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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조원 까먹은 셧다운 … '부도 지뢰' 넉 달 미뤄둔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장을 나서면서 자신에 찬 모습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이 의사당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주먹을 힘차게 쥐어 보이며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디폴트(국가부도) 위기가 16일 만에 해소됐지만 상처는 깊다. 경제에 미친 충격은 정치적 후폭풍보다 훨씬 크다. 이번 재앙이 2008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처럼 경제적으로 불가피했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권이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사태였다. 더욱이 이번 합의안조차 셧다운은 내년 1월 15일, 정부부채 한도는 2월 7일까지 한시적으로 푸는 미봉책이다. 내년 초 위기가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 여야 내년 2월까지 부채한도 늘려



3년 정쟁으로 일자리 200만 개 사라져



  이번 셧다운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 추산도 기관마다 엇갈린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16일간 이어진 셧다운으로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120억 달러(약 12조7560억원)에 달한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평가는 더 비관적이다. S&P는 올 4분기 성장률이 0.6%포인트 낮아져 피해액이 240억 달러(약 25조51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이후 미 정치권의 여야 정쟁으로 인한 경제 위축 효과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7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자체 계량 모델로 분석한 결과 2010~2013년 미 정쟁으로 인한 ‘재정절벽(급격한 재정지출 삭감)’과 두 차례의 국가부도 위기, 이번 셧다운 등으로 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봤다. S&P의 미국 담당 책임자 베스 앤 보비노는 “2011년 여름 여야 정쟁으로 인해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만으로도 소비자 신뢰지수가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극심한 소비 위축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셧다운 후유증 … 살아나던 미 경제 악영향



 실제 셧다운 후유증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입통관업무나 수출금융부문 등 연방정부 업무가 중단되면서 수출입 업무와 금융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연방정부가 16일이나 개점 휴업에 들어가면서 민간 납품업체들까지 임시직 채용을 대거 줄였다. 그 바람에 감소 추세이던 10월 첫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 통계가 나온 이후로도 셧다운은 일주일 더 지속됐다. 공교롭게도 셧다운 여파로 지연된 노동부의 공식 실업통계 발표가 나오면 상황은 더 비관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르게 회복세를 보여온 부동산업계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 10월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주택시장지수는 전달에 비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락폭도 시장 전망치보다 컸다. 셧다운 사태로 정부가 지원하는 주택담보대출 승인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건실한 실적을 보였던 기업들도 셧다운 여파를 비켜가지 못했다. S&P 500 지수에 포함된 500대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05개 기업 중 68개 기업이 부정적인 4분기 예상치를 내놓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로런스 핑크는 이날 “국가부도사태는 모면했지만 미국이 빚을 갚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국제금융가에 퍼진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미 국채는 그동안 세계 투자가가 믿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다. 그러나 앞으론 정쟁 때문에 주기적으로 부도를 걱정해야 하는 위험한 자산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빚 갚을 수 있겠나” 미 국채 신뢰 금 가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의 마커스 쇼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투자회사들이 미 국채를 대체할 다른 자산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중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다공(大公)은 17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다공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평가회사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3개월 뒤인 내년 초에 최근과 똑같은 디폴트 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만 아직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의 충돌에 따른 빡빡한 예산안 편성과 증세 덕분에 미국의 재정 건전성은 개선되는 추세다. 9월 말 끝난 2013회계연도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9%로 전년의 6.8%보다 크게 줄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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