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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마시던 남성들, 풍미 다양한 싱글몰트에 끌려



요즘 위스키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 ‘핫’(hot)한 곳으로 이름난 이태원의 위스키바 볼트+82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미리 위치를 인터넷에서 지도로 확인했지만 골목 입구 부동산중개업소에 물어봐서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바 간판이 없는 건물 지하 1층이니 그럴 수밖에. 상호라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유리문에 조그맣게 적어놓은 게 전부다.

[강남통신] 뭘 좀 아는 남자의 은밀한 아지트, 싱글몰트 위스키바
보통 2만~3만원, 한 잔에 40만원 넘기도
간판·전화도 없는 지하 바에 30~40대 몰려



 “개업한 지 10개월쯤 됐어요. 별다른 마케팅 안 합니다. 그런데도 ‘지인이 좋다고 해서 와봤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요.”



 볼트+82의 서용원(31) 매니저는 “이태원 메인 상권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데도 입소문 듣고 찾아오는 걸 보면 확실히 한국 남자들 술 문화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바에는 바텐더가 따라준 위스키를 한 잔씩 앞에 놓고 얘기하거나 음악 듣는 양복 차림 남성이 많았다. 서 매니저는 “7 대 3 정도로 남자 손님이 많다”며 “혼자 와서 여유롭게 술 한잔 하고 가는 사람도 꽤 된다”고 알려줬다. 폭탄주를 마시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 한국 남성의 술 문화는 폭탄주를 빼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그런데 바에서 만난 선명수(43·회사원)씨는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술자리라면 식사 후 폭탄주를 마시거나, 좀 더 접대가 필요하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 가는 것이었다”며 “나뿐 아니라 친구나 직장 상사까지 다들 이젠 그런 술자리에 지쳤다”고 말했다. 또 “마음 맞는 사람끼리, 혹은 혼자 과하지 않게 위스키 한잔 하며 쉬려고 이런 바에 온다”며 “그래서인지 사람 북적이지 않고 나만의 아지트 같은 은밀한 느낌을 줄수록 더 끌린다”고 덧붙였다.



스코틀랜드 최북단 오크니 제도에 있는 하이랜드 파크 증류소에서 직원들이 오크통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 에드링턴 코리아]


 그래서일까. 요즘 뜬다는 싱글몰트 위스키바는 대부분 간판이 없다. 한남동의 또 다른 위스키바 스피크이지 몰타르(Speakeasy Mortar)는 더 폐쇄적이다. 스피크이지는 미국에 금주법이 있던 시대에 몰래 문을 연 술집을 뜻하는 단어다. 상호처럼 이 바는 은밀하다. 간판뿐 아니라 전화도 없다.



 이런 바에서 주로 마시는 술은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다. 몰트 위스키는 보리 싹을 틔운 맥아로 만든 위스키를 말한다. 그중 싱글몰트는 한 증류소에서 만든 몰트 위스키만을 병에 담았다는 뜻으로, 한 증류소에서 생산한 것이라 생산지별로 독특한 풍미가 난다. 몰트 위스키에 보리가 아닌 다른 곡물로 만든 그레인 위스키를 섞으면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부른다. 그동안 한국에서 위스키의 대명사로 통했던 발렌타인 등은 모두 블렌디드 위스키다. 하지만 최근 맥캘란이나 하이랜드 파크, 라프로익, 글렌피딕 등 싱글몰트 위스키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바에서 파는 싱글몰트 위스키 가격은 보통 한 잔에 2만~3만원대다. 일부 바는 입장료로 1인당 5000~1만원을 받기도 한다.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을 수입·유통하는 에드링턴코리아 이진오(38) 홍보대사는 “찌개 안주로 소주 2병 마실 수 있는 돈을 위스키 한 잔에 지불하는 셈”이라며 “요즘은 술을 취하려고 마시는 대신 세련된 공간에서 자신을 힐링하려고 마시려는 남성이 많아지다 보니 이런 가격에 크게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싱글몰트는 국내 위스키 시장이 위축되는 와중에 오히려 출고량이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위스키 출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포인트 줄었지만 싱글몰트 위스키는 7.3%포인트 성장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처음 소개됐지만 당시엔 “비싼 위스키 마셔봤다”는 과시용으로 일부 계층에서만 소비됐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파는 곳도 별로 없어 2003년까지는 호텔 바 정도에 가야만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청담동을 비롯해 한남동, 이태원동, 홍대 주변에 몰트 전문 바가 속속 생겨났다.



