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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동맹은 믿을 수 없다" … 한·중수교 1년 전 김일성에 훈수

1991년 10월 5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당시 중국의 실질적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은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18호각에서 마주 앉았다. 이날의 만남은 김일성(1994년 사망)에겐 생전 마지막 방중이었고 덩샤오핑(1997년 사망)에겐 마지막 외빈 접견이었다. 이 자리에서 덩은 이렇게 말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동맹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군사동맹도 믿을 수 없다.(상대의 동의 없이는 파기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북·중 동맹조약은) 단단해서 깰 수 없어 믿을 수 없다. 평화공존 5원칙만이 믿을 수 있다.”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라는 국제정세 급변기를 간파한 덩이 김일성에게 주는 충고이자 암시였다. 다음해 한·중 양국은 금기를 깨고 전격적으로 수교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역사적인 회담을 목격한 우젠민(吳建民·74·사진) 중국 외교부 외교정책자문위원은 이 장면을 “(국제정세 급변기에) 중·북 관계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을 보여줬다”고 회고했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우 위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덩 회담의 비화를 공개했다. 중국 외교계의 원로인 우 위원은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으로서 회담에 배석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사를 지낸 우 위원은 42년간 외교관으로 활약했으며 외교학원장을 거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을 지냈다.

 - 덩의 발언에 담긴 의미는.

 “덩은 동맹이 믿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혔다. 중국 외교의 기본원칙인 평화공존 5원칙(▶영토·주권의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평등 호혜 ▶평화공존)만이 믿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5원칙은 지금도 중국의 대북한 관계에서 유효한 지도 방침이다.”

 - 북한이 한반도 안정을 해치면 동맹 조약은 사문화되나.

 “덩이 김을 직접 만나 (북·중 동맹을 지칭하며) 단단해서 깰 수 없는 동맹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 어떤 문건이라도 무기한은 없고 유효기간이 있다. 61년 동맹은 특수한 상황에서 맺은 것이고 비동맹이 중국의 일관된 원칙이다.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한반도에서 누구든 평화를 해치는 행위를 하면 중국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관례를 깨고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관례란 특정한 어떤 상황에 따라 형성된 것이다. 과거에 중국 외교부장은 매년 아프리카를 제일 먼저 방문했지만 이번에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아세안을 먼저 방문했다. 중국 외교정책 결정도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 패권국인 미국과 도전국인 중국은 결국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투키디데스 함정이란 급부상한 신흥 강국과 패권국이 세력의 불균형 때문에 결국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길 바랄 것이다. 전쟁은 두 나라뿐 아니라 세계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6월 캘리포니아 회담에서 그 점에 공감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익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중국 속에 미국이 있고 미국 속에 중국이 있도록(中中有美, 美中有中) 해야 그런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다. ”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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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