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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박정희의 공무원, 박근혜의 공무원

박보균
대기자
대통령의 언어는 국정 돌파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 힘으로 ‘전두환 추징금’ 문제를 정리했다.



 대통령은 말에 의지를 담는다. 그것으로 국정을 장악한다. 박 대통령은 권력과 언어의 상관관계를 안다. 그것은 통치의 묘미다. 박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 뽑기”를 다짐했다. 가시는 규제다. 그 말은 규제 타파의 절실함을 실감시켰다. 하지만 가시 뽑기의 실적은 시원치 않다.



 규제는 관료의 권력이다. 그것으로 공무원은 수퍼 갑(甲)이 된다. 인가·허가, 행정 감시·감독, 신고과정에서 민간인은 움츠린다. 을(乙)의 자세로 관료의 선처를 바란다. 공무원들이 규제 권력을 스스로 포기할 리 없다. 가시 뽑기가 시원치 않은 이유다. 대통령 언어의 힘은 여기서 주춤거린다.



 경제민주화의 초점은 약자 보호다. 박근혜정부는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보호를 외친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조치가 쏟아진다. 하지만 현장의 혜택은 뚜렷하지 않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규제가 전통시장 살리기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과잉규제의 혜택은 공무원에게 먼저 돌아간다. 규제 권한만 살찐다.



 박 대통령은 관료를 중용했다. 창조경제도 공무원들이 주도한다. 창조는 도전과 모험 정신을 요구한다. 관료체질은 창조와 어울리지 않는다.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려면 규제혁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규제는 관료의 본능이다. 창조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국정감사장에서 최문기 장관의 미래창조과학부가 두들겨 맞는 이유다.



 게임 산업은 국내 콘텐트 수출의 핵심이다. 창조경제의 첨병이다. 하지만 다양한 규제에 멍들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의 고통 섞인 한숨은 깊어만 간다. ‘관광은 고용의 성장 엔진’-. 박근혜정부의 관광진흥확대회의 때 붙는 구호다. 하지만 영리병원제도, 복합리조트, 관광호텔, 법률 서비스, 교육 개방을 막는 덩어리 규제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산업 환경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관료들은 규제 타령을 한다. 규제가 새로 등장한다. 과도한 규제는 부패를 낳는다. 인허가, 행정 감시·감독에서 뇌물의 유혹이 도사린다. 관료들은 규제 완화 부진 이유로 국회를 지목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장관들의 노력은 미흡하다.



 규제 개혁은 모든 정권의 출범 때 구호다. 실적은 미비하다. 이명박 정권은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다. ‘규제 전봇대’는 거꾸로 늘어났다. 지난달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과거 5년간(2008년부터)신설된 규제는 1650건이다. 폐지된 규제(183건)의 9배다.



 이번 토요일이 10·26 34주년이다. 나는 손수익 전 교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대통령 박정희의 비밀병기였다. 1970년대 그는 산림청장을 6년 했다. 민둥산을 푸르게 바꾼 1등 공신이다. 그에게 “규제 개혁은 불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손수익의 목소리는 나이를 넘어 젊고 명쾌했다. “안 될 이유가 없다. 장관들이 현장에 나가 살면 된다. 일선 공무원들과 어울리면서 필요한 규제, 불필요한 규제를 분류해 선도적으로 개혁해 나가면 된다. 사명감과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한 곳에서 개혁 바람이 일면 다른 부처로 전파된다”고 했다. 그의 시대에 대다수 공직자들은 국정 목표를 의욕적으로 실천했다. 애국심과 목표의식이 충만했다. 지금 공무원들에게 그런 열정과 비전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박정희기념관(서울 상암동)은 새마을운동 성취를 나열해 놓았다. 전시물에 이런 설명이 있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배경은 독특한 경쟁 유발적 추진방식 덕분이다”-. 그 방식은 국정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규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 정부 부처 내부의 규제 타파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규제 개혁을 잘한 부처는 승진, 예산 증원, 인사, 복지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그러지 않은 부처는 불이익을 받게 해야 한다. 특단의 신상필벌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손톱 밑 가시 뽑기’도 구호에 그친다.



규제 개혁은 난제다. 시점이 중요하다. 임기 초반에 서둘러야 한다. 권력이 약화되면 공직 사회는 달라진다. 관료의 기계적인 배신이다.



 규제는 대통령 내치 성공의 잣대다. 규제는 경제의 병목현상을 일으킨다. 창조경제, 경제 활성화, 복지재원 마련, 경제민주화, 서민 민생 안정, 젊은이 일자리가 규제와 얽혀 있다. 유능한 정권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한다. 경중과 우선순위를 매긴다.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한다. 규제는 박근혜정부의 첫 승부과제다. 규제 혁파에 공직자의 사명감과 애국심이 동원돼야 한다. “과거 정권 뭘 했나”에 담긴 박 대통령의 의지가 절실한 분야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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