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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울리는 범종 소리 화엄은 빛으로 가득 차고 …

지리산 깊은 골 화엄사에서 펼쳐지는 화엄음악제 공연 모습 . 너와 나, 삼라만상이 소리 안에 하나되는 자리다. [사진 화엄음악제집행위원회]

“딩~~디딩~~~디잉~~.”

 우주로 퍼져나가는 범종 소리가 지리산 자락을 울리면 삼라만상이 그 음향 속에 하나가 된다. 홀로 있는 것도 없고, 단독으로 일어나는 일도 없다. 그 소리가 이어지고 퍼져가는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모두 맞물려 돌아간다.

임란 때 소실된 대범종 420년 만에 복원

원일 감독
 19일 오후 3시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열리는 ‘제8회 화엄음악제’는 범종 타종으로 시작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뒤 420년 만에 복원된 화엄사 대범종이 보이지 않는 화엄 사상의 풍경을 빚어낸다. 이어지는 다채로운 음악 전체를 꿰는 주제는 ‘첫 번째 빛(First Light)’이다. 인도 출신의 영적 지도자인 지두 크리슈나무르티(1895~1986)가 남긴 말, “스스로 빛이 되어야 한다. 진실은 외부가 아니라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내 안의 빛’에서 따왔다.

 올해부터 총감독을 맡은 원일(46·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씨는 “다 내려놓으면 빛이 보인다. 그 빛이 ‘첫 번째 빛’”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불러 모은 음악가들은 각기 찾아온 영성의 세계를 함께 하는 마음으로 풀어놓는다.

 “지난해까지 총감독을 맡았던 박치음 선배는 인도나 티베트·몽골·터키 등에서 초대한 영성 음악가 중심으로 음악회를 이끌었죠. 삶의 진실한 속내를 파고 드는 음악이란 뜻에서 영성이란 말을 붙였지만 전 모든 음악가가 영성을 추구한다고 보기에 굳이 그 단어를 붙일 필요가 없다고 봤어요.”

‘소리의 생태학자’ 슈테판 미쿠스 초대

 ‘소리의 생태학자’로 불리는 독일 음악가 슈테판 미쿠스는 원일 감독이 젊은 시절, 그가 명반의 산실로 손꼽히는 ECM에서 낸 음반 ‘더 뮤직 오브 스톤즈’ ‘온 더 윙’ 등에 감명 받은 인연으로 공들여 초대했다. 인도·아프리카 등 세계의 민속악과 악기를 연구해 영혼을 두드리는 새로운 음악 영토를 일궜다.

 전방위 작곡가 카입(이우준)은 범종 소리에서 시작해 범종 소리로 마무리되는 음악회 전체 틀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잘 듣지 못하는 소리로 작업하는 것이 바로 ‘내 안의 빛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빛을 찾는 음색으로 듣는 이를 빨아들이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정재일이 국악단체 ‘정가악회’와 함께한다.

 “제가 꼭 모시고 싶은 음악가가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입니다. 따로 영성이란 말을 붙이지 않아도 그 분 연주를 듣고 있으면 명상하는 마음가짐이 절로 들거든요.”

내일 전야제, 각황전 공간 소리로 채워

 올 화엄음악제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무대는 전야제다. 18일 오후 7시30분, 사위가 어두워진 산사의 가을 밤, 조선 중기에 지어진 불전인 각황전에서 마음을 정화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카입과 정재일이 만든 ‘인 어 라이트스케이프’가 소리 길을 열고나면 명창 강권순씨가 여창 가곡 ‘우조 이수대엽’과 ‘평시조’로 온 몸을 서늘하게 어루만져준다. 이어지는 슈테판 미쿠스의 즉흥연주도 밤의 지혜를 들려줄 것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화엄음악제(hwaeom.org)=우주 만물이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는 화엄(華嚴)사상에 바탕한 산사 음악회.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월 전남 구례 화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화엄국제영성음악제’ 란 명칭으로 열렸다. 모든 음악이 영성을 추구한다는 뜻에서 8회를 맞는 올해부터 ‘화엄음악제’로 이름을 가뿐하게 바꾸었으나 영성음악제의 전통은 이어간다. 19일 오후 1시부터 20일 오전 11시30분까지 ‘템플스테이’ 행사도 열린다. 02-703-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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