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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김치 손놓은 김치의 나라

“지난주 백악관 텃밭에서 기른 배추(Napa cabbage)로 김치를 담갔어요.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올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 퍼스트레이디 트위터에 김치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이다. 그는 “간단한 김치를 직접 담가 보세요(Make your own Simple Kimchi)”라며 조리법도 소개했다. 서구 사회에서도 한국의 김치가 보편화됐음을 방증하는 사례였다.



안팎으로 쓴맛 보는 한국 김치
수입 더 많아 … 올 765만 달러 적자
중국 수출은 위생기준 탓 올해 0원
“고소득층·교민 등 활로 모색 필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일본을 비롯, 세계 62개국으로 김치 1억660만8000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무게로 따지면 2만8000t에 가깝다. 김치 수출로는 사상 최대실적이다. 김치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은 일본으로 전체 수출액의 80%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미국-홍콩-대만 순이다. 하지만 김치 종주국 한국의 김치 자랑은 딱 여기까지다.



 21세기 한국 김치산업은 ‘삼중고(三重苦)’의 중병을 앓고 있다. 중국과 힘겨운 경쟁, 국내 원재료 수급 불균형,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김치 소비가 그것이다.



 한국은 김치 종주국이지만, 김치 순수입국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2006년부터, 무게 기준으로 보면 2004년부터 김치 수출보다 수입이 늘어났다. 지난해 한국은 1억660만8000달러어치의 김치를 수출했고, 1억1084만2000달러어치를 수입해 423만4000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8월까지만 해도 765만8000달러의 김치 무역 적자를 기록해 무역역조 현상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절임배추를 포함, 김치 재료로 수입하는 배추를 포함하면 적자폭은 더 커진다. 배추 수입은 2010년 500만 달러에 육박했다가 2011년 200만 달러, 지난해에는 90만 달러로 조금씩 줄었다. 하지만 국내 배추값이 급등하면 언제든지 배추 수입액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김치를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해 김치 총 수입액 중 90%(1억1082만6000달러) 이상을 중국에서만 수입했다. 사실상 중국에서만 김치를 수입하는 셈이다. 통계상으로 잡히는 나머지 수입액은 수출된 제품이 반품된 경우라는 게 aT 측 설명이다. 반면 2011년까지만 해도 20만 달러어치 이상이던 대(對)중국 김치 수출은 지난해 1만5000달러어치로 추락했고, 올해는 그나마도 완전 중단됐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은 “올 들어 8월까지 국산 김치 수출액은 9095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01만 달러보다 14.2%나 줄었지만, 같은 기간 김치 수입은 12.4% 증가했다”며 “김치 무역 적자액이 765만8000달러에 이를 정도로 김치 수입국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김치 수출 중단의 원인은 중국이 한국 김치에 대해 별도의 위생기준을 만들지 않고 ‘100g당 대장균군 수가 30마리 이하여야 한다’는 자국의 ‘파오차이(泡菜:절임채소)’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파오차이는 소금과 산초 잎·고추·물 등을 넣고 끓여서 식힌 뒤 각종 채소를 넣고 발효시켜 살균한 제품이다. 따라서 대장균군이 완전히 죽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김치는 다르다. 특성상 열처리를 하지 않고 자연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유산균 등 각종 균이 그대로 살아 있다. 또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대장균군이 있어 중국의 파오차이 위생 기준을 통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그간 소량이나마 중국으로 수출하던 김치는 볶음김치처럼 가열처리한 것이 전부였다. 김치에 들어 있는 대장균군은 초기 일부 있지만 숙성 과정에서 사라져 해로운 수준이 아니다. 수입식품에 대한 위생기준이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일본도 한국김치를 별문제 없이 수입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중국이 한국산 김치 수입에 파오차이 기준을 적용한 것은 2004년부터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2009년에서야 중국 정부에 김치 위생기준 개정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중국 측의 비협조로 현재까지 사실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농식품부 내에서 김치산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단 한 명뿐인데, 최근 발령이 나서 자리를 옮긴 뒤 후속인사가 나지 않아 한 달여간 공석 중이다.