 이 홍보대사는 “싱글몰트는 와인 테이스팅하듯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알려준 방법은 먼저 향을 느끼라는 거다. 튤립 모양 글라스에 따라서 살짝 기울이면 글라스 옆 면에 닿았던 위스키가 빠르게 증발하면서 고유의 향을 발산한다고 한다. 그 다음 글라스를 돌리며 천천히 입에 머금은 뒤 혀를 굴려 맛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목으로 넘기면 된다. 이 대사는 “음미할 때 코로만 숨을 쉬면 싱글몰트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소량의 물을 넣어 마시면 향이 더 도드라진다”고 소개했다.



 최근 급격히 퍼진 싱글몰트 유행엔 와인 열풍이 일조했다는 분석이 있다.



 서 매니저는 “2000년대 초반 와인이 대중화하며 술 제조 과정과 제품별 특색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지고 테이스팅하는 애호가층이 두텁게 만들어졌다. 싱글몰트의 (높은) 도수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와인 맛보는 것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싱글몰트 역시 와인처럼 어느 지역과 자연 환경 속에서 어떤 오크통에 숙성돼 만들어졌느냐가 맛과 향을 좌우하기 때문”이라서다.



테리 김(김용주) 바텐더의 단골집



‘싱글몰트가 앞에 있는데 왜 블렌디드 위스키를 마시느냐, 그건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려는 순간 재방송 프로그램을 트는 것이나 마찬가지’. 싱글몰트 애호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서 한 말이다. 바텐더 테리 김은 “싱글몰트가 그만큼 순수하고 개성이 강하다는 뜻”이라며 “싱글몰트를 제대로 즐기려면 잔, 얼음, 음식, 분위기까지 특화한 몰트바를 찾으라”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강남·이태원·홍대 바 다섯 곳을 소개한다.



(1) 볼트+82(Vault+82)



대표 메뉴: 비프 타르타르(3만원), 싱글몰트 위스키(1잔 1만7000원~50만원 )



추천 이유: 시끌벅적한 이태원에서 조금 벗어난 인적 드문 골목에 숨어 있어 아는 사람만 안다는 바. 고급스럽고 빈티지한 느낌에 잔잔히 흐르는 음악, 파벽돌 위로 흐르는 흑백영화가 멋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술을 즐기는 동안 전문가에게 슈 케어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수 있다. 조용히 바에 앉아 싱글몰트 위스키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653-94 지하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후 8시~오전 5시(연중무휴)

좌석수: 50석(룸 없음)

주차 여부: 발레파킹(2000원, 일요일 발레파킹 불가)

전화번호: 02-792-9234



(2) 커피바K 한남점



대표 메뉴: 토마토소스떡볶이(3만6300원), 싱글몰트 위스키(1잔 1만8000원~30만원)



추천 이유: 일본·싱가포르에 지점을 둔 네트워크형 바로, 2007년 청담동에 이어 올해 한남동에 지점을 냈다. 일본인 바텐더가 수퍼바이저로 있으면서 일본 스타일을 고집한다. 200여 종의 싱글몰트위스키 라인업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절제된 느낌의 정통 칵테일도 인기다. 함박스테이크·떡볶이·가츠샌드(돈까스로 만든 샌드위치) 등 요리도 수준급이다.



