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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마저 땅굴경제 봉쇄 … 생존 줄 막힌 가자지구

이스라엘 군인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가자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지하터널 입구를 수색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자국을 테러하기 위해 터널을 팠다며 가자지구로의 건설자재 반입을 중단시켰다. [가자 AP=뉴시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최대 위기가 닥쳤다. 2007년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 대한 봉쇄를 강화한 이후 6년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로 뚫려 있던 주요 국경이 막히고 생필품을 밀수입하던 지하터널마저 고사 직전에 놓이면서 가자지구의 생활 전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생필품 조달 안 돼 물가 폭등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가자 접경 이스라엘 키부츠(집단농장) 아인하쉬로샤에서 길이 2.5㎞, 깊이 18m의 지하터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터널 벽에는 전선이 이어졌고, 바닥에는 수레가 다닐 수 있는 레일까지 깔렸다. 요아브 모르데차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금까지 발견된 테러용 터널 중에서 가장 정교한 것으로 꼽힌다”며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가자지구에 대한 건설자재 반입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권 바뀐 뒤 하마스에 적대정책



 지난해 8월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에는 아인하쉬로샤에서 발견된 것 같은 지하터널이 수백 개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접해 있는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쪽의 에레즈와 케렘샬롬, 이집트 쪽의 라파 국경통로 빼곤 사방이 막혀 있다. 그나마 이 국경통로는 의사 등 일부 허가받은 사람들의 통행과 구호물품이 오가는 데만 사용된다. 가자지구 사람들이 지하터널을 뚫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하터널은 이스라엘의 주장처럼 단순 군사용이 아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 지하터널을 통해 외부에서 생필품을 조달받는다. 송아지·양 등 가축까지 터널을 통해 거래된다. 심지어 BMW 같은 고급 승용차도 부품을 분해해 터널로 밀수되곤 한다.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이슬람주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 지하터널을 오가는 물품에 세금을 징수해 재원을 조달한다. 지하터널이 가자지구의 지하경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은 이 지하터널이 “일종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지하터널을 이용하는 게 여의치 않다.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가세해 본격적으로 지하터널을 없애고, 국경통로를 통해 생필품이 오가는 걸 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국경수비대의 아마드 이브라힘 장군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올 한 해에만 약 800개의 지하터널을 폭파시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기샤에 따르면 이집트-가자지구 접경지대에 있는 라파 국경통로의 통행량 또한 3개월 사이 약 76%나 줄었다.



 사태가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은 지난 7월 발생한 이집트의 쿠데타다. 하마스는 최근 2년간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필두로 한 무슬림형제단과의 친밀도를 높여 왔다. 대신 이란·시리아나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는 거래를 줄였다. 하지만 무르시는 이집트 군부에 의해 축출당했고 무슬림형제단은 사실상 정권에서 밀려났다. 가디언은 “이처럼 빠른 정세 변화가 가자지구 사람들에겐 너무나 혹독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터널 800개 폭파 … 국경통제도 강화



 실제로 경제 전반을 떠받치고 있던 지하터널이 급격히 줄면서 가자지구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가자시티 내 토마토 1㎏의 가격은 지난 7월 1셰켈(약 300원)에서 5셰켈로 3개월 사이 다섯 배나 뛰었고, 밀가루·식용유·설탕 등 기초 생필품 가격도 50~60%가량 올랐다. 이스라엘로부터 들어오던 기름 값도 두 배나 뛰었다. 근로자들의 일급은 평균 30셰켈에서 20셰켈로 줄었고 일자리는 두 달 만에 25만 개 이상 사라졌다. 식료품은 물론 건축자재들의 반입이 줄면서 서비스·건설·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의 직업들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템 오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경제차관은 “수입 30%가 줄어들었다”며 “6월 중순~8월 말 사이 약 4억5000만 달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가자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4차 중동전쟁(일명 욤키푸르전쟁)이 끝난 1973년 이후 40년간 별다른 진전 없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이·팔은 93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과 이스라엘과의 평화적 공존에 합의했으나 이스라엘의 점령지 반환이 무산되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테러가 잇따르며 협정이 이행되지 못했다. 양측은 협정 20주년을 맞아 지난 7월부터 2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협상을 재개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달 26일 유엔 연설에서 “9개월 내에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타결하겠다”며 "협상이 타결되고서는 공식적으로 모든 갈등이 종식됐음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은 팔레스타인이 지난해 11월 유엔 옵서버국 자격을 획득한 이후 처음으로 국가 대표 지위로 한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협상의지를 보이고 있다. 네타냐후는 4차 중동전쟁 40주년을 맞은 15일 크네셋(의회)에서 “당신(압바스)이 평화를 약속했으므로 모든 건 당신에게 달렸다”며 “나도 (협상)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설했다. 미국도 이·팔 협상 타결에 힘을 쏟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양측 정상과 회담이나 전화 통화 등을 통해 협상 타결을 주문하고 있다.



두 달 만에 일자리 25만개 이상 사라져



 양측 정상의 의지와 미국의 중재에도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 40년간 이·팔 협상은 처음에는 장밋빛이었다가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양측의 이해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설되면 팔레스타인 정부가 하마스 등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를 차단하고 주변 이슬람 국가들과의 대립을 종식시키 주길 원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점령한 땅을 모두 돌려주길 바란다. 문제는 양측에 협상을 반대하는 세력이 강력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우파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설되면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리며 안보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가자지구를 관할하는 하마스는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달리 이스라엘을 축출한 뒤 대(大)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려 한다.



정재홍·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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