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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감찰 뒤에 숨은 검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전날 국감을 통해 드러났던 검찰 지휘 체계 붕괴 문제에 대해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2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법무부 업무보고 차례가 돌아오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전날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와 관련한 검찰 내분 상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빨리 조직이 안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수사책임자와 직속상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설전을 벌이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대통령은 침묵했다.

[이슈추적]
길태기 총장대행, 조영곤의 본인 감찰 요구 수용
사안 터질 때마다 감찰카드 … 진상 못 밝히고 논란만 키워



 #이날 오전 9시40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자신에 대한 감찰을 대검찰청에 요청했다고 기자실에 전해왔다.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스스로 감찰을 요청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전날 후배인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과 진실 공방으로 상처를 입은 조 지검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자신의 거취를 대검 감찰 결과에 맡기고 윤 지청장도 함께 감찰 조사를 받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조 지검장이 감찰을 자청하자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은 오전 간부회의에서 곧바로 감찰 조사를 결정했다. 구본선 대검 대변인은 “국정원 사건 추가 수사 과정의 보고 누락 등 논란에 대해 대검 감찰본부에 감찰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위기를 맞은 검찰이 다시 ‘감찰카드’를 빼든 셈이다. 최근 검찰은 고비 때마다 감찰카드로 상황을 돌파하려 했다. 하지만 검찰 내분을 격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해 말 중수부 폐지를 놓고 내부 반발이 있자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한 총장은 그러나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는 이른바 검란(檢亂)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때는 법무부가 감찰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진상규명은 하지 못한 채 내부 반발과 정치권의 논란만 촉발시켰다.



 이번 감찰은 대선 관련 트위터 글을 올린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윤 지청장에게 집중될 예정이다. 상부와 상의 없이 독단적 결정을 내린 과정에 대한 것이다.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은 물론 지휘보고 라인에 있었던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도 감찰 대상이다. 구 대변인은 “수사 외압과 보고 누락 논란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해 외압 여부도 감찰 범위에 들어갈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수뇌부의 감찰 결정에 대해 검찰 내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항명’ 사태의 원인이 수사팀과 지휘부 간의 오랜 불신에서 기인한 것인데, 감찰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 특별수사팀은 지난 5월 말 선거법 적용을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은 뒤 검찰 수뇌부에 불만을 가졌다고 한다. ‘선거법 적용, 불구속 기소’로 결론 난 뒤에도 법무부와 검찰의 일부 간부들은 “법원이 유죄판결을 하겠느냐”며 수사 결과에 회의적인 듯한 발언을 했다. 결국 수사팀과 수뇌부 간에는 원활한 의사 소통 대신 불신이 쌓여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 속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검찰은 ‘컨트롤 타워’를 잃은 상태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번 항명사태의 당사자이며, 길태기 총장 직무대행의 리더십에도 한계가 있다. 수사 외압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황 장관의 조정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검찰 내 갈등을 중재할 리더십도, 책임질 리더도 없는 상황이다.



 차기 검찰총장의 임명은 빨라도 12월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3명의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 인사청문회 등 일정을 고려하면 선장을 잃은 검찰 조직의 표류는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감찰은 검찰의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기인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치 않다”며 “그럼에도 감찰카드가 반복되는 것은 공개 감찰 착수로 스스로 옷을 벗게 함으로써 가장 빠른 효과를 낸다고 착각하기 때문이지만 이는 근본 대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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