주소: 용산구 한남동 263-10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후 7시~오전 3시(일요일 휴무)

좌석수: 40석(바 18석, 룸 없음)

주차 여부: 발레파킹(3000원)

전화번호: 02-796-9311



(3) B28



대표 메뉴: 싱글몰트 위스키(1잔 1만7000원~46만5000원)



추천 이유: 싱글몰트 헤비 바라는 컨셉트로 싱가포르에서 성공한 B28 주인 부부가 낸 서울 지점. 사장이 직접 스코틀랜드를 다니며 싱글 캐스크(한 오크통에서 나온 위스키를 병에 담은 원액)를 수입해 오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싱글몰트 위스키가 많다. 잔잔하게 바에 흐르는 오래된 재즈 라이브 영상은 B28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드라이한 분위기를 낸다.



주소: 강남구 청담동 88-2 지하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후 7시~오전 3시(일요일 휴무)

좌석수: 38석(바 8석, 룸 1개)

주차 여부: 발레파킹(3000원)

전화번호: 010-3402-2828



(4) 몰트바 오프(Malt bar Off)



대표 메뉴: 싱글몰트 위스키(1잔, 1만9000원~50만원 )



추천 이유: 이름이 말해주듯 이곳은 파는 주류 대부분이 싱글몰트 위스키인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 바. 150여 종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구비하고 있다. 공간은 크지 않지만 스코틀랜드 위스키 지도와 싱글몰트 위스키 미니어처로 가득 차 있는 벽 장식장 등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싱글몰트 위스키 박사라 불릴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바텐더가 있어 싱글몰트 위스키를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봐야 할 곳이다.



주소: 강남구 삼성동 9-7 1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후 7시~오전 2시(연중무휴)

좌석수: 22석(바 10석, 룸 1개)

주차 여부: 건물 양편 3대(무료)

전화번호: 02-516-6201



(5) 지즈바(ZIZ BAR)



대표 메뉴: 싱글몰트 위스키(1잔 1만1000~2만원)



추천 이유: 논현 주민인 나로선 집 가까운 곳에 싱글몰트 위스키 바가 없어 늘 아쉬웠다. 다행히 지난 5월 강남역 부근 지즈바가 논현동으로 자리를 옮겨 아쉬움이 사라졌다.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40여 종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길 수 있다. 15년 경력의 오너가 위스키의 맛과 향에 맞춰 다양한 수제 쿠키와 양갱·초콜릿을 주는데 위스키와의 매칭이 탁월하다. 위스키 특징에 어울리는 볼 아이스(얼음)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주소: 강남구 논현동 180-13번지 2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 시간: 오후 6시~오전 4시(연중무휴)

좌석수: 32석(바 15석, 룸 1개)

주차 여부: 매장 앞 1대(무료)

전화번호: 02-3481-6748



(6) 더 라이온스덴



대표 메뉴: 싱글몰트 위스키(1잔 1만2000원~12만9000원)



추천 이유: ‘홍대에도 이런 곳이 다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끌벅적한 홍대와는 다른 분위기를 내는 바. 비밀스러운 느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흐른다. 130여 종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잔으로 즐길 수 있다. 칵테일도 클래식한 느낌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일본 긴자에서 가장 큰 규모인 비하트맨그룹의 여섯 가지 바 중 하나인 더라이온스덴의 한국 지점이다.



주소: 마포구 서교동 408-16 2층

할인카드: 없음

영업시간: 오후 7시~오전 3시(금·토 오전 4시까지)

좌석수: 38석(바 14석, 룸 없음)

주차 여부: 매장 앞 1대(무료)

전화번호: 02-333-1136

◆ 바텐더 테리 김(30)은 현재 JW메리어트의 바 루즈(Bar Rouge) 바텐더.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바텐더 축제인 ‘월드클래스 2012’ 국내 결선에서 2위, 프랑스 브와롱사와 제원인터내셔널이 주관한 페어링 더 베스트 2013 코리아 셀렉션에서 1위를 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바텐더를 했다”는 그는 뛰어난 감각으로 최근 잇따라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김성탁 기자 , 정리=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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