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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가 부처의 얼굴 … 서예가 이른 '득도의 경지'

대만의 서예가 황창밍은 ‘손과정 서보’의 한 대목을 옮겼다. 서예가들에게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이 텍스트를 갖고 먹의 농담을 조절해 부처의 얼굴이 떠오르도록 했다. 글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경지는 부처의 마음 상태와 같은 득도의 경지라는 내용을 시각화했다. [사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독일 리튼아트재단(Written Art Foundation)은 손글씨 훈련을 통해 정신을 고양하는 서예에 주목하고 있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아랍과 서구의 서예·문자예술품을 수집하고 있다.

 이 재단은 올 봄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 사이 톰블리 등 서구 추상화를 전시했다. 서울 역삼동 포스코미술관에선 22일까지 ‘글자, 그림이 되다’전을 연다. 우리 옛 글씨와 동서양 현대 추상화를 한데 모은 전시다. 서예가 우리보다 남들의 주목을 받기도, 현대미술로 외연을 확장하기도 하는 요즘이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다음달 3일까지) 역시 서예에 쏠리는 서구의 시선을 보여주고, 현대미술과도 맥을 맞춘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이 행사의 주제는 ‘바람과 뿌리’.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17개국 900여 작가의 작품 1500여 점을 내걸었다. ‘뿌리’는 동아시아의 서예가 글자 모양내기가 아니라 사유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서예의 철학’전으로, ‘바람’은 ‘서방의 서예바람’전으로 구현했다.

 한국·중국·일본·대만·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서예가 109명이 참여한 ‘서예의 철학’전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지난 비엔날레에서 그랑프리상을 받은 대만의 서예가 황창밍의 작품이다. 중국 당의 손과정(648∼703)이 쓴 최초의 서예 이론서인 ‘손과정 서보(書譜)’ 가운데 ‘오합오괴(五合五乖)’를 말한 대목을 적었다. 서보의 작은 초서체 그대로 이 대목을 옮기되 먹의 농담을 조절해 부처의 얼굴이 나타나도록 썼다.

 비엔날레 김병기 총감독(전북대 교수)은 “오합오괴는 글씨쓰기 가장 합당한 환경 5가지와 좋지 않은 환경 5가지를 거론한 대목인데, 오합의 제일은 ‘늘 기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힘씀’이다. 서예가가 가장 글을 잘 쓸 수 있는 경지는 부처의 마음상태와 같은, 득도의 경지임을 시각화했다”고 설명했다.

 ‘서방의 서예바람’전엔 미국·러시아·독일 등지에서 서예를 익힌 이들이 한자로, 혹은 제 나라 말로 글을 썼다. 이와 함께 우산과 부채에 글을 써서 띄운 ‘모빌 서예전’으로 서예의 현대적 설치 방법을 모색했다. ‘영혼의 뿌리, 삶의 신바람’이라는 제목으로 명사의 좌우명 서예전도 열리는데 남궁진 전 문화부장관, 이근배 시인,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이 출품했다. 063-241-4507.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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