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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국회의원이 판사 인사까지 거론하는 판국이니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요즘 법원 판결을 보면 들쭉날쭉 돌진하는 게 롤러코스터 같을 때가 있다. 최근 시쳇말로 ‘핫’하게 뜬 통합진보당 대리투표 무죄 판결도 그중 하나다. 정당 투표도 보통·평등·직접·비밀 등 4대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헌법과 법률에 없으니 무죄라는 판사의 판결 취지가 ‘신선’하긴 했다. 한데 우리 평범한 시민은 모든 선거에서 4대 원칙을 지켜야 하는 줄 안 터라 판사도 대리투표를 비상식적이고 생뚱맞다고 볼 줄 알았다. 참으로 법원과 국민 간 법에 대한 이해의 괴리감은 크다.

 모든 판사가 사회적 통념과 상식을 종합해 사회의 건전성을 지키는 판결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은 지는 좀 됐다. 판사들의 막말 시리즈부터 자신의 정치 성향이나 편향성을 ‘헌법과 법률’보다 앞세운 듯한 판결을 ‘소신 판결’이라고 우기고, 상식에서 동떨어진 ‘실험정신’ 충만한 판결에 몰입하는 일부 판사들로 인한 현기증이 생기면서다. 그럼에도 누구도 하급심은 차라리 신속하고 값싸게 컴퓨터로 판결하는 ‘디지털 법원’으로 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세금으로 판사에게 월급 주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우린 그저 우직하게 대법원 확정 판결에 승복하고, ‘판사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가치는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탈 뿐이다. 역사적 경험 때문이다.

 얼마 전 한 판사는 과거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에 따른 유죄 판결 재심에서 과거 선배들의 잘못된 판결을 사과했다. 이런 광경이 훈훈하지만 않은 건 과거 정치 권력에 예속됐던 판사들이 지금은 무죄가 된 사안에 사형을 내려 무고한 목숨을 여럿 죽였고, 수없이 억울한 옥살이를 시켰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그리고 이젠 후한 배상판결로 국민들 주머니를 털고 있으니 다시 이렇게 뒤통수 안 맞으려면 사법부의 독립성만은 지켜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데 이번 대법원 국감을 보면 국회의원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 국감장에서 대리투표 판결 등을 정쟁의 재료로 삼아 공박하는 와중에 판결을 압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해하기 힘들어도 이 판결은 확정 판결이 아니므로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이를 빌미로 판결을 압박하는 건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판사 출신인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은 ‘몰상식한 판결을 한 판사의 인사 조치’를 거론했다. 누가 입법부에 판사 인사까지 개입할 권한을 주었나. 국회의원이 삼권분립의 정신도 모른다는 말인가. 우린 롤러코스터 법원까진 인내해도 정치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시도까지 용납할 순 없다. 바라는 게 있다면 법원이 이런 수모를 당하지 말고 권위를 되찾으면 하는 거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으려면.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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