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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대기업 입사시험 어떤 문제 나오나요

[일러스트=강일구]


Q 대학생 형·누나가 요즘 들어 부쩍 더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밤늦도록 두툼한 책에 몰두해 있느라 여념이 없더군요. 그런데 공부하는 책을 보니 SSAT니 HMAT니 이런 영어 대문자가 적혀 있는 거예요. 도대체 이건 무슨 시험이고 왜 준비하는 건가요.

언어·수리·추리·에세이 등 수능시험과 비슷해요
직무적성·경제상식 같은 업무관련 테스트도 하죠



A SSAT는 삼성직무적성검사(SAMSUNG Attitude Test)의 약자입니다. HMAT는 현대자동차그룹적성검사(Hyundai Motor Attitude Test)를 뜻하지요. 틴틴 여러분은 대학 입시가 가장 어렵고 힘든 시험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졸업 즈음엔 또 하나의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취업이지요.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취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특히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적인 기업, 평균 연봉이 높은 금융권 기업에 들어가는 건 문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지요. 대학 입시는 내신과 수능 한 번으로 족하지만, 취업은 한 달 사이에 수십 곳 시험을 봐야 해서 준비가 쉽지 않습니다. 대개 ‘서류전형→인·적성시험→면접’으로 이어지는 3단계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지요.



10만 명씩 지원 ‘삼성·현대차 수능’ 별명



 올해 하반기 대졸 공채 시험에서는 삼성에 10만3000명, 현대차에는 10만 명의 지원자가 몰렸어요. 이 중 선발되는 인원은 각각 4500명, 1200명이니 경쟁률이 22 대 1, 83 대 1인 셈이지요. 수험생이 몰리다 보니 삼성에서는 SSAT 시험 감독관으로만 그룹 직원 1만 명이 참여할 정도였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시험을 치렀지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들 시험을 ‘삼성 수능’, ‘현대차 수능’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실제 SSAT 시험 문제는 수능과 비슷하게 언어·수리·추리·직무적성 등 영역별로 나눠져 있어요. 우선 언어영역에서는 복지나 증세에 관련된 지문을 내서 지원자들의 독해 능력을 평가했어요. 수리영역에서는 고교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수열·확률 문제도 포함됐습니다. 직무적성 분야에서는 삼성이라는 기업에 평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측정했지요. 예를 들어 ‘다음 중 웨어러블(우리 몸에 차고 다닐 수 있는) 스마트 기기가 아닌 것을 고르라’는 문제를 낸 다음, 갤럭시 기어·구글 글래스·소니 스마트 워치·갤럭시 탭을 보기로 제시했어요. 물론 답은 갤럭시 탭입니다. LG그룹도 삼성과 비슷한 시도를 했는데요. 언어영역에서 LG그룹의 역사나 휴대전화·가전제품 등 LG가 만들어낸 제품, 그리고 LG가 개발한 신기술 등을 알고 있으면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보기를 내놨습니다.



 현대자동차 입사 시험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나왔어요. 30분 동안 1000자 이내로 역사 에세이를 쓰라는 문제였지요. ‘고려·조선시대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과 그의 업적을 설명하고 이유를 쓰시오’와 ‘세계의 역사적 사건 중 가장 아쉬웠던 결정과 자신이라면 어떻게 바꿀지 기술하시오’라는 두 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GS그룹의 경우 역사의식이 있는 직원을 우대하기 위해 한국사 시험을 별도로 보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한자를 많이 아는 지원자를 뽑기 위해 한문 시험을 실시하고 있어요. 대학생 형·누나들이 취업을 위해 공부해야 할 양이 무척 많다는 얘기지요.



신문 경제면 열심히 읽는 지원자 유리



 평소 신문의 경제면을 열심히 읽는 지원자에게 유리한 문제가 많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은행이나 금융 공기업에 들어가려는 지원자들 중에선 경제 기사를 자주 읽은 학생이라면 좋은 답을 쓸 수 있는 문제가 많이 나왔어요. 기업은행에서는 ‘경제 민주화와 경기 활성화 중 어떤 것이 현재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본인의 의견을 쓰시오’라는 문제를 냈고요. 금융감독원에서는 최근 동양그룹 부도 위기와 관련해 ‘각 기업들의 바람직한 회계 처리 방법이 무엇인지 기술하시오’라는 문제를 냈어요. 한국투자증권에선 인·적성 시험에서 양적완화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된 객관식 문제를 냈지요. 모두 신문의 경제 분석 기사나 사설·칼럼 등이 자주 다룬 주제랍니다.



 SSAT에서는 ‘여러 나라와 각각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 각국의 복잡한 규정 때문에 오히려 거래비용이 증가하는데 이런 현상을 연상시키는 음식’을 묻는 문제가 나왔답니다. 이 문제는 틴틴 여러분들이 경제교과서에서 배우는 ‘스파게티볼 효과’를 설명하는 문항이었는데, 물론 정답은 스파게티였답니다.



 짧은 기간에 여러 기업이 동시에 입사 시험을 치르다 보니 시험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권에 취직하고자 하는 준비생들 사이에서 토요일이었던 지난 19일은 ‘A매치 데이’라 불렸습니다. 한국은행·금융감독원·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6곳의 필기 시험이 동시에 치러졌기 때문이지요. 특히 금융공기업들은 한 회사당 20~30명씩밖에 뽑지 않아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때문에 어떤 취준생들은 오전에 시험을 본 다음, 퀵서비스를 타고 오후에 응시할 시험장으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취업 시험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시험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이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삼성 입사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시험장을 나서면서 정문 앞에 ‘SSAT 합격자 면접대비반’이라는 광고 현수막을 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어요. 교보문고에서 조사한 결과, SSAT 관련 문제집은 시중에 총 63종이 나와 있고 한 권당 판매가격은 평균 2만원이 넘습니다. 대학가에는 25만원이라는 비싼 값에도 SSAT 대비 ‘족집게 수업’이 성행하기도 하지요. 수험생들이 평균 두 권의 수험서를 사고 일부가 학원 강의까지 듣는다고 가정하면, 우리 사회는 취업 시험 대비로만 연 100억원을 쓰게 됩니다.



삼성 입사시험 SSAT 문제집만 63종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성은 SSAT로 대표되는 채용 시스템을 일부 변경할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채용 방식 혁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길거리 캐스팅이 대표적입니다. 인사 담당 직원들이 지난 2월부터 오전 5시쯤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를 지나는 시내버스를 탔어요. 새벽에 첫차를 타는 학생들은 목적지가 도서관이든, 아르바이트 장소든 상관없이 인생을 열심히 사는 친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버스 안에서 눈여겨보고 있다가 그 자리에서 “현대차 입사에 관심이 없느냐”고 제의하는 식이랍니다. 버스뿐 아니라 도서관·학원·서점 등 젊은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암행어사’ 식으로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길거리 캐스팅에 선발된 학생들은 11월 말 최종 면접을 거쳐 현대차 정식 신입사원으로 선발된다고 합니다. SK는 창업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특별 채용하는 ‘바이킹 전형’을 만들었고요.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용 과정에서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지원자가 읽은 인문학 도서를 주제로 직접 면접식 토론을 실시했답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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