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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름다운 유상급식을 목격하다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거친 공방이 예상되는 이슈가 무상급식이다. 올해 3월 기준으로 한국에선 전국 1만1448개 초·중·고교 중 72.6%인 8315개교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이렇게 만연돼 있어 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쉽게 논란이 돼버린다. 자치단체장들은 재정 압박이 심해도 무상급식에 대한 다수 주민의 긍정적 정서 때문에 쉽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가 올해 편성된 무상급식 예산 860억원(학생 급식 지원 460억원, 친환경 농산물 학교 급식 지원 400억원) 전액을 삭감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김 지사의 행동으로 무상급식 논란에 다시 불이 지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는 건 도움이 된다.

 최근 필자는 사단법인 ‘로컬 푸드 운동본부’에서 주관하는 로컬 푸드 생산자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 효고(兵庫)현을 견학할 기회를 얻었다. 필자는 효고현 사사야마(篠山)시 서부급식센터의 급식 시스템을 인상 깊게 살펴봤다. 센터는 사사야마 지역 또는 효고현 내에서 생산되는 로컬 푸드로 음식을 만들어 학교에 배급한다. 센터는 2007년에 설립됐고 현재 유치원 6곳, 초등학교 7곳, 중학교 3곳 등 총 16개교의 학생 2200명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급식법 제정 이전에는 학교별로 급식센터가 운영됐는데 법이 만들어져 현재는 급식센터에서 총괄적으로 공급한다.

 일본의 학교급식은 지방자치단체 관할인데 전면 무상급식이 아니다. 효고현의 경우 의무교육이 적용되는 유치원과 초·중학교까지는 사사야마시와 같은 현 내의 지자체가, 고등학교는 현이 담당하고 있다. 사사야마 급식센터에는 23명의 조리사, 11명의 배송 기사, 2명의 영양사가 근무하고 있다. 오전 10시30분에 조리가 완료되고 11시까지 각 학교에 학생들의 점심식사가 배달된다. 사사야마시의 급식운영예산 1억8000만 엔(약 19억5200만원)은 시와 학부모가 50%씩 부담한다. 사사야마시의 학무모들은 의무교육과는 관계없이 한 끼에 유치원생 230엔(약 2490원, 이하 전기·가스요금 15엔(약 160원) 별도), 초등학생 250엔(약 2710원), 중학생 280엔(약 3030원)의 급식비를 따로 낸다. 음식은 센터에서 일괄 조리되기 때문에 사사야마시의 유치원과 초·중학생이 같은 날 같은 메뉴의 점심을 먹게 되며 연령별로 급식량만 달라진다.

 효고현 학부모들은 급식을 단순한 점심 식사로만이 아니라 식생활 교육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다양하고 적절한 선택, 음식 종류의 조화와 음식의 양 등에 있어 전적으로 센터에 신뢰를 보낸다고 한다. 센터의 영양사와 학교 교사들이 이런 식단을 통해 학생들에게 식생활과 지역경제의 중요성을 잘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효고현의 학교급식 문화에 있어 정치적인 공방이나 이념성 논쟁이 끼어들 틈은 없다. 전면 무상급식이 아니고 학부모 부담이 절반인데도 불평과 불만이 없다. 외부 세력의 개입도 물론 없다. “애들 밥 먹이는 문제인데 왜 지자체가 돈을 아끼느냐”고 목청을 높이는 사례도 없다. 효고현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먹는 밥 속에 급식비의 형태로 부모의 정성과 투자가 들어가는 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전면 무상급식의 폐해는 지금 잘 드러나고 있다. 지자체가 무상급식에 돈을 쏟아붓다 보니 정작 저소득층이 살고 있는 학교의 시설 개선은 뒤로 늦춰지고 있다. 효고현의 학부모 중에는 급식비가 부담스러운 서민층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왜 그들이 급식비 절반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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