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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0세 시행 땐 인건비 매년 1조 는다

K사의 인사노무담당인 최모 부장은 요즘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정년 60세가 법제화된 뒤 불어나는 인건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대책을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회사의 직원은 2만여 명. 정년은 56세다. 법에 따라 정년이 60세가 되는 2016년에는 1200여 명이 56세가 된다. 이들은 4년간 더 일할 수 있다. 최 부장은 “임금이 2016년까지 동결된다고 가정해도 각종 복리비용을 포함해 매년 1000억원씩의 인건비가 누적돼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신입사원을 줄일 수도 없다.



[이슈추적] 2016년부터 실시 … 기업들 대책 마련 골머리

최 부장은 “위는 꽉 차고, 밑에는 보충해야 하니 인건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 감액 정책에 반대한다. 최 부장은 “기업이 대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법으로 정년을 60세로 강제하는 바람에 충격이 더 크다”며 “노조가 임금제도 개편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회사는 투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투자를 줄이면 결국 일자리는 줄어든다.



“인건비 부담 늘어 투자 축소 고려”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H사도 고민이긴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6년 전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퇴직(55세)한 사람을 3년간 재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노조에서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60세까지는 현재 받는 임금을 그대로 적용하고, 60세 이후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자”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노조의 요구대로 하면 정년이 법정 정년보다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인건비도 크게 증가한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인건비 증가를 감수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을 사실상 늘렸는데, 정년 연장법이 시행되면 부담이 얼마나 증가할지 계산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기술교육대 어수봉(경제학) 교수는 “2016년 정년 60세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노동비용은 첫해에 최소 9954억7900만원이던 것이 3년째인 2018년에는 최소 2조8560억7800만원으로 급격히 불어난다”고 발표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노동경제학회 정책토론회에서다.



정년연장 대상 매년 18만~24만 명



 어 교수는 이날 발제문을 통해 “이직과 퇴직률 등을 고려할 때 정년 연장의 혜택을 보는 근로자는 매년 18만~24만 명에 달할 것”이라며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추가부담분은 해가 거듭될수록 누적돼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추가노동비용을 기업이 일방적으로 부담하게 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청년고용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고용시장까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연세대 이지만(경영학) 교수는 "신규 채용을 현재처럼 유지할 경우 기업들은 현 인건비 대비 최소 17.5%, 최대 37.5%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D그룹 인사노무담당 임원은 “기업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별다른 준비 과정도 거치지 않고 압박하듯 정년연장제를 시행하는 바람에 충격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1994년 정년 60세 법을 만든 일본은 당시 93%의 기업이 이미 60세 이상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법 제정에 따른 기업의 충격이 거의 없었다.



한국은 다르다. 고용노동부가 2011년 말 300인 이상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60세 이상 정년을 적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23%였다. 나머지 회사는 대체로 55~57세를 정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은 국내 기업 대부분이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무나 성과와 관계없이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임금이 불어나는 구조다. 2012년 말 현재 국내 기업의 75.5%가 이런 호봉제를 임금체계로 삼고 있다.



 이지만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이 신규채용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2016년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 전체 인원이 17%가량 늘어난다”며 “호봉제를 생산성과 연동되는 직무급이나 성과급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년이 60세가 되면 어느 시점에서 임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전체 생애 임금은 증가하게 된다”며 “이런 점을 노동계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봉제, 성과급제로 전환 필요”



 어수봉 교수는 “근로자는 정년연장의 최대 수혜자이므로 비용부담은 당연하다”며 “단기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협력하고 장기적으론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에 “일본처럼 기업에 준비할 시간을 줘야 자연스럽게 정년 연장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시행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화여대 함인희(사회학) 교수는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용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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