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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외국 영화 작명 유감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중앙일보 편집국 한쪽에서는 매주 영화주간지 ‘magazine M’의 인쇄 직전, 최종 지면 회의가 열린다. 잡지의 흐름, 기사의 제목, 지면의 디자인 등등에 대해 관련 부서 데스크·에디터의 의견을 듣고 점검하는 자리다. 여기에서 무심결에 거듭 듣게 되는 단순한 질문이 있다. 이런저런 영화 제목이 도대체 무슨 뜻이냐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갈수록 외국 영화의 영어 제목을 소리 나는 대로 옮겨 국내 제목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 데다, 그런 제목만으로는 영화의 정체를 파악하기 요령부득인 경우가 심심찮아서다. 예컨대 아무리 잘 만들고 호평을 듣는 영화라도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혹은 ‘제로 다크 서티’ 같은 제목을 달고 있으면 일단 제목 자체의 뜻을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대규모로 개봉하고 그에 따른 홍보활동을 펼치는 경우라면 그래도 낫다. 제목에 수퍼맨이 없는 영화 ‘맨 오브 스틸’이 수퍼맨 시리즈의 최신작이라거나, 백악관이 무대인 재난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백악관 최후의 날’과 다른 영화라는 걸 이리저리 알릴 길이 넓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개봉하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라면 제목이 주는 직접적 인상이 한결 중요해진다. 이런 영화들은 한데 묶어 요즘은 흔히 ‘다양성 영화’라고 부르는데, 최근 큰 흥행성공을 거둔 다양성 영화가 있다. 제목은 ‘마지막 4중주’. 25년을 함께한 4중주단이 서로 인간적인 갈등을 겪는 얘기다. 30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개봉해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이런 흥행에는 원제(A Late Quartet)를 살짝 의역한 쉬운 제목도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부 김성희 객원연구원은 “상업영화만 아니라 예술영화에도 중·장년 관객이 크게 늘어났다”며 “중·장년층은 젊은 층에 비해 예매보다는 극장에서 직접 영화표를 사는 비율이 높고, 영화의 내용을 함축하는 제목이 영화 선택에 확실히 큰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영화 관계자들의 고민을 모르지는 않는다. 지나친 의역 혹은 의욕만 앞선 작명은 자칫 영화팬들의 원성이나 비웃음을 살 위험이 있다. 이름난 감독 우디 앨런의 영화를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라는 원제 대신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로 옮긴 경우가 가까운 예다. 그래서 “창작자가 누구보다 많은 고민을 해서 붙인 제목이란 점에서 가능하면 원제를 존중하려 한다”는 한 수입사 관계자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한국영화도 ‘더 테러 라이브’처럼 영어식 제목을 붙이는 마당이다. 외국영화라고 온전히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을 붙이라고 주문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이 봐주기를 바라고 만들어진 상품이다. 제목부터 관객과 거리 두기를 한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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