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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국정원이 검찰의 무덤이 됐다"

이철호
논설위원
지난 주말 국정원 댓글 사건은 긴급체포→공소장 변경→윤석열 팀장의 직무배제로 숨가쁘게 이어졌다. 따지고 보면 윤 팀장의 돌출행위는 예고된 참사였다. 묵은 고름이 터졌다. 지난 6월 11일 문화일보에는 그의 인터뷰가 실렸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 장관이 저렇게 사건을 틀어쥐고 있으면 방법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해당 신문기자와 주고받은 짧은 휴대전화 문자와 통화에는 분노가 읽힌다. 하지만 그 소득은 작지 않았다. 그 다음날, 보름 동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적용을 막아온 법무부 장관이 손을 들었다.

 상부에 보고·결재도 없이 윤 팀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은 분명 무리수다. 그는 “국정원의 트위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관적 판단이 아닌지 의문이다. 똑같은 논리라면 지난해 말의 임은정 검사도 무죄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의 합의를 무시하고, 원래 내정된 다른 검사가 못 들어오게 법정 문을 걸어 잠근 채 “무죄를 구형한다. 어떤 징계도 감수한다”며 독불장군 행세를 했다. 이런 조직이라면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에 비해 5년 전 ‘광우병 PD수첩’ 사건의 임수빈 부장검사는 전혀 다른 행보를 했다. 그는 “부정확한 보도는 사실이지만 언론 자유를 감안하면 기소는 무리”라는 입장이었다. 검찰 수뇌부는 보다 강력한 압박수사를 주문했다. 임 부장은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며 소신을 지켰다.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깨끗하게 사표를 던졌다. 결국 대법원에서 그의 주장과 똑같은 논리로 무죄 판결이 났다. 검사로서 법적 절차는 다 지키면서 마지막까지 깔끔한 처신이 돋보였다.

 사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이명박(MB)정부가 제 발등을 찍은 것이나 다름없다. MB의 핵심 측근은 “국정홍보처를 없앤 게 가장 큰 패착”이라 고백했다. 광우병 파동과 4대 강 사업 등 국정홍보 수요는 넘치는데, 스스로 손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그 틈새를 MB의 입맛에 맞게 원세훈의 국정원이 파고들면서 사달이 났다. 국정원의 사이버 대공활동과 국정홍보가 짬뽕이 되면서 댓글 사건으로 폭발한 것이다. 여기에다 박근혜정부의 과도한 공포감도 한몫했다. 대선 불복이나 정권의 정통성 문제로 비화되지 않을까,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

 국정원의 댓글과 트위터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검찰은 그런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혀내고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게 생명이다. 어쩌면 수사 방향과 증거 해석을 둘러싸고 내홍을 빚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 검찰 조직이 건강하다는 뜻일 수 있다. 윤 팀장은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준 것은 국정원의 혐의가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외부 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 내분을 마구 들쑤셔 쓸데없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차라리 특임검사로 방향을 트는 게 어떨까 싶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쿨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이 앞장서서 11번 도입한 특별검사는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이에 비해 검찰총장이 현직 검사를 지명하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특임검사는 세 차례 모두 성공했다.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는 특임검사를 굳이 검사가 관련된 범죄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검찰청 훈령에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특임검사를 채택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지 않았는가.

 어제 친구인 검찰 간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말을 아꼈지만 침통한 분위기였다. “윤 팀장의 행위를 ‘자해’냐 ‘찍어내기’냐로 해석하는 외부의 시선부터 불편하다. 이 사건은 이미 검사들의 무덤이 돼버렸다.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다. 우리는 국민을 섬기며 진실을 파헤치는 사냥개이지, 정치집단이 아니다. 국정원도 성역이 아니다. 잘못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 긴 여운 속에 외부세력을 향한 검찰의 분노가 묻어났다.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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