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걷기 좋은 힐링 숲길 ⑨ 고창 질마재 국화길

서정주 시인의 생가 앞 돋움볕마을에는 노란 국화 30억 송이가 피어나 절경을 이룬다.


‘문수사의 천연기념물(제463호) 단풍나무 숲,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공원, 선운사의 복분자, 풍천 장어…. 멋과 맛이 한데 어우러진 전북 고창의 주요 모습이다. 서정적인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시인 고 서정주 선생의 ‘국화옆에서’의 배경인 전북 고창군 질마재 길을 걸어본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중략)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중략)’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 한 구절이다. 서정주 시인은 시집 15권과 시 1000여 편을 발표한 우리나라 20세기 대표시인으로 추앙 받는다. 서정주의 생가와 문학관, 노오란 국화, 정겨운 누님 얼굴 벽화가 있는 돋움볕마을로 찾아가는 길이 질마재 국화길이다. 전북 고창군 선운사 입구 연기마을에서 출발한다. 과거 도공들이 그릇을 만든 분청사기요지를 지나면 울긋불긋 가을색이 내려 앉은 저수지가 보인다.

고개 ‘질마재’는 수레를 끌 때 소 등에 얹는 도구인 ‘길마’를 닮아 이름 지어졌다. 서정주의 시집 ‘질마재 신화’로 잘 알려졌다. 신화 속에서는 오직 바람만이 질마재를 넘어간다. 하지만 이제는 넓은 길로 넘어간다. 저수지 끝에서 질마재로 이어지는 숲길이 그것이다. 생태 경영림으로 지정된 청정숲길이다. 장승들이 지키고 서 있는 질마재에 오르면 이를 시샘하듯 바람이 얼굴을 할퀸다.

숲속 오솔길은 고개를 넘어 마을에 닿는다. 마을 입구의 우물과 도깨비 집은 재미있는 옛이야기가 녹아 있다. 도깨비에 홀린 할머니가 도깨비를 떼내려 문 앞에 박을 걸어 놓았다. 심술 난 도깨비는 할머니의 밭에 자갈을 잔뜩 뿌렸다. 할머니는 오히려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지혜를 발휘했다. “자갈 뿌리면 농사 잘 되고 개똥을 뿌려야 농사 안 되는데”라며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이튿날 도깨비는 자갈 대신 개똥을 뿌렸다. 도깨비가 뿌린 개똥 덕분일까. 이곳은 해마다 풍년이다.

우물을 지나면 서정주 시인의 생가가 나온다. 넓은 마당 한 켠에 황금빛 은행나무가 자라나 있는 이곳은 미당문학관이다. 서정주 시인의 육필원고와 자료가 전시돼 있다. 매년 11월 초쯤이면 미당문학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미당문학관을 나서면 노란 빛 동산이 눈에 담긴다. 30억 송이 국화꽃이 동산을 온통 뒤덮었다. 안현 돋움볕마을이다. 집 벽과 담에는 국화 그림이 한가득이다. 국화가 길게 난 길을 따라 소나무가 서너 그루 자라난 정상에 다다르면 서정주 시인이 국화 옆에서 영면하고 있다. 그의 시 제목 ‘국화옆에서’처럼 말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사진 블루라이프>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