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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보는 좌·우파 시각

좌파와 우파는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 좌파는 ‘민족’의 관점에서 한국사를 바라본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탄생은 ‘아픔의 역사’ 혹은 ‘불구의 역사’다. 분단으로 민족이 하나 되지 못하고 남북으로 쪼개졌기 때문이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란 말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일부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 정부”(천재교육), “선거가 가능했던 한반도 내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미래엔)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족을 역사의 주체로 보면 남한도, 북한도 같은 민족이다. 좌파가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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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에 우파는 민족 대신 ‘국가’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한다. 그들에게 한국사의 목표는 ‘대한민국 선진화’다. 그런데 교학사를 제외한 7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모두 ‘운동사적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게 우파의 불만이다. 개항기에는 외세에 대한 저항 운동, 일제시대는 항일 독립운동, 해방 후는 좌우합작과 통일 운동, 군사정권 때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 등을 중심으로 기술돼 있다는 것이다. 우파의 눈으로 보면 세계에서 유례 없는 경제발전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은 셈이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이승만 정권의 보통교육 확대, 박정희 시대 경제개발로 인한 중산층 성장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가를 역사의 중심에 놓고 보면 북한은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는 ‘악의 축’이다. 좌파에선 높게 평가하는 해방 후 좌우합작운동에 대해서도 우파는 회의적이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국제정세 속에서 합작운동이 설 자리는 없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이런 차이를 “대한민국 역사는 좌파에겐 ‘비극의 드라마’, 우파에겐 ‘희극의 드라마’”로 표현된다. 좌·우파 간의 시각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사안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역사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불완전하고 상처투성이다. 미화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런 상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좌파와 우파가 갈린다”고 말했다.

 우파에게 이 대통령은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이다. 그러나 좌파에겐 ‘남북 분단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독재자’다. 이런 시각은 교과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편향’ 비판을 받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서술이 많다. 예를 들어 “이승만은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이승만은 국제 정세의 판단에서 놀라울 정도의 탁월함을 보여주었다”라고 쓰는 식이다.

반면에 나머지 7종의 교과서는 이 대통령의 독재와 부정선거 등을 자세하고 쓰고 있다. 그가 강조했던 반공주의는 “정부의 실정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민주적 권리에 대한 요구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금성출판사)고 본다.

 ‘민족(좌파) 대 국가(우파)’라는 시각 차이는 이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감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야당은 2011년에 개정된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이 우파 성향의 학회인 ‘한국현대사학회’의 영향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바탕으로 발전해 왔음을 서술한다’ 등의 기준이 반영된 것에 대해서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이 이 학회 소속임을 강조하고 있다(유기홍 의원).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야권의 교학사 교과서 비판에 대해 “진보가 장악한 현대사 교육에 색채가 다른 교과서가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라며 맞서고 있다. “기존의 교과서들이 대한민국의 성립 발전 과정을 헐뜯고 북한 정권을 우호적으로 기술하는 잘못된 사관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서상기 의원)는 것이다. 서 의원은 7종 교과서들이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임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체사상에 대해서도 “북한의 실정에 맞추어 주체적으로 수립된 사회주의 사상”(비상교육) 식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별취재팀=배영대(팀장)·백성호·성시윤·천인성·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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