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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다시 찾은 다산의 큰 얼굴

박석무(左), 송재소(右)
집념일까, 옹고집일까. 책을 펴내고 그로부터 다시 30년 공을 들여 그 책의 개정증보판을 펴내는 인연은 요즘 보기 어려운 고지식함의 극치로 다가온다. 학문 세계의 도반(道伴)이라 할 박석무(71) 다산연구소 이사장과 송재소(70) 성균관대 한문학과 명예교수가 그들이다.

 만년 엉덩이 무거운 학자로 살아온 두 사람이 각각 『다산 산문선(茶山 散文選)』 『다산 시선(詩選)』(창비)을 나란히 냈다. 지난해 다산 정약용(1762~1836) 탄신 25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계획된 두 책의 개정증보 작업은 긴 세월을 견뎌낸 해묵은 장맛처럼 속 깊은 맛을 낸다.

 두 책은 다산학(茶山學) 입문생에게 필독서로 꼽힐 만큼 스테디셀러의 길을 걸어왔다. 그럼에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새로운 면모로 일신해 선보인 명저 앞에는 감회 어린 머리글이 붙어 있어 새삼 학문 세계의 엄정함과 도저함을 사무치게 한다.

 “1981년 『다산 시선』이 출간된 이래 3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내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서 다산시를 읽기 시작한 지도 37년이 됐다. 이렇게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만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줄곧 다산에 매달려왔지만 다산은 여전히 높은 산이다.”(송재소)

 송 교수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삼 다산이 ‘위대한 시인’이란 걸 깨닫는다. 오역을 잡고 약 50여 수 시를 새로 추가해 옮기면서 다산의 시에 그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생애의 갖가지 곡절이 일기처럼 펼쳐져 있음을 본다. “내가 다산 선생 덕분에 먹고 산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농처럼 던지는 말 속에는 시인 다산을 연구하고 알린다는 그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고교 교사 신분으로 비극의 현장을 지켜보다가 도피생활 7개월 만에 검거된 박석무 이사장은 옥에서 읽기 시작한 다산의 『여유당전서』에서 불안 초조하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사의 갈림길을 잊는 경지에 들어섰다고 고백한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지 28년, 번역한 지 30년 만에 책을 다시 펴낸다(…) 신유옥사와 광주학살이 오버랩됐고, 권력 유지와 집권 연장을 위해 반대파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과정을 읽어가면서 죽음의 공포도, 사신의 위협에서도 모두 벗어나 의분 속에서 번역에 열중할 수 있었다(…) 이 한 권의 책이 번역되던 그 아픔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다시 간행하는 뜻을 헤아려주기 바라마지 않는다.”(박석무)

 다산이 있어 행복했다는 두 번역자의 심지가 오달지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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