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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배 나오고 다리 짧은 아저씨들도 멋지게 보이도록…

[일러스트=강일구]

남성들의 옷 입기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자기에게 맞는 옷 사이즈를 모른다는 생각. 처음엔 의아했다. 하나같이 한두 치수는 커 보이는 헐렁한 슈트를 입고 있어서. 상의는 품이 크고, 바지통은 넓고 길이는 발등을 덮을 만큼 길다. 시쳇말로 ‘슈트발의 생명은 라인’이라는데 라인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티셔츠도 헐렁하고, 청바지도 구두굽을 덮는다. 스키니 유행이 세계를 휩쓸어도 우리나라 아저씨들의 바지통 넓이와 길이는 꿈쩍도 않는다.

 언젠가 한 남성복 브랜드 관계자는 “남성복 시장이 어려운 건 여자들 탓”이라고 했다. 이유인즉, 엄마들이 아들에겐 자랄 것에 대비해 옷을 크게 사 입히는 바람에 스타일을 배워야 하는 청소년기에 제대로 멋 부리며 입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여성들이 ‘남자의 멋=바람’이라고 오해해 남편이 멋 부리는 걸 경계하니 남자들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스타일을 포기했다고도 했다. 웃자던 말이니 검증할 바는 못 되지만 어쨌든 남성들의 스타일에 대한 무지는 국내 패션산업 발전에도 장애 요인의 하나로 지적된 게 사실이다.

 그러다 오랜만에 백화점에 갔더니 눈에 띄는 프로모션이 거의 ‘남성 캐주얼’ 관련이었다. 원래 백화점 프로모션은 그 시즌에 가장 잘나가거나 미는 품목에 집중된다. 실제로 백화점마다 남성 캐주얼 매장을 재구성하고, 남성복 업체들도 옷 입기에 자신 없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스타일을 찾아주고 가르쳐주는 서비스까지 내놓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느닷없이 남자들이 옷에 돈을 쓰기 시작했나?’ 궁금해서 백화점 남성복 MD에게 물어봤다.

 “사실 남성 매출이 당장 별로 늘진 않아요. 다만 여성 구매가 포화 상태인데 남성 시장은 잠재력이 있죠. 이젠 옷 시장 성장동력이 남성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남성은 그동안 스타일에 투자하지 않은 ‘미지의 대륙’이어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마지막 한마디가 마음에 딱 걸렸다. 실은 요즘 젊은 남성 체형이 서구형으로 바뀌는 게 가장 희망적이란다. 통계적으로도 그렇고, 서구 브랜드의 직수입 옷도 수선 없이 입을 수 있는 인구가 많단다. 요샛말로 아무거나 입어도 ‘옷발’을 받으니 드디어 남성들도 보람있게 스타일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저씨들의 헐렁한 스타일이 여자들이나 본인 무관심 탓만이 아니라 체형은 안 따라주고 패션업체들도 이들 체형에 맞는 멋진 디자인을 못해냈기 때문이라는 것 아닌가. 참 딱한 대한민국 아저씨들. 어차피 남성 옷이 뜨는 때이니 업체들이 아무거나 걸쳐도 멋진 서구형 체구의 젊은이보다 배 나오고 다리 짧은 아저씨들도 딱 맞게 예쁘게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개발해줬으면 좋겠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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