생들이 적지 않다. 올해 이 수업을 처음 수강한 김수민(21·여·영상디자인학)씨는 “지금까지 ‘좋은 기업에 취업해야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수업을 들은 후 처음으로 ‘창업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는 졸업 후 소규모 스타트업에 합류해 창업가의 길을 걷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이날 특허 발표를 맡았던 김혜연씨는 COPE 수업을 디딤돌 삼아 ‘창업 삼수’에 도전한 경우다. 김씨는 3년 전부터 모바일 관련 창업을 시도했지만 연달아 실패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며 만난 친구들과 합심해 올 1월 모바일 서비스 기업 ‘엔씽’을 차렸다. 이들이 개발한 ‘스마트팟(SmarTPoT)’은 스마트폰으로 화분에 물을 줄 수 있는 서비스다. 상품성을 인정받아 올 6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개최한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최종 선발되기도 했다. 김씨는 “수업을 통해 막연한 창업이 아닌 구체적이고 돈이 되는 창업의 개념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양대 임덕호 총장은 “ ‘산학협력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창업까지 이룬다’는 목표를 살려, 더 많은 학생들이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도 청년창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23일로 출범 100일을 맞은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남민우(다산네트웍스 대표) 위원장은 “내년 30%로 떨어지는 청년고용률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겠다”며 청년창업 활성화를 대안으로 내놨다. 이를 위해 청년위원회는 인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6개월 또는 1년간 소프트웨어 과정을 교육한 뒤, 자격증을 따서 창업에 나서거나 기업에 진출토록 하는 ‘직업교육 과정’을 전국 4년제 대학에 도입할 방침이다. 남 위원장은 “한양대 에리카 취업창업과정이나 가천대가 설립한 IT학부 등을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에 바이러스처럼 퍼뜨리겠다”고 강조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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