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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이 교과서 9종 50일에 심사 … 근현대사 1명이 처리

21일 교육부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한 ‘수정·보완 권고’는 검정 과정에서 이미 걸러졌어야 하는 일이다. 뒤늦은 대책 마련은 검정 제도의 부실 때문이다. 현행 교과서 검정 기능은 교수·교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검정위원회가 맡는다. 2011년 이후 역사교과서 검정은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소관이다.



한국사 교과서 논란 대해부 <하> 수술대 오른 검정 과정
통과 후 '뒷북 비판' 10년 되풀이
위원 중 역사학 교수는 3명뿐
"정권 입김 안 닿는 독립기구 필요"

 검정 업무량에 비해 인원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고교 한국사 교과서 9종의 검정(불합격 1종 포함)엔 모두 1억8000만원이 쓰였다. 출판사 9곳이 심사 비용으로 2000만원씩 낸 것을 합한 금액이다.





  검정심의회 위원은 모두 27명. 이 중 내용 조사, 표기·표현 심사를 맡은 연구위원을 제외하면 실제 교과서가 집필 기준에 따라 제대로 쓰였는지를 심사하는 검정위원은 고작 6명이다. 또 검정위원 중 50%는 교사로 채우게 돼 있어 역사학 교수는 3명뿐이다.



 올해 한국사 교과서 검정심의위원장 하우봉 전북대 교수는 “교사들은 전공 지식이 약하기 때문에 학교에서의 적용 문제 등을 주로 심사한다”며 “한국사 전체를 고대 및 중세, 조선시대, 근현대 등 세 시기로 나눠 교수 1명이 각각 한 시기를 맡아 심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심한 근현대사 심사를 검정위원 1명이 맡는 셈이다.



 검정 기간도 짧다. 이번 검정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꾸려졌다. 올 1월 출판사들이 검정 심사본을 제출하기 한 달 전이다. 위원회는 5월에 1차 심사 결과를, 8월 30일에 최종 합격을 발표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사용하기 6개월 전에 교과서를 선정하게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하 위원장은 “검정위원들이 현업에 바빠 실제 심사는 50여 일 정도였다”며 “꼼꼼히 검정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이 마련한 세미나에서도 이런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윤현진 박사는 “교과서 개발 기간을 늘리고, 집필자 자격 조건을 강화하며, 검정위원 수와 심사 기간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교과서 개발·심사 등에 최소 2년6개월을 확보하자”(서울교육청 이화성 장학관), “검정위원 중 교사 비율을 줄이고 정치적 당파성이 있는 이의 검정 참여를 제한하자”(국사편찬위원회 윤덕영 실장)는 주장도 나왔다.



 규정상 최종 합격 전에 교과서 내용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게 옳은지도 따져봐야 할 점이다. 일부 학자와 언론은 교학사 교과서가 공개되기도 전에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실제 교과서엔 그런 내용이 없 다. 심사본을 검정 통과 전에 공개했다면 피할 수 있는 소모적 논란이었다.



  현재 교과서 검정에 사용되는 ‘공통 편찬 기준’ ‘공통 심의 기준’은 검정기관(국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심의 매뉴얼에 들어있다. 교과서 검정의 잣대라는 중요성에 비해 법률적 위상이 낮다.



 2002년에 근현대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참여했던 보수 성향의 허동현(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고, 검정위원을 보강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서중석 전 성균관대 교수는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적인 검정기구가 있어야 한다. 거기에서 충분히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배영대(팀장)·백성호·성시윤·천인성·윤석만·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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