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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손잡고 골목 넘어 세계로

모영일 지앤지커머스 사장(오른쪽 셋째)과 인도인 직원들인 샨무가 순다람 라자라만(29·맨 오른쪽), 센틸라자 티야가라잔(29·오른쪽 넷째), 디파 친누사미(27·왼쪽 셋째)가 서울 여의도의 회사 사무실에서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모 사장은 조만간 베트남 인력도 충원할 계획이다. [최승식 기자]


“창업이 차고 넘치는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역동적인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었다.“

창업 기피하는 대한민국 <하> 국적을 벗어나자
바뀌어가는 창업 현장



 프랑스인 미샤 마자헤리(23)는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 거의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만든 이 창업지원센터에서 실시한 행사에서 그는 한국인 동업자도 만났다.



 프랑스 과학대학인 EPITA를 졸업한 그가 창업에 도전한 시작점은 미국 실리콘밸리였다. 2년여 실리콘밸리 생활을 접고 지난 3월 한국에 왔다. 그는 “전국적으로 4G망이 깔려 있고 50대 이상도 스마트폰을 쓰는 한국은 내 사업 아이템을 펼치기에 매우 좋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리·무용 등 취미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클라우드 앱 ‘오렌저리’를 개발 중이다. 그는 “정보기술(IT) 분야의 최첨단 소비자인 한국인을 상대로 성공을 거둔 뒤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IT가 미샤 같은 해외 전문인력을 끌어들이는 매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일을 해 보겠다는 외국인 전문인력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내국인 임직원만으로 출발하는 ‘창업의 공식’도 조금씩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미 국내용으로 그칠 뻔했던 사업이 외국인 근로자 덕에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기회를 잡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도매 쇼핑몰을 운영하는 지앤지커머스는 외국인 근로자 덕에 해외 시장을 뚫었다. 서울 여의도백화점 8층 사무실에는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동남아 출신 근로자 4명(전체 직원 40명)을 위한 ‘특별석’도 있다. 쇼핑몰 ‘도매꾹’이 국경을 넘어 해외 사이트(k-goods.com)로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사이트에선 영어·중국어·일본어·인도어·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로 한국 물품을 주문할 수 있다.



인도에서 채용돼 한국에 온 센틸라자 티야가라잔(29)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해외에서 일하는 것은 모든 인도 엔지니어의 꿈”이라고 말했다. 창업기업이 인력난에 시달리지만 밖으로 눈을 돌리면 창업의 예비 조력자가 많다는 얘기다.



1994년 창업한 모영일(47) 사장은 “능력은 한국 인력 못지않고 인건비 부담은 훨씬 적다”며 “곧 베트남 인력을 추가로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유입형 인재라면 유학 등을 통해 한국에서 커 가는 성장형 인재도 있다. 멀티미디어 인식기술 전문업체인 엔써즈의 찬드라 세크하 드히르(33·인도인)는 오디오 리서치 팀장을 맡고 있다. 이 팀은 글로 된 문서가 아닌 음성자료를 검색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KAIST 벤처’를 모태로 한 이 회사는 2007년 창업해 이듬해 외국인이 입사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인도·미국·우즈베키스탄 등 각국에서 온 다국적 직원 14명(총 72명)이 근무 중이다. 찬드라도 KAIST에서 뇌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딴 뒤 회사에 합류했다. 그는 “이 회사에선 국적이 아니라 어떤 결과와 아이디어를 내놓는지를 보고 평가한다”며 “문화도 개방적이어서 삼성·LG 같은 대기업에 간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돈 라리사(31)는 결혼 이주여성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인물이다. 그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2006년 전북 고창에 자리를 잡았다. 러시아어와 한국어·영어에 모두 능통해 방과후 영어교사, 면사무소 보조직원을 거쳐 3월부터 한국무역협회 산하 EC21에서 중소업체 수출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전통차 수출업체를 도와 13만6000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의 도움을 받았던 건축단열재 업체 리치그린의 안진훈 대표는 “러시아는 수요가 많지만 수출 길을 찾기 쉽지 않았는데 현지 사정에 밝은 라리사 덕에 수출 물꼬를 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근무 경험을 가진 지한파 외국인은 창업 기업의 든든한 현지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베트남인 웬넉프엉은 1999년 한국에 와 선박업체 용접공으로 일하다 2005년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2007년 한국인과 의기 투합해 가구사업을 시작했고, 연매출 300만 달러(약 32억원) 업체로 성장했다. 그는 “한국인 사장이 영업을, 나는 베트남에서 각종 관리업무를 하며 역할 분담을 했다”고 말했다.



7월 방한한 이스라엘 최대 IT 콘퍼런스인 ‘애드 앤 소셜테크 서밋’의 선임 기획자 레비 샤비로는 “좁은 내수시장에 갇혀 있지 말라”며 “신생 업체는 작은 다국적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창업도 국적을 벗어나야 한다”며 “해외 벤처가 한국에서 성공하고 외국인의 아이디어가 한국에서 실현되는 글로벌 창업생태계가 만들어져야 골목을 벗어나는 창업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김학민 재료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부담감이 큰 창업자들은 국내에서 성공한 뒤 해외로 뻗어 가려고 하기 십상”이라며 “그러나 외국 인력을 잘 활용하면 처음부터 좁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김영훈·박진석·이상재·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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