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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불태운 것도 모자라 복원도 제대로 못한 대한민국

숭례문 서북쪽 문루 1층 서까래에 있는 연꽃 모양 단청이 오래된 절의 단청마냥 삭았다. 꽃의 물감이 켜켜이 벗겨지고 있다. 조용철 기자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 단청이 복원된 지 5개월여 만에 부실이 드러나 그 상태가 갈수록 악화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5년간의 단청 복원공사가 총체적 부실이며 하루빨리 전면 보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SUNDAY는 18일 오후 국내 언론으론 처음 숭례문 내부의 단청 훼손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1·2층 누각 전체에서 100여 개가 넘는 균열, 박리(剝離: 나무에 새긴 그림·글씨가 갈라져 일어남), 박락(剝落: 깎여 떨어짐), 변색 현상이 발견됐다. 붉은색·살구색·흰색 안료로 그린 서까래의 주화문(연꽃 모양) 단청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져 안료가 부풀어 말리거나 터져 밑바탕이 드러나는 ‘층상(層上) 박락’ 현상이 뚜렷했다. 바탕의 녹색 단청도 들뜨고 갈라졌으며 안료가 기포처럼 부풀어 조만간 떨어져 나갈 부분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떨어진 안료가 누각 바닥에 날리기도 했다. 기둥과 공포(?包: 전통 건축물의 기둥머리에 맞춘 나무 부재)의 틈을 부실하게 색칠해 많은 곳에서 안료가 너덜거렸다. 균열과 박리를 일일이 헤아리면 수천 개에 이른다. ‘국보 1호’를 불태운 후손이 복원조차 제대로 못했음을 말해주는 부끄러운 현장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8일 “숭례문 현판의 왼쪽·오른쪽과 뒤편 서까래 부분 등 20여 곳에서 박락 현상이 발견됐다”고만 밝혔었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이 그동안 현장 감시를 소홀히 했거나 부실 실태를 축소·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숭례문 복원 공사는 2008년 5월부터 진행됐다.

본지의 현장 조사는 18일 오후에 1시간30분간 이뤄졌다. 조사에는 김호석 전통문화대학교 교수, 최명윤 명지대 명예교수, 조춘자 수간채색전문 화가 3명이 참가했다.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숭례문 통로 천장의 청룡 구름무늬 단청에서부터 균열이 발견됐다. 입구로 올라가는 성벽에는 흰색 줄이 흘러내렸다. 최명윤 교수는 “축성 때 사용된 석회가 흐른 것이라는데 부실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1층 누각 입구 정면부터 서까래의 박리와 함께, 송진이 흘러내리거나 누런 이물질이 폭 10㎝, 높이 3㎝로 고여 있었다. 전문가들은 “송진은 목재 처리가 잘못돼 흐르는 것이고, 누런 이물질은 단청그림이 완성된 뒤 뭔가 흘러나오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누각 입구의 우측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문제가 발견됐다. 새로 만든 공포인데 가운데가 도끼로 맞은 듯 쪼개진 곳도 있었다.

공포와 기둥을 연결하는 부위의 단청은 더 심각했다. 이음매 부분이 부풀거나 균열하거나 박리됐다. 심한 곳은 퇴락한 절의 단청처럼 안료가 터지고 뒤집혔다. 익명을 원한 전문가 A씨는 “중앙SUNDAY가 찍은 사진을 보니 부실 정도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바탕의 흰색 호분(조개가루)이 회색으로 변한 곳도 몇 군데 있었다. 조 화백은 “젖어서 그런 것인데 이는 숭례문 지붕이 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층 누각도 상황은 비슷했다. 빛이 들지 않는 천장은 어두워서 정확히 살피기 어려웠다.

최 교수는 “올겨울 단청이 얼었다 내년 봄에 녹으면 안료가 뜨고 훼손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안료의 접착제인 아교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단청장(匠)이 단청 안료인 수간채색을 아교에 풀 때 농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교 전문가 A씨는 “연꽃무늬 뿐 아니라 바닥과 초벌층 모두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청 작업을 책임졌던 홍창원 단청장(58·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은 “나는 아교 전문가가 아니지만 지정품을 문화재청에 보고된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8일 “전통안료와 아교를 사용하다 생긴 일로 보인다. 선명하게 하기 위해 조개가루로 만든 흰색 호분을 덧칠하고 그 위에 주색 안료를 칠하다 보니 무게가 더해져 박락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조만간 종합점검단을 구성해 철저히 원인을 파악한 뒤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안성규 기자, 김종록 객원기자, 사진: 조용철 기자, 자문: 김호석 전통문화대학 교수, 최명윤 명지대 명예교수, 조춘자 수간채색전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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