 중국인들 사이에 한국 김치의 정식명칭이 없이 ‘한궈파오차이(韓國泡菜)’로만 불리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한국 고유의 식품으로 대접받는 것이 아니라, 중국 파오차이의 아류로 인식돼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 외에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중국인들 사이에 한국 김치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인천공항 면세점 김치 판매액 자료를 분석해보면 최근 5년간 김치 판매 총액 97억원 중 중국 여행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41.4%에 달한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8월 현재 중국인 비중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이운룡 의원은 “중국 고소득층과 교민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김치 수출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정부를 상대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강력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김치의 중국 수출이 고사(枯死)한 것과는 반대로, 중국 김치는 한국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내 고급식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중국 김치를 식탁에 올리고 있다. 국산 김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싸기 때문이다. 한국 김치의 연간 평균 도매가가 1㎏에 3000원이라면, 중국 김치는 ㎏당 700~800원으로,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신문과 TV에 수시로 위생이 불량한 중국 김치 제조 현장이 보도되고 사회문제가 되지만, 판매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세종시 첫마을의 한 식당 사장은 “외국 식당처럼 반찬에 가격을 따로 받는 것도 아니고, 손님이 달라는 대로 더 내놓는 게 우리 문화 아니냐”며 “중국산 김치 대신 국산 김치를 내놓으면 손님이 좀 더 안심하고 좋아할지는 모르지만, 그러려면 결국 밥값을 올려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산 김치가 유통 과정에서 국내산으로 둔갑·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농식품부의 ‘김치 원산지 미표시 및 거짓 표시로 인한 적발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147건에 불과하던 적발건수는 지난해 821건으로 5.6배나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8월까지만 6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7%나 늘어났다.



 설상가상 국산 김치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일본 수출도 지지부진하다. 2011년 8681만9000달러로 정점을 찍은 대일본 김치 수출은 지난해 8458만8000달러로 떨어졌고, 올해는 8월 현재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감소한 4580만 달러 수준이다. 올 들어 엔저 현상에다 과거사 문제로 한·일 갈등까지 고조된 탓이다. 2005년 김치 기생충 알 파동 때문에 일본이 한국산 김치의 위생 수준을 믿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일본의 김치 시장은 연간 8억3000만 달러(약 22만t)에 이를 정도로 적지 않다. aT에 따르면 일본의 김치 시장은 90%가 일본 내 자체 생산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산 김치 수입은 8.4%에 불과하다. 나머지 1% 남짓은 중국산 김치를 수입하고 있다. aT 수출진흥팀의 백유태 과장은 “한류 열풍 덕분에 일본에서도 한국식 김치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일본 사람은 고추와 조미료의 양을 조절해 매운맛을 줄이고, 숙성·발효도 덜 시킨 ‘일본식 김치’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한국 내에서는 배추·고추와 같은 원재료 수급 불균형도 국내 김치산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배추 가격은 계절에 따라서 널뛰기를 하지만, 시판배추 가격은 그럴 수 없다. 배추 가격은 가장 쌀 때와 비쌀 때의 차이가 10배 이상에 이르지만, 시판김치 가격은 연중 동일하다.



 국내 김치 시장 1위인 종가집김치를 생산하는 대상FNF의 문성준 마케팅부장은 “김장철에 배추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 평소에 김치를 담가 먹는 사람들도 시판 김치로 몰려들기 때문에 공급이 달리는데, 그렇다고 국산 배추를 중국산으로 대체하기도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치 세계화와 별도로 국내에서는 해가 갈수록 김치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김치산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 김치 소비량은 1998년 83.8g이었으나, 2011년에는 68.6g까지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연구에 따르면 국내 김치 소비량이 줄어드는 이유가 최근 들어 서양식 식사가 늘고 반찬이 다양해지면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장년층보다는 저연령층에서 김치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종철 순천대 김치연구소장은 “한국 김치가 일본에서는 위생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중국에서는 무역외교 문제로 수출 자체가 원천 봉쇄되고 있다”며 “일본에 치중돼 있는 김치 수출 시장을 미주와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세계 최대의 김치 시장이 될 수 있는 중국의 문을 하루빨리 뚫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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