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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지 둔갑한 묘지·주차장 … 농약 농산물 유통도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 E사 대표 남모(71)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전남 일대 농가들을 찾아다녔다. 남씨는 “실제 친환경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공짜로 친환경 인증을 받게 해주겠다”고 설명했다. “농가당 15만~25만원의 인증 비용을 내야 하지만 전남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100% 지원해주니 나중에 주면 된다”고도 했다. 남씨는 이런 식으로 농가 2499곳을 끌어들였다. 친환경 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아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남씨는 이런 검증 절차 없이 거짓으로 인증 마크를 찍어줬다. 심지어 고흥의 묘지와 장흥의 주차장까지 친환경 농지로 꾸몄다. 거짓 인증을 통해 농가가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 7억5000만원은 남씨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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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에서 또 다른 인증기관 E사를 운영하던 임모(48)씨는 아예 전남에서 활동하던 브로커 이모(58)씨와 손을 잡았다. 이씨는 “친환경 인증을 받으면 퇴비 등 농자재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가격도 10~20% 정도 더 받을 수 있다”며 농가 521곳을 포섭했다. 보조금 4억2000만원을 받은 임씨는 이 중 30%를 수고비 명목으로 이씨에게 건넸다.

 거짓 인증 마크를 단 친환경 농산물이 유통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단속반(반장 김한수)은 친환경 농산물 인증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브로커와 인증기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과 공모해 가짜로 인증 마크를 찍어주고 보조금 3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남씨 등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담당 공무원 선모(59)씨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거짓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꾸며 농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냈다. 농가 5700여 곳이 참여해 만든 거짓 인증 면적만 63㎢에 달한다. 농약을 쓴 당근 10t 등이 친환경 농산물로 둔갑되는 등 최소 7억원 상당의 가짜 친환경 농산물이 학교 급식업체 등에 유통되기도 했다.

 이들은 각종 편법을 통해 보조금을 받아냈다. J인증센터를 운영하던 손모(63)씨는 농약 검출 시험성적서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아예 불검출로 변조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나주의 축사를 친환경 농지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S연구원은 해당 토양·수질 검사 대신 뒷산 흙과 수돗물로 검사시료를 대체했다. J대 산학협력단 내 연구소가 허위로 제출한 영농일지로도 인증이 가능할 만큼 인증 절차는 허술했다.

 군청이 발벗고 나선 경우도 있었다. 박모(59) 장성 부군수는 전남도청이 친환경 농산물 인증 면적을 인사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G인증기관과 손잡고 395개 농가에 거짓 인증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전남도에서 2012년도 ‘친환경농업 장려상’을 수상하고 포상금 1억5000만원까지 받았다. 박 부군수는 G사가 보조금 3억원을 챙길 수 있게 도운 혐의(배임)로 지난 8일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친환경 농산물 시장 성장과 함께 인증기관이 난립하면서 과도한 보조금 지원과 지자체의 실적 지상주의 등이 맞물려 생긴 구조적 비리”라며 “관련 법 개정과 함께 보조금 환수 조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11년 1월 ‘친환경 농업 육성대책’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인증 업무를 민간기관에 완전 이양한다고 밝혔다. 2007년 37개였던 인증기관 수는 올해 76개로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통해 매년 1회 이상 특별점검 등 운영 실태를 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태 조사가 대부분 인증 이후 이뤄지기 때문에 인증 과정에서의 부실 여부를 걸러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증·심사 업무를 전담하는 민간기관이 지자체 등과 담합할 경우 사후 점검만으로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농식품부는 점검 빈도를 늘리고 업체 기관 지정을 취소하는 등 처벌 강화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원·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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