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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빗댄 뉴요커 사랑 얘기 … 한인 첫 뉴욕 링컨센터 시사회

영화 ‘더 언원티드(The Unwanted)’ 주연 배우들과 포즈를 취한 크리스 전 감독(왼쪽 둘째).

아리따운 여자 앞에 나타난 세 명의 남자. 멋진 사업가, 바람둥이 사진작가, 평범한 고등학교 동창. 나름의 방식으로 여자를 유혹한다. 그러나 비틀린 운명은 세 남자를 모두 죽음으로 내몬다. 누구도 원치 않았던 결말의 이면엔 인간의 사랑을 조종하는 신들이 있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 셋이 벌인 운명의 장난에 인간은 속절없는 희생양이 된다. 누구도 원치 않은 결말. 그러나 무언가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파국을 향하는 인간을 신이란 존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뉴욕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영화감독 크리스 전(32·한국명 전경훈)의 두 번째 작품 ‘더 언원티드(The Unwanted)’ 이야기다. 이 영화가 17일(현지시간) 뉴욕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의 새 극장 엘리노 버닌 먼로 센터의 초청을 받았다. 한인 감독의 영화가 엘리노 버닌 먼로 센터의 3개 상영관을 모두 차지해 시사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사회엔 300여 명의 뉴욕 영화계 인사와 링컨센터 관계자가 참석했다. 애초 링컨센터 측은 상영관 한 곳만 임대해주려다 초청 인사의 면면을 보고 3개 상영관을 몽땅 내줬다.

 그는 12세 때 국내기업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다. 애초 꿈은 사업가였다.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인터넷 캐릭터 사업을 벌였다가 영화와 만났다. 얽히고설킨 인생사를 영화를 통해 나름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푹 빠져들었다. 급기야 2000년 WA엔터테인먼트란 회사를 차리고 직접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2005년 만든 데뷔작 ‘더 메인 캐릭터(The Main Character)’는 단번에 2006년 뉴욕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드라마 작품상을 받았다.

 뉴욕 국제영화제는 대개 초청작을 하루만 상영한다. 그런데 그의 데뷔작이 첫날 매진되자 영화제 측은 3일 동안 상영하기도 했다. 이후 밴쿠버 영화제, 빌로이트 영화제, 네덜란드 노트르담 영화제 등 6개 영화제에서 잇따라 초청을 받았다.

 이후 그는 개인투자자들로 펀드를 만든 뒤 영화사에 투자하는 사업에도 뛰어들기도 했다. 사업을 하면서도 늘 영화에 목말라하던 그는 2011년 두 번째 작품 제작에 나섰다. 그리스·로마신화의 신을 현대 뉴욕에 끌어들여 현대인의 뒤틀린 사랑이야기를 그려냈다.

 지난해 링컨센터에서 연 아시아영화제에서 한국문화원을 통해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 관계자와 우연히 만났다. 그의 데뷔작과 두 번째 작품을 본 링컨센터 측은 엘리노 버닌 먼로 센터를 선뜻 내줬다. 30대 초반 무명의 신인 독립영화 감독에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는 내년에 세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할리우드를 직접 겨냥할 작정이다. 전씨는 “영화 전공자만 감독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에 열광할지를 찾아내는 감각만 있으면 누구든